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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남근 민변 부회장① "이재용 청문회 해명, 말도 안돼"

"총수들 청문회서 순간 모면에만 급급…특검은 재벌 뇌물죄 입증에 집중할 것"

한광범 기자 ㅣ totoro@sisajournal-e.com | 승인 2016.12.09(Fri) 1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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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는 '박 대통령과 독대 시 얘기를 이해 못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청문회 해명에 대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8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위민 사무실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보통은 독대 전 무슨 목적인지 얘기를 해준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 부회장을 포함해 재벌 총수들이 모르쇠 답변을 이어간 것과 관련해 현재 국회 청문회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재소환 절차가 예고되지 않으니까 총수들로서는 순간만 모면하면 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일관하는 것 같다"며 "필요할 경우 '다시 파악해서 오라'고 하는 게 올바르다"고 말했다.

 

이어 '최순실 별도 지원은 문제가 된 후에야 보고 받았다'는 이 부회장 주장에 대해선 "총수 결단이 없으면 어려운 액수"라고 일축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과 최씨 간의 자금거래 내역이 드러난 만큼 향후 박영수 특검팀의 제3자 뇌물죄 수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삼성물산 합병 등 계속되는 삼성의 탈법적 경영권 승계를 막기 위해선 해외에서 시행 중인 민사몰수제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가 8일 법무법인 위민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청문회에서 재벌 총수들 입장은 대동소이했다. 어떻게 봤나.

 

재벌 총수들이 '기억이 안 난다', '잘 모르겠다', '잘못했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등 대부분 이런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법정이었다면 이런 경우 '다음에 파악해서 오라'고 재소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재 국정조사 청문회 방식 하에선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 재소환절차를 예고하지 않으니까 재벌 총수들이 그런 식으로 일관하는 것 같다. 발뺌만 하고 가서 국민들의 분노가 크다. 필요할 경우 다시 파악해서 오라고 하는 게 더 올바르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또 불려 나와도 같은 태도를 반복할 것이다.

 

민변은 직접 삼성물산 합병 관련자들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노력한 인상이다.

 

박영수 특검팀에겐 뇌물수사가 주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기밀누설 등 다른 부분은 이미 검찰에서 다 수사를 했다. 추가적으로 나올 것이 별로 없다. 특검 수사도 김기춘(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수사 외에는 재벌들 뇌물 수사일 수밖에 없다. 

 

재벌 총수들이 다시 특검에 불려 나갈 것이라고 다들 예상한다. 이 부회장도 특검 수사에 대비한 것 같다. 뇌물죄 의혹 부분만 나오면 전부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고 했다. 독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한 것이 무슨 뜻인지 잘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보통은 그럴 수 없다. 독대 전 무슨 목적의 미팅이라는 얘기를 다 해준다. 당시에도 사전에 각 그룹별로 민원사항을 다 파악했다. 안종범(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다이어리를 보면 삼성이 '엘리엇의 반대'를 제출했다는 메모가 있다. 이 부회장의 말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삼성 등 몇 개 그룹 총수에 대해선 다시 소환해 물어보는 게 맞다.

 

삼성 측 해명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 몰래 미래전략실이 100억 원가량을 최씨에게 건넨 것'이다. 수긍하기 어렵다.

 

아마 이 부회장은 비난받을 각오를 한 것 같다. (삼성으로선) 총수가 형사처벌되는 것은 극구 막으려다보니 '이 부회장은 몰랐고 밑에서 다 알아서 했다'고 하는 것이다. (최씨에게 별도 지원한) 회계처리를 해야 하는데 100억 원 정도면 부담스러운 액수이다. 총수 결단이 없으면 어려운 액수로 보인다. 다 보고가 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삼성물산 합병이 거센 논란이 되고 있다. 보고서 외압 의혹을 제기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합병을 비판하면서도 법적 절차를 불법으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주 전 사장이 '법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얘기한 거 같지는 않다. 기관 투자자들을 압박해 다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절차상으로는 합병에 필요한 결의를 다 모았다. 하지만 이는 상법상 절차에 하자가 없다는 것일 뿐이다. 형사상 배임이 되느냐는 회사와 국민연금이 손해가 발생을 알고도 한 것인지가 쟁점이다. 이 문제는 결국 합병 결의로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느냐가 핵심이다. 피해가 가는데도 불구하고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했다는 점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도 합병이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찬성을 한 점이 배임 문제가 된다.

 

국민연금은 알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내부에서 적정 합병비율을 1(제일모직) 대 0.46(구 삼성물산)으로 보고 삼성이 내놓은 비율(1 대 0.35)로 하면 3000억 원 정도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나왔다. 이런데도 합병 찬성을 강행했다면 배임죄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합병 시 시너지효과를 기대했다고 한다. 경영적 판단을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이 이 같은 기대를 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 지금 와서 보면 시너지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손실이 실현됐다. 국민연금이 찬성 결정 이전 손실이 발생한 걸 알면서 나중에 이를 포장하기 위해 시너지효과란 걸 만들어낸 것인지 규명이 필요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 주장했다.

