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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인터뷰] '문화계 큰 손' 이정환 기업銀 문화콘텐츠부장

"금융사 첫 전담조직으로 문화 생태계 육성 보람…이념 편중 벗어나 작품성·흥행성에 투자"

장가희 기자 ㅣ gani@sisajournal-e.com | 승인 2017.02.16(Thu) 11: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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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은 지난 2012년 국내 은행 최초로 문화콘텐츠에 투자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당시 조준희 전 행장은 "대한민국 금융기관 가운데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며 "기업은행의 행보가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후 5년간 문화콘텐츠금융부(문콘부)​는 다양한 영화, 드라마,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에 직·간접 투자를 해왔다. 투자 콘텐츠 대부분이 흥행을 보이며, 손이 닿으면 모두 황금으로 변한다는 의미인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투자라는 특성 때문에 섣불리 발을 담그지 못하는 시중은행들과 달리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문콘부는 "문화계 큰 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금융기관인 은행이 문화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문화 콘텐츠 산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다른 산업보다 높다. 기업은행에서는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2016년 콘텐츠산업 규모는 105조2000억원, 수출규모 61억8000만달러로 2010년(매출 73조원, 수출32조원) 이후 지속 성장 중이다. 특히 문화콘텐츠는 물적 담보와 재무중심의 기존 여신심사가 굉장히 어렵다. 맞춤형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은행에서는 콘텐츠 생태계 육성을 위해 정책금융을 추진했다.

은행 입장에서 안전한 여신지원을 하는 대신 투자에 뛰어든 동기는.

처음에는 여신 위주로 했다가 최근에 보니 투자도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투자, 대출 등을 복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문화 콘텐츠 부서를 활성화 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사 입장에서 봤을 때, 여신을 잘 받지 않으려 한다. 은행입장에서도 콘텐츠 관련 사업은 여신을 제공할 만큼 담보력이 강하지 않다. 여신을 내주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신용대출도 가능하지만 꾸준히 성과를 내는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보통 영화 관련 산업 특성상 매출이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여신보단 투자를 받으려고 한다.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뭔가.

가장 성공한 작품은 배우 유해진 주연의 ‘럭키’였다. 관객이 700만명 정도 들었는데, 손익분기점이 180만명이었다. 이때 수익률이 180%였다. 2016년 들어 최대 히트작이다. 이때까지 최고 수익은 럭키고, 과거에는 검사외전 투자수익률이 150%였는데, ‘럭키’는 손익분기점이 워낙 낮았고,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아 성공했다.  

 

성공한 작품 이외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작품도 많다. 

 
전도연, 공유 주연의 ‘남과여’는 마이너스 75%의 수익을 얻었다. 투자를 하려면 소위 ‘라인업이 된 여러 영화에 한꺼번에 투자를 해야 한다. 즉 대박이 날 조짐이 보이는 영화에 투자를 하려면 해당 배급사에서 흥행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작품을 2~3개씩, 특히 멜로물을 끼워 판다. “흥행이 예상되는 영화에 투자를 할거면 다른 작품들도 2~3개씩 함께 투자해야 참여시켜주겠다”는 식이다. 많은 금액을 한 영화에만 투자하고 싶어도 여유가 없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가장 좋은 성과를 얻은 부분은 어느 분야인가.

지난해 공연 투자는 안했다. 김영란법 논란도 있었고, 공연 티켓이 워낙 비싸니까. 잘 안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봤을 때 영화 투자 수익이 높다. 드라마는 수익률이 정해져 있다. 일정 규모 수익을 얻을 순 있지만 영화처럼 크게 흥행을 할때와 같은 큰 수익을 얻을 순 없다.

투자를 할 때 어떤 방식을 거치나. 의사결정 과정을 알려 달라.

우선 제작사, 배급사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으면 11명의 문화콘텐츠부 직원들의 회의를 거친다. 이때 문화 콘텐츠 정보 교류회에 속한 전문가들에게도 자문을 구한다. 이후 투자심의위원회에 올려 사업성이 있다고 결론이 나면 투자가 확정된다. 은행은 시스템 체제다. 한 사람이 결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수익률이 뒷받침 되는 거다.

