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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20년]④ 주윤발의 귀환? 중화 웹콘텐츠 급부상

중화권 스타 내한공연 장사진…한‧중 한류비즈니스 모델 진화 조짐

고재석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6.11.22(Tue) 11: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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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우 겸 가수 쉬웨이저우가 6월 25일 오후 서울 KBS아레나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공연하는 모습. / 사진=뉴스1

 

1986년 우위썬(吳宇森, 오우삼)감독의 ‘영웅본색’이 개봉했다. 홍콩 느와르의 대명사 저우룬파(周潤發, 주윤발)와 지금은 세상에 없는 장궈룽(張國榮, 장국영)은 입에 물고 다니는 성냥개비와 바바리코트, 선글라스로 아시아 젊은이들을 열광케 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이 영화에 열광하는 주인공 5인방의 모습들이 그려졌다. ‘영웅본색’은 올해 2월 디지털 리마스터링판으로 국내서 재개봉했다.

한류 스무 돌을 맞아 새로운 주윤발이 등장한 모양새다. 중화권(中華圈) 스타들이 국내서 다시 바람을 일으킬 조짐이다. 그 한복판에 중화 웹콘텐츠가 서 있다. 관련 작품에 출연한 주연배우들의 내한공연에는 수천 명의 팬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업계와 학계 안팎에서는 한‧중 간 한류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25일 중국의 떠오르는 스타 쉬웨이저우(許魏洲, 허위주)가 서울시 강서구 ‘케이비에스(KBS) 아레나’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었다. 1990년대 초반 ‘홍류’ 시대에 홍콩출신 류더화(劉德華, 유덕화) 등이 내한공연을 연 적은 있지만 중국 본토 가수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응은 기대를 뛰어넘었다. 예매시작 3분 만에 티켓 3200장이 매진됐다. 공연장 열기도 뜨거웠다. 콘서트 시작 한참 전부터 공연장 주변에는 길게 줄이 늘어섰다. 쉬웨이저우의 공연에 맞춰 팬들도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였다. 11월 12일 서울시 강동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황징위(黄景瑜, 황경유) 팬 미팅에도 2500명의 국내 팬이 몰렸다.

쉬웨이저우와 황징위가 국내서 팬덤을 형성하는 과정은 중화 콘텐츠의 인기 동력을 오롯이 보여준다. 둘은 중국 웹드라마 상은(上瘾)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웹소설 원작인 ‘상은’은 중국에서는 파격적인 ‘동성애’를 소재로 삼아 화제가 됐다.

중국 드라마의 국내 상륙은 ‘웹 플랫폼’에 빚지고 있다. 웹 소설과 웹 드라마로 이어지는 순환 모델이 중국 내에서 이뤄지면서 한류 드라마와는 구별되는 콘텐츠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상은’ 뿐 아니라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르티비(Letv)가 자체 제작해 큰 인기를 끈 ‘태자비승직기’도 웹 소설이 원작이다.

이 같은 활황세는 중국 온라인 시장 성장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자수는 5억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중국 박스오피스 매출 24억 위안(한화 약 4032억원)을 거둬들인 ‘착요기’는 웹 소설이 원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치이, 텐센트, 르티비 같은 업체들이 웹 드라마 제작을 위한 웹 소설 IP 확보에 공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영향력도 커졌다. 중국 현지서 활동하는 한 에이전트는 방송사 콘텐츠 유통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중국에서는 동영상사이트들이 거침없이 약진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 의해 웹드라마 시장도 확연히 커졌다”며 “전통매체에 기대지 않고도 제작비를 다 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고 전했다.
 

아이유가 8월 24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에서 열린 SBS 새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제작 발표회에 참석한 모습. 이 드라마의 원작은 중국 웹 소설이다. 국내서 중국 웹 소설을 리메이크한 경우는 이 작품이 처음이다. / 사진=뉴스1

이어 그는 “중국 광전총국에서 웹드라마 심의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발표를 내놓긴 했지만 현지에서는 웹드라마에 관해 아직은 관용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

‘상은’은 중국의 대표적인 동영상 플랫폼인 ‘텐센트’와 ‘아이치이’에서 방영됐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삭제된 후 되레 인기가 커졌다. 유튜브를 통해 대륙 바깥으로 콘텐츠가 퍼졌다. 국내 팬들도 이를 통해 ‘상은’을 접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스페셜 에디션’이 IPTV 등을 통해 공개됐다. 중국 웹 소설이 콘텐츠 이동을 거듭하다 국내 IPTV시장에까지 상륙한 셈이다.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지난 3월 개설된 ‘상은’ 카페 회원수는 6500명에 이른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국내 방송가에서도 동성애 코드 등이 몇 년 전부터 일정하게 활용됐다”면서도 “하지만 BL(Boys Love) 장르는 중국에서 웹 소설, 웹 드라마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장르가 TV, 영화 바깥 ‘서브컬처’ 시장에서 형성돼왔는데 중국이 이를 ‘영상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다보니 중국 웹 소설이 아예 국내 지상파 드라마로 제작되는 경우까지 생겼다. 8월 SBS에서 방영된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이하 보보경심)는 중국의 동명 웹 소설이 원작이다. 국내 제작사가 웹 소설 영상화 판권을 구입해 사전제작했다. 이에 대해 앞선 현지 에이전트는 “중국에서 흥행한 작품을 국내서 리메이크해 다시 중국으로 역수출하는 새로운 모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장민지 박사는 “브루스 리(이소룡) 활동시기부터 국내에 중화 콘텐츠 유입은 활발해서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라며 “다만 웹 콘텐츠는 제작비에 비해 확산 가능성이 커 앞으로도 한‧중 간 한류 비즈니스 사업에서 관심을 끌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웹 드라마 ‘착생’ 주인공 양예밍과 국내그룹 엑소(EXO) 멤버 세훈이 출연하는 한‧중 합작 웹 드라마‧영화 ‘친애하는 아르키메데스’가 최근 한국에서 촬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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