 

삼성물산 합병이 삼성전자 지배권 강화를 위해서라는 건 다들 알지 않나.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선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둘 다 문제가 있다. 구 삼성물산에 대해선 가치를 떨어뜨리는 작업이 있었다. 구 삼성물산은 원래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그 이전 1년 동안 수주를 안 했다. 또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도 있었는데 안 알렸다. 이렇게 해서 구 삼성물산 주가는 계속 끌어내려졌다. 반면 제일모직은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있었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갖고 있었다. 이 회사 가치가 15조 원이라고 상당히 과대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산이 2000억 원밖에 안 됐다. 당시엔 바이오회사라 2017년에 대박이 터질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이런 부분도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합병이 끝나고 보니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삼성바이오에피스라는 자회사가 있었다. 지분을 90% 이상 갖고 있었는데 영국계 회사가 옵션을 갖고 있어 사실상 지배력을 못 갖고 있다며 연결재무제표를 하지 않았다. 이처럼 한쪽에선 구 삼성물산 가치를 끌어올리고 또 다른 쪽에선 제일모직 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진행됐다.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맞추려고 했던 것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의 책임을 규명해야 할 주요 포인트이다. 국민연금은 객관적으로 평가를 통해 손실 발생을 알았으며 구체적 근거가 전혀 없는 시너지효과를 근거로 합병 찬성을 강행했다.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했고 그 대가로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에 돈을 냈다면 뇌물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삼성 관련 뇌물죄 수사에 막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국민연금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것 같다. 박영수 특검이 밝혀낼 수 있을까. 

 

보통 뇌물 사건에선 돈이 갔는지를 입증하지 못해 문제가 된다. 돈이 간 걸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과박스 등 현금을 통해 주고받는 등 금융거래로 주지 않는다. 그래서 복잡한 수사를 통해 돈을 주고받은 것을 주로 입증한다. 일단 거액의 돈이 오갔다면 결국 그 돈을 공짜로 줬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돈의 규모나 돈이 간 시점에 이뤄졌던 것을 비교해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다고 보면 뇌물죄가 인정된다. 삼성 사건은 다른 사건과 달리 돈이 간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돈을 주고받은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수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가 지난달 15일 참여연대·민주노총·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제3자 뇌물죄 등으로 고발하기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 부회장은 결국 삼성이 책임질 일이 발생해도 본인은 빠져나가려 하는 건가.

그건 삼성이 전통적으로 썼던 방법이다.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선 '총수 지시에 따랐다'는 인물이 나올 수 있다. 그런 분들의 증언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평상시 기업 운영 방식과 돈의 규모도 고려될 수 있다. 70억 원 정도의 규모를 과연 총수가 아닌 인사가 결재할 수 있을지의 문제이다. 회계상으로 제대로 처리하려면 상당한 책임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삼성은 과거 여러 사건에서 계열사 이사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이 부회장은 받지 않았다. 일례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사건이다. 이건희 회장과 이사들은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불법적 재산을 취득한 이 부회장은 나이가 서른한 살이고 그거을 잘 몰랐을 것이라는 이유로 배임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삼성SDS 사건을 통해 이 부회장이 취득한 걸 몰수했어야 했다. 그것을 못하다 보니 그 후 삼성이 SDS에 집중적으로 일감몰아주기를 했고 SDS 주가를 끌어올렸다. SDS 사건으로 취득한 228억 원이 지금 5조 원이 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 당시 위험한 범죄행위를 감행해 계열사 이사들만 처벌받고 증여세 440억 원과 회사 손실액 228억 원만 냈다. 

  

부당하게 취득한 재산을 환수할 방법은 없나.

 

19대 국회 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범죄환수특별법(일명 이학수법)을 발의한 적이 있다. 처벌을 받진 않았지만 범죄로 얻어진 재산인 건 명확하니까 그걸 환수하자는 의도였다. UN부패방지협약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자금세탁방지기구(FATA) 등에서도 민사몰수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부패범죄는 권력이 관계된 경우가 많아 부패가 일어나고 한참 후에 밝혀지는 특징이 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범죄수익 환수도 어려워진다. 더구나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경우 범죄 수익도 환수할 수 없다. 현재 범죄 수익에 대한 환수는 형사범죄 사건에서 부과형으로 돼 있다. 예를 들어 징역을 선고하며 거기에 부과적으로 몰수·추징하는 것이다.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의 경우를 보자. 검찰이 1054억 원을 기소 전 추징한 바 있다. 하지만 형사처벌 전 사망해서 한 푼도 환수할 수 없었다. 사망 외에도 해외도주 등으로 형사처벌을 못할 경우에도 범죄수익을 환수 못 한다. 이학수 전 삼성물산 고문이나 이 부회장은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형사처벌을 할 수가 없다. 일례로 전두환(전 대통령)의 미국 내 도피재산을 미국 정부가 민사몰수제도로 몰수했다. 그걸 우리나라에 돌려준 것이다. 미국 당국이 전두환을 형사처벌하지 못해도 미국으로 도피시켜놓은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해외 범죄자들이 우리나라로 재산을 빼돌려놓더라도 형사처벌을 할 수 없으니까 우리나라는 환수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오해를 받고 있다면 '취소할 수 있으면 취소하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이 말을 대입해보면 삼성물산 합병취소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항소 안 할 수 있다는 얘기 아닌가.

 

당연히 항소할 것이다. 삼성은 삼성물산 합병이 끝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가 되기 위해선 삼성전자 지분을 늘려야 한다. 이것 때문에 삼성이 무리하게 일을 벌이는 것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할 것이기때문에 중간에서 멈출 수 없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가려고 할 것이다.

 

청문회를 통해 이 부회장의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삼성 직원들이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세계 일류 기업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회사를 이끄는 사람들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세계 일류 기업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국가가 범죄행위, 탈세, 편법 등을 애써 눈감아 주려고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세계적 일류 기업이 된 이 상황에서도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 건 다르다. 잘못되고 처벌받아야 하는 행동이었지만 이건희 회장 시대엔 삼성이 일류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동정 여론도 있긴 했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선 달라야 한다. 이미 과거 방식으로 할 수 없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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