현재 문콘부는 콘텐츠 투자 평가모형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배우가 A급이다. 유명한 감독이다. 이러면 A, B, C 등 점수로 환산해 투자 금액,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얼마 전엔 관객 수 예측 지수를 만들었다. 한 영화가 개봉했을 때 예상 관객수가 어느정도일지를 알아보는 지수다. 예를 들어 개봉일 다음날 관객 수 곱하기 7을 하면 해당 주의 예상 관객 수가 나온다. 만약 개봉 다음날 20만이 왔다면 그 주에 140만이 예상되고(20만 곱하기 7), 향후 한 달 예상 관객 수를 알고 싶다면 한 주 예상 관객수에 4를 곱한다. 개봉 다음날 관객 수를 예측하면, 마케팅에 더욱 열을 올릴지, 포기할지 등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5년간 투자를 하다 보니 평가 모형에 넣어 지수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계산해 내는 측정방식을 만들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 중이다.

문콘부에는 영화 관련 학과를 전공한 사람이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나.

처음 이 부서를 꾸렸을 때만 해도 직원들의 해당 분야 경험이 전무해 외부 전문가들을 기용했다. 그러나 5년이라는 시간동안 노하우가 쌓여, 네트워크를 확장했고 평판도 좋아졌다. 굳이 외부 전문가들을 기용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물어볼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최근에 투자한 문화 콘텐츠 중 수익이 기대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나.

최근 개봉한 영화 중 액션물인 ‘마스터’가 관객수가 715만명을 기록하했고, 현재 상영중인 현빈 주연의 '공조'와 정우성 주연의 '더 킹'도 흥행중이다. 지난 9일에 개봉한 지창욱, 심은경 주연의 액션물 '조작된 도시'에도 투자했다. 하정우, 차태현 주연의 ‘신과 함께’는 하반기 기대작이다. 10억을 투자했다. 황정민, 송중기가 주연한 ‘군함도’ 역시 흥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6억 투자했다.

올해 문화콘텐츠 투자 계획과 분야는.

우수문화콘텐츠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할 예정이다. 지분투자의 경우 현재 하고 있지 않지만 유망 중소제작사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이 있다면 직접 지분을 살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VR(가상현실·Virtual reality) 등 콘텐츠 기업의 저변 확대와 성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부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기업은행은 이념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영화의 작품성, 흥행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한다고 밝혔다. / 사진=권태현 기자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부서는 전쟁영화 투자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2015년 개봉한 연평해전, 2016년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은 투자검토 당시 흥행성, 작품성, 회수가능성 등을 바탕으로 투자 선정됐다. 우연히 전쟁영화가 연이어 투자된 것. 전쟁영화 장르는 사실 볼거리가 많아 흥행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부가 판권에서도 꾸준한 판매실적이 가능한 게 사실이다. 향후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대한 투자를 검토할 계획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이 있었다. 기업은행이 정부와 코드가 맞는 영화를 선호하진 않나.

 

전혀 그렇지 않다. 문콘부는 오직 영화의 성공 가능성, 투자 대비 수익률에 집중한다. 이념과 상관 없다. 만약 문콘부가 선별적으로 사상검증을 하고, 한 쪽 이념에 치중하는 영화에만 투자했다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지도 못했을거다. 배급사나 제작사와 원활한 소통도 어려웠을거다.  


중소기업을 돕는 은행이지만 대형 상업영화에만 투자한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얼마 전 저예산 다양성 영화에 투자할 펀드를 만들었다. 금액은 5억원이다. 상업영화에만 투자하지 않고 수익을 저예산 다양성 영화에 배분하자는 합의가 있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기업은행 문화콘텐츠부서가 대한민국 넘버원답게 다양한 상품. 시스템. 투자모형을 만들 계획이다. 국내 유일 문화콘텐츠 투자 부서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영화, 드라마 뿐만 아니라 VR, 애니메이션 등 모든 분야에 걸친 문화장르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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