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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큰 CJ, 영화로 울다…"영화 고르는 실력 무뎌져"

관객동원 지난해 반타작 그쳐…정권발 스캔들까지 휘말려 '겹악재'

고재석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6.11.11(Fri) 17: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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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관객을 동원한 CJ E&M의 '인천상륙작전'은 이른바 '국뽕' 논란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 사진=뉴스1

 

1995년, 영화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 음반계 실력자 데이비드 게펜과 손잡고 드림웍스(Dream Works)를 설립해 투자자를 찾고 있었다. 이때 이재현 제일제당 상무와 이미경 삼성전자아메리카 이사가 미국 LA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그해 4월 28일, 제일제당이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해 대주주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CJ는 이 투자를 지렛대 삼아 영화투자‧배급사업에 뛰어들었다. 멀티플렉스와 방송은 그 후에야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웠다.

영화로 문화 사업을 시작한 CJ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의 반타작에 그친 관객동원력은 최악의 실적으로 돌아왔다. 설상가상으로 영화 투자‧배급이 정권발 스캔들에까지 휘말린 모양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까지 CJ E&M이 배급한 영화의 관객동원 수는 2908만명이다. 점유율은 16%로 1위였다. 2위 쇼박스는 2747만명으로 15.1%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하지만 속사정을 뜯어보면 CJ E&M이 1위를 지켰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CJ E&M이 같은 기간 배급한 영화는 20편이다. 쇼박스는 9편이다. 영화당 관객수로 따지면 CJ E&M은 145만 4000명, 쇼박스는 305만 2000명으로 두 배 이상의 격차가 나는 셈이다. 지난해 CJ E&M의 영화당 평균 관객수는 294만명이었다. 관객이 딱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쇼박스는 영화당 243만명의 관객동원력을 나타냈었다.

CJ E&M의 한국영화 점유율은 결국 1위에서 밀려났다. 쇼박스는 8편의 한국영화로 2746만명을 동원해 27.8%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CJ E&M은 이보다 뒤진 2405만명(24.4%)의 성적을 냈다. 쇼박스가 CJ E&M보다 6편이나 적은 한국영화를 내놓고도 앞섰다. 상황이 이어지면 올해 CJ E&M은 최악의 투자배급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발표된 3분기 실적은 우려를 현실화하고 있다. CJ E&M의 3분기 영화부문 매출은 지난해 931억원보다 40%나 감소한 562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식을 74억원에 달했다. 만기예정펀드 정산에 따른 미지급비용 30억원도 적자폭을 늘리는 데 영향을 끼쳤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영화부문이 성수기가 무색할 만큼 충격적인 적자를 기록한 점이 어닝 쇼크의 주범”이라며 “국내 영화 라인업이 극도로 부진한 가운데 의미 있는 해외프로젝트 전개도 없었던 점이 실적 공백을 야기했다”고 풀이했다. 영화 부진 탓에 CJ E&M 전체사업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이상 줄어들었다.

전망도 밝지 않다. 이동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개봉한 ‘히말라야’와 ‘검은 사제들’ 관련 투자수익이 올해 1분기에 인식된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 연간 누적 실적은 상당히 부진하다”며 “국내 박스오피스 성장성이 둔화되고 해외 배급사들이 한국시장에 진입하는 가운데 CJ E&M의 고예산 영화편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국내 영화 관객이 되레 늘었다는 점은 유독 뼈아픈 대목이다. 올해 10월까지 한국영화 총관객수는 9886만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9043만명이었다. 매출액도 지난해 7045억원에서 올해 7880억원으로 늘었다. 결국 늘어난 한국영화 성장의 몫을 다른 업체들이 가져갔다는 얘기가 된다.
 

