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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20년]① 중국 노리다 중국이 제작 좌우

K팝에서 드라마로…제작비 늘며 중국 자본에 의존

고재석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6.11.17(Thu) 17: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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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온유, 배우 송중기, 송혜교, 김지원, 진구(왼쪽부터)가 2월 22일 오후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뉴스1

 

1997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관영 CCTV에서 방영됐다. 이내 H.O.T를 기점으로 K팝 스타들이 중국 대륙을 휩쓸었다. 이때 중국 언론에서 한류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2004년 이후 수출 패권은 드라마로 넘어갔다. 시장 규모도 놀랄울만큼 커졌다. 반면 리스크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류 20년의 빛과 그늘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한류가 20년을 맞았다. H.O.T와 동방신기, 빅뱅 등 가수에서 안재욱, 배용준, 김수현, 송중기 등 배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예인들이 ‘한류스타’의 명찰을 달았다. 수출의 한복판에는 드라마가 서있다. 영상 콘텐츠가 음악에 비해 수익창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드라마로 돈이 몰리자 국내 드라마의 제작비 규모도 커졌다. 열풍을 일으킨 KBS ‘태양의 후예’의 제작비는 130억원에 달한다. 16일 방영을 시작한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는 제작비 220억원이 쓰였다. ​문제는 리스크다. 최근 발생한 ‘사임당 방영연기’ 사건은 중국 의존도가 끼치는 영향을 오롯이 보여줬다.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을 ‘양날의 검’으로 보는 분위기다. 결국 리스크 관리에 성패가 갈릴 거라는 얘기다.


◇ K팝이 불 지핀 한류, 이내 드라마로

“‘사랑이 뭐길래’가 대박을 터뜨리자 중국 시청자들은 신대륙을 발견한 듯 한국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1998년 H.O.T가 중국 청소년들의 머리를 노랗게 물들였다. 1999년엔 베이징 도심 상업지구에 한국 상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대형 쇼핑센터가 문을 열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세계문화전쟁’에서 소개한 훙칭보 중국 월간 ‘당대’ 편집부국장의 말이다. 1997년 중국 관영 CCTV 1채널에서 일요일마다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됐다. 당시 이를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는 “일요일 오전에 평균 시청률을 감안하면 1억 명 이상이 보고 있는 셈”이라며 “한-중 양국민간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외교 사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랑이 뭐길래’가 분위기를 띄우자 K팝이 시장을 주도했다. 2000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H.O.T 공연은 대성황을 이뤘다. 이후 동방신기와 빅뱅이 차례로 바톤을 이어받았다.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는 논문 ‘K팝의 문화정치학’을 통해 1997년 IMF 이후 침체에 빠진 국내 음악산업의 돌파구가 아시아 시장이었음을 논증했다.

2004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강준만 교수는 “2004년 가을 약 1억 명의 중국인들이 매일 밤 한국드라마를 시청했으며, 한류 열풍은 아시아를 넘어 동유럽과 중동으로까지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때마침 이 해는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기다. 영상콘텐츠는 음악에 비해 수익창출에 용이하다. 방영권 판매와 광고를 통한 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PPL시장도 커졌다. 또 캐릭터 상품 등 파생상품을 통해 돈을 벌기도 좋다.

현재 패권은 드라마가 쥐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예능은 포맷으로 팔아야 수출 시장에서 돈 많이 받는 상황”이라며 “드라마야말로 사실상 유일한 한류수출 수익원”이라 밝혔다.
 

5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열린 2016 C-페스티벌 영동대로 K-POP 콘서트에서 가수 싸이가 '젠틀맨'을 부르며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러다보니 K팝을 내세운 기업도 드라마 시장으로 야금야금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YG엔터테인먼트는 SBS 방영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 투자 했다. YG는 1월 공식 입장을 통해 “코스메틱과 한방 관련 제품 출시, 제품과 드라마 콘텐츠를 활용한 미디어 커머스 사업, 드라마를 소재로 한 관련 캐릭터 사업을 비롯해 비하인드 영상 및 다양한 영상물을 제작, 계획하며 관련 사업을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드라마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음악 기업이 방증한 셈이다.

