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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이배 "이재용, 가신그룹 판단에 끌려 가"

"리더가 철학 있다면 자기 길 갈 수 있다…삼성 새 총수는 그런 능력 부족"

정지원,한광범 기자,기자 ㅣ yuan@sisajournal-e.com,totoro@sisajournal-e.com | 승인 2016.11.30(Wed) 14: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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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삼성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신그룹 판단에 딸려 갈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그 판단이 잘못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채 의원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리더가 능력이 있고 명확한 철학이 있다면 마이웨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그런 능력이 없었던 것 같다"며 이 같이 밝혔다.

 

삼성은 지난해 7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등의 거센 반대 와중에 국민연금의 지원에 힘입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마무리 짓는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 원을 출연하고 최씨 측에 100억 원 가까운 돈을 지원한 것이 드러나며 삼성-최순실-박근혜 간 삼자거래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역시 제3자 뇌물죄 적용을 위해 삼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하고 있다.

 

채 의원은 이번 사태로 삼성 내에서 형사처벌될 사람이 나오며 자연스레 가신그룹에 대한 인적쇄신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선 "삼성이 지주회사 모양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을 해결한 것"이라며 "지주회사 모양이 되면 향후 이부진·이서현과 계열분리 하기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어떻게 보나.

 

"기업적 관점에서 본다면 퇴행적 정경유착 사건이다. 민주화된 과정에서 없어졌던 것들이 되돌아온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지금까지 이뤄 놓은 민주화를 거꾸로 되돌리게 됐다. (주요 그룹 중) 삼성이 가장 심각하다. 6일 예정된 국정조사특위 청문회도 결국 삼성 청문회가 될 것 같다. 대가 관계를 드러내는 정황도 삼성이 가장 많다."

 

삼성은 최순실 씨에게 당했다는 입장이다.

 

"정경유착은 한쪽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건 거래다. 대가 관계가 있는 거다. 법률적인 대가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봐야 한다. 삼성은 이런 부분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상황에서 많은 논의들이 결국 삼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삼성이 경영승계에 이용했다는 비판도 있다. 삼성이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승계를 위해서 그토록 무리할 필요가 있었나.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아야 지분을 넘겨받을 수 있다. 상속이 이뤄지면 상속세라는 당장의 현금유출이 필요하다. 상속을 하지 않고 삼성생명을 통한 지배권이 내려가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작업이 합병이었다. 삼성 입장에선 현금유출을 안 하고 작업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낸 거다. 시기를 선택한 것은 결국 이재용이나 미래전략실의 판단이었을 거다.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를 놓고 봤을 때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이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합병이 신속히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순환출자 구조에 대한 사회적인 압박이 있다. 삼성도 전체적인 소유 지배구조 모양은 피라미드 구조인 지주회사 체제로 갈 거다. 법적인 지주회사 요건을 갖춘 것과 별개로 그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분 정리를 계속해왔다. 그 정리 작업의 정점이 삼성물산 합병이었다. 합병을 통해 안정적 지배권만 확보되면 그 이후 정리 작업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지주회사 모양으로 가면 나중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과 계열분리하기 쉽다. 삼성은 공동경영이라는 개념이 없다. 과거 이병철 회장이 죽은 뒤에도 그룹을 자식들이 쪼갰다. 신세계·CJ·한솔·새한 등이 다 삼성에서 분리된 그룹이다. 이건희 회장 사후에도 삼성은 쪼개질 것이다. 그런 점 등을 감안해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이재용 체제가 안정화되기는 어렵게 됐다.

 

"삼성에서도 이렇게 드러날 것을 생각하고 일을 추진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합병 당시의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결국 성공한 것이었다. 그대로 넘어갔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때도 엘리엇에 호되게 당하긴 했다. 이 부회장도 당시 ‘시장을 무시하고 갈 수는 없다’는 등의 많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삼성은 그때부터 한동안 무엇을 못하고 있다. 함부로 움직이기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그 상황에서 과거 일들이 새로 밝혀지며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지금 와서 보면 결국 무리하고 불법적인 일이었다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이 향후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쉽게 결론내기 어렵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오는데 모든 부담을 아버지인 이 회장이 다 안아줬다. 그 덕에 자신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여기까지 왔다. 아버지가 없는 상황이 되자마자 형사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에 이르렀다. 어찌보면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자마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아주 불행한 일이다. 경제개혁연대 근무 당시부터 오랫동안 삼성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은, 이번 사건이 이 부회장 자신의 판단과 능력에 의해서 이뤄진 게 아니라 가신 그룹에 의해 이뤄진 것이란 점이다. 구시대에서 신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과정에선 항상 갈등하고 부딪히게 된다. 여기서 리더가 능력이 있고 명확한 철학이 있다면 자신의 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그런 능력이 없었던 것 같다. 결국 가신들의 판단에 자신도 딸려갈 수밖에 없었고 지금 와서 보면 그 판단이 잘못된 것이다."