영화로 문화 사업을 시작한 CJ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때문에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최악의 실적에 이어 정권발 스캔들에까지 휘말렸다. / 사진=뉴스1

 

그 선봉에 해외 배급사들이 서있다. 올해 전체영화 관객 점유율 기준 배급사 순위 3~5위는 모두 할리우드 업체들이 휩쓸었다. 여기서 5위에 오른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 순위에서 단 1편(밀정)의 영화로 5위에 올랐다. 4위에 오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6편의 영화로 워너브라더스를 단 0.2% 앞섰을 뿐이다. 20세기폭스코리아도 ‘곡성’의 흥행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

영화계에서는 실적보다 CJ E&M의 작품 고르는 실력이 약해졌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영화계에서 배급사 경쟁력은 결국 작품 선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한 영화제작업계 관계자는 “배급사는 자본 가지고 영화 고르는 게 실력이다. NEW가 단기간에 뜬 이유는 그걸 잘하는 선수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J E&M은 그동안 업계 안팎에서 기복이 없는 영화 선정 실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100억원 넘는 제작비가 쓰인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100만 관객에도 못 미쳤다. 화려한 캐스팅과 적극적 홍보로 이목을 끈 ‘아수라’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성수기인 7월 개봉한 ‘봉이 김선달’은 200만 관객에 그쳤고 평단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성수기 주력작을 둘러싼 논란도 뜨거운 감자다. 라이벌 쇼박스와 NEW는 ‘세월호 참사’ 당시 당국의 무능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터널’과 ‘부산행’을 여름 주력작으로 내놓았다. 반면 CJ E&M은 같은 기간 ‘인천상륙작전’을 내놓으며 ‘국뽕’(애국심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영화) 논란을 촉발했다.

제작자인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개봉 기자회견에서 “우리 부모님·조부모님 세대가 겪은 참상을 통해 우리 젊은이들이 강한 안보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히면서 애국심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시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기자에게 “군부대 단체관람이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화계 안팎에서는 ‘정치적 노림수’라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린 한 인사는 기자에게 “문화계에서는 이 정부가 블랙리스트 작성 등 (보조금을 이용한) 탄압 움직임을 노골화한 계기가 ‘세월호 정국’과 영화 ‘변호인’ 흥행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며 “그들이 ‘좌파영화’라 규정한 ‘변호인’에 대응하기 위해 ‘우파영화’를 띄워야 한다는 논의까지 구체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2013년 12월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는 CJ E&M이 아닌 NEW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CJ창업투자가 공동투자자로 참여했다. 이 때문에 일부 보수단체가 나서 CJ가 ‘광해’에 연이어 다시 좌파 영화를 만들었다는 비난을 내놓았다. 공교롭게도 CJ창업투자는 이듬해 회사명을 ‘타임와이즈 인베스트먼트’로 바꿨다. CJ의 흔적을 지운 셈이다.

문제는 2014년부터 CJ E&M의 주력 배급작의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2014년 7월 성수기를 겨냥한 사극 ‘명량’, ‘변호인’보다 정확히 1년 후에 개봉한 ‘국제시장’이 대표적이다. 그 이듬해 여름에는 보수진영이 적극적으로 지지한 영화 ‘연평해전’이 CJ E&M의 이름을 달고 극장가에 나왔다.

CJ E&M이 연평해전 배급 대행 협약식을 맺은 시점이 박근혜 대통령 임기 초인 2013년 6월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바로 직전 해 보수진영 안팎에서는 영화 ‘광해’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영화라며 날을 세웠었다. 최근 일부 언론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2선 퇴진을 직접 압박했고, 그 이유로 영화 ‘광해’ 배급과 ‘변호인’ 투자가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일단 올해 부진의 만회 여부는 12월 개봉하는 ‘마스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마스터’는 건국이래 최대 규모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간 추격전을 그린 범죄오락영화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광해’의 이병헌이 맡았다.

해외가 돌파구가 되리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에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가운데 동남아시아에서 현지 합작영화를 개봉시켰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CJ E&M은 9월 한-베트남 합작영화 하우스메이드(The Housemaid), 10월 한-인도네시아 합작영화 차도 차도(CADO CADO:Catatan Dodol Calon Dokter)를 연이어 개봉했다. 11월에는 한-태국 합작영화 태국판 수상한 그녀, 12월에는 한-베트남 합작영화 사이공 보디가드(Saigon Bodyguards)가 현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들 세 국가는 인구 합계가 4억명에 이른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박사는 “CJ가 E&M과 CGV를 통해 찾는 돌파구 중 하나가 동남아 시장이다. (언젠가 현실화할) 내수시장 축소를 대비한 전략인 셈”이라며 “할리우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중국 이외 아시아 지역에도 투자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에 아직 영화시장에서 CJ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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