◇ 드라마 위주 수출구조의 빛과 그늘

돈이 몰리자 제작비 규모가 커졌다. 국내 드라마 평균제작비의 2~2.5배가 쓰인 KBS ‘태양의 후예’는 중국 투자 덕을 봤다. ‘태양의 후예’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Iqiyi)에 회당 약 25만달러에 태양의 후예 전송권을 구입했다. 태양의 후예가 16부작이었으니 400만달러(한화 약 46억원)를 실탄으로 확보한 셈이다. 전체 제작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6일 SBS에서 방영을 시작한  ‘푸른바다의 전설’은 제작비가 무려 220억원에 이른다. 회당 제작비가 11억원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CG에 대한 투자가 제작비를 높이는 데 한몫했으리라고 보고 있다. 한류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배우 전지현과 이민호가 동시에 나선 점도 눈길을 끈다.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가 집필을 했다는 점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드라마 제작규모는 커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지상파 방송사는 위기다. 종편과 CJ E&M 등의 선전에 따른 경쟁 심화와 이에 따른 광고매출 감소로 ‘실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SBS의 경우 올해 1~3분기 누적 적자가 400억원에 달한다. 3분기 방송수익은 19%나 줄었다. TV광고 매출 감소 탓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동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들어 종편 및 케이블 채널들의 광고매출액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SBS를 비롯한 지상파 광고매출액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 중”이라며 “방송광고시장의 성장이 제한적인 가운데, 광고주들의 종편, 케이블에 대한 예산 편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방송사에서 부담하는 제작비 비중이 줄어든 상황에서 자연스레 제작사의 입지가 넓어졌다. ‘태양의 후예’의 경우 제작사가 한류시장에서 소구력이 큰 김은숙 작가를 섭외했다는 점이 대형호재가 됐다. 그럼에도 국내 제작시장 한계 탓에 결국 제작비 충당을 위해서는 수출 판매가 절실하다. 중국 자본에 일정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리스크다. 최근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의 방영 연기 사례는 드라마 위주의 한류수출 구조가 가진 아킬레스건을 오롯이 보여준다.

배우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사임당은 결국 해를 넘겨 방영하게 됐다.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사임당의 첫 방영날짜는 2017년 1월 25일로 확정됐다. SBS 수목드라마로 나온다.

당초 사임당 방영 예상 시기는 올해 9월~10월이었다. 사임당은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전체분이 촬영됐다. 중국 광전총국 심의를 위해서는 사전제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가 한 강의 자리에서 뱉은 말은 이 맥락을 잘 설명해준다. 그는 “사전심의 전에는 회당 7~8만 달러를 받았는데 사전심의가 들어오고 1~2만 달러로 떨어졌다. 그래서 사전제작이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심의가 미뤄지면서 한중 동시방영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업계 안팎에서는 사드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이 잇달았다.
 

지난해 5월 7일 부산시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콘텐츠 마켓에서 바이어와 셀러 등이 거래를 하는 모습. / 사진=뉴스1

 

사임당의 사례는 이미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한류수출의 단면을 오롯이 보여준다. 한중 동시방영이 불발되면 유통단가는 크게 떨어진다. 한국에서 먼저 방영하면 유튜브와 웹하드 등을 통해 해적판이 이내 중국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규제와 시장 상황이 상수가 됐다는 얘기다.

 

◇ 양날의 검 된 중국자본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중국 자본이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가진 양날의 검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태양의 후예’를 제작한 서우식 콘텐츠W대표는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 출연해 사임당 방영지연과 사드 배치 이슈를 연결지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 대표의 말은 양날의 검이 된 중국 자본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준다.

 

“태양의 후예가 지금 수출됐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끔찍하다. 심의 자체가 안 나왔을 거다. 중국시장이 제작비의 새 자원이었고 시장을 넓히는 수단이었다. 그 덕에 드라마 퀄리티도 높일 수 있었는데, 이게 불안해져서 리스크가 되면 큰 드라마를 기획 못하게 되는 거다”라고 밝혔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중국이 투자하면 중국소유라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중국 투자에 대한 부정적 입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제작 시장에서도 중국 투자가 늘고 있다. 웰메이드 작품에서 이윤을 얻고 싶은 투자가들이 몰리는 건 콘텐츠 업계의 생리”라며 “문제는 투자를 통해 ‘K드라마’ 브랜드를 구축해가는 것이다. 투자를 통해 K드라마의 세계 콘텐츠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면 그건 되레 기회”라고 설명했다.

규모가 큰 드라마 산업에서 리스크 자체는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웹 시장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민지 박사는 “저투자 고효율인 웹 드라마와 웹 영화 시장을 노리기 위해 IP발굴에 투자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업계 관계자도 “최근 가장 커진 게 웹에 기반한 스트리밍과 VOD 등 전송권 시장”이라며 “(웹 관련 콘텐츠를 틀기 좋은) OTT는 그나마 규제나 여러 면에서 단독으로 진출하기가 쉬워서 그쪽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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