 

가신그룹에 대한 인적쇄신이 있을 것으로 보나.

 

"지금 상태에선 형사 책임을 질 사람도 분명 나올 것으로 보여 당연히 인적 쇄신이 될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삼성이 이 부회장에게 넘어가며 그룹 내에 이 부회장 사람들을 채운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 사람이라고 하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은 이 부회장이 키운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 밑에서 큰 사람 중에 자신을 따를 사람을 이 부회장이 고른 것이다. 이 점에서 이 회장 가신그룹과 다르다. 이건희 가신과 이재용 가신은 전혀 다른 성격일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삼성 의사결정이 이 부회장에게 넘어가며 한 첫 번째 테스트가 실패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 결정 이전부터 삼성을 노골적으로 지원한 정황이 서울고법 결정문에 적시돼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아니라는 해명만 계속 내고 있다.

 

"끝까지 가봐야 밝혀질 사안이지만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임용될 때 시장에선 많이 놀랐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네트워크에 의해 들어왔을 수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홍완선이라는 정치적 인물이 낙하산으로 왔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틀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벗어난 운신의 폭을 갖고 있을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당연히 삼성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시스템화 돼 있었고 그것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홍 전 본부장이 왔더라도 삼성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연금 자체 지배구조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워낙 큰손이다 보니 두 가지 성격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관투자자로서 수익성을 추구하는 성격이 있다. 이와 동시에 정부의 컨트롤 하에 있기 때문에 공공성이라는 명목의 정부 입김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결국 기관투자자로서의 수익성 추구가 아니라 또 다른 목표를 추구해야 하는 입장이 동시에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때문에 항상 갈등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다. 잘 융합되면 좋지만 그것이 안 된다면 삐걱거리고 잡음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별도로 분리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연금 운용을 수납·지급과 별개로 하자는 것이다. 그런 것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마련된다고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물론 시스템만으로 그것을 보장할 수 없다. 시스템이 구비되더라도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하면 다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운용까지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 내에 그물망까지 잘 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게 해야 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인게이지먼트 하라는 것이다. 투자자가 회사 경영진을 만나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투자자는 투자나 배당에 대한 요구를 할 수 있고 거꾸로 경영진은 투자자들의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 둘 사이에 더 긴밀한 관계를 맺으라는 것이다. 다만 비밀리에 뒷방에서 만나지 말고 공식적으로 만나라는 것이다. 공식적인 만남 등은 모두 기록으로 남게 된다. 인게이지먼트를 공식화하고 투명성 있게 처리하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칙 중 하나이다. 이런 원칙이 잡혀감으로써 시스템이 좀 더 보완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난해 이 부회장과 홍 전 본부장의 만남은 인게이지먼트가 아니다."

 

이 부회장이 홍 전 본부장을 만난 것을 이례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뭔가?

 

"사실 이 부회장이 평소 누구를 만나고 다니는지 우리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이나 장관급 인사 정도를 주로 만나는 사람이다. 그런데 홍 전 본부장을 따로 만났다. 누가 먼저 이 만남을 요청했고 둘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밝혀져야 한다. 진짜 순수한 목적으로 만난 건지도 알려져야 한다. 이런 것들이 특검 등에서 밝혀져야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역설적으로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 주장에는 더 힘이 실리게 됐다. 어떻게 전망하나.

 

"입법부에서 입법이 되고 행정부에서 집행이 된다. 그것을 어기면 사법부에서 판단을 한다. 하지만 이 세 곳 모두 국가적인 시스템에서 봤을 때 재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부분에 대한 근본적 성찰부터 필요하다. 재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이런 부분을 정리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재벌개혁 등에 대한 모든 대안들은 꼼꼼히 궁리해야 한다. 로비스트법 얘기까지 나온다. 어떤 방법이 논의되든 재벌로부터 독립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결국 민주적인 국가시스템이 복원돼야 한다. 시스템에 구멍이 생기면 재벌은 계속 그걸 뚫어서 무너뜨리려고 할 것이다. 재벌 개혁 법안을 만들고 기업집단법까지 거론이 되는 등 논의된 것은 참 많다. 입법부에서 성과를 내서 법안이 먼저 마련이 돼야 한다. 하지만 입법부 내에서도 그것이 쉽지는 않다.

 

재벌 입장에서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재벌도 민주적인 시스템을 따라줘야 한다. 그걸 재벌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재벌들에게 더 이상 로비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대화의 단절은 아니다. 이해 관계자로서 공식적이고 투명한 만남을 하면 된다. 그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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