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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시장으로 전락한 용산전자상가

외국인이 주고객…손때 묻은 구형 피쳐폰이 주력 상품

변소인 기자 ㅣ byline@sisajournal-e.com | 승인 2016.11.09(Wed) 18: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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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정오가 지난 시각까지 용산 나진상가의 많은 매장들이 문을 열지 않았다. / 사진=변소인 기자

 

9일 용산 아이파크몰 직원에게 용산전자상가로 넘어가는 길을 물었다. 직원은 처음 듣는 질문이라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모른다고 대답했다. 용산전자상가는 한 때 대한민국 정보기술(IT) 흐름을 주도했다. IT 제품 마니아들이 컴퓨터, 카메라 등 최신 전자 기기를 구매할 때 가장 먼저 용산전자상가를 떠올렸다. 이젠 주변에서 길을 물어 찾아가기조차 힘든 곳으로 전락했다.

 

한때 용산 전자상가에서 가장 번성했던 터미널상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해당 부지에는 호텔 공사가 한창이었다. 201411월부터 공사가 시작되면서 터미널상가는 자취를 감췄고, 나진상가와 이어지는 연결 통로도 끊겼다.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나진상가로 이어지는 연결 통로가 끊어져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빈 건물이 많았고 정오가 넘는 시간까지 문을 열지 않는 가게들이 많았다. 옆집 가게에 문 닫힌 가게가 아예 영업을 접은 것이냐고 묻자 오후에나 열 것이라며 평일, 게다가 오전에는 원래 손님이 없어서 문을 안 여는 곳이 많다고 알려줬다.

 

손님이 원체 없어 문을 연 가게가 몇 군데 없었다. 그마저 있는 손님은 죄다 외국인이었다. 카메라 가게 주인은 정보를 묻는 내게 계속 왔다갔다 해서 알고 있었다내공이 센 것 같다고 싱거운 호객행위를 했다.

 

중고폰·수리·데이터 복구라고 쓰인 가게에 들어섰다. 이 가게 주인은 1990년 대 중반 터미널상가에서 직원 40명을 거느리는 컴퓨터 가게를 운영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에도 한국에 들어오는 볼보, 3M 등 외국계 기업을 상대로 서버나 전산실 사업을 벌여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전자상가 몰락과 함께 부도가 난 뒤 중고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얼마 전 12명 명의로 휴대전화 유심 개통을 해주다 적발돼 150만원 벌금을 물기도 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구속되고 벌금을 무는 일이 많아져 요즘은 궁여지책으로 하던 대포폰 개통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요 고객은 외국인이다. 피처폰을 한 번에 다량 쓸어가서 판매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외국인들은 여행용으로 잠깐 쓰기 위해 1~2만 원대 피처폰을 원하기도 한다. 신용불량자나 불법체류자들도 저렴한 피처폰을 선호한다.

 

갑자기 가게에 충전이 다 됐냐고 물으며 한 상인이 들어왔다. 그는 여기서 중고폰과 태블릿PC 등을 사서 트로트·포르노 영상 등을 담아 종로나 동대문, 신설동에서 노인에게 판다고 했다.

 

장사가 잘 된다고 말하는 직원도 있었다. 비결은 온라인이었다. 용산은 사무실일 뿐, 사실상 인터넷 장사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는 매장에서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온라인에서 5, 많게는 10배나 장사가 잘 된다고 했다. 주로 아랍인과 중국인들이 여행 중 휴대전화를 바꾸려는 목적으로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용산서 만난 가게 주인들은 요즘 장사를 단골 장사라고 입을 모았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발품을 팔아 직접 만져보고 고르는 손맛을 좋아하는 소비자와 판매자와의 정과 추억 덕에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뿐이라고 했다.

 

한물간 PMP, 지금은 출시되지도 않는 삼성 ’ mp3가 정중앙에 전시된 용산전자상가. 식다 못해 과거 모습 그대로 냉동된 모습이었다. 최신폰 찾기보다 피처폰 찾기가 쉬웠고 최신 제품보다는 헌 제품이 더 잘 나갔다. 이곳은 한 때 대한민국 IT트렌드를 이끌던 대표 상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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