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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연 1.25%서 8개월째

미 금리인상 가능성·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고려…인상·인하 요인 혼재로 한은 고민 커져

송준영 기자 ㅣ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7.02.23(Thu) 10: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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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1.25%로 동결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23일 금융통화운영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에서 8개월 연속 동결했다.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경제·통상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지켜보자는 심리가 금리 동결 배경으로 분석된다. 대내적으로도 해소 되지 않고 있는 가계부채, 탄핵정국 등이 한국은행의 금리 변경을 부담스럽게 했다.

한국은행으로선 앞으로가 더욱 중요해졌다. 올해 한국 경제는 2%대 저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경기 부양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반대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환율 조작국 지정 문제 등은 금리 인상, 원화 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물가 안정 문제도 남아 있어 향후 한국은행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한국은행, 8개월 연속 기준금리 동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함으로써 통화정책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8개월째 이어진 이번 금리동결은 시장 예상에 부합한 조치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99%가 동결을 예상한 바 있다.

이번 결정 배경에는 대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취임한 이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했다. 이달 21일(이하 현지 시각)에는 모든 무역 협정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재검토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어 시기와 영향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아졌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속도와 폭에 대한 불확실성도 이번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1년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연방준비제도 위원 점도표에서 올해 3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올해 1월에는 금리를 동결했고 이달 22일 발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록에선 “아주 가까운(fairly soon) 시일에 연방기금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며 3월 금리 인상 여지를 남긴 상황이다.

국내 상황도 통화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4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344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액을 기록했다. 금리를 인상할 경우 서민들의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할 수 있고 반대로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가계부채 총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확대된다. 이와 함께 탄핵정국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한 요인이었다.

◇ 운신의 폭 좁아진 한국은행···금리 인상·인하 요인 혼재 돼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행은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해졌다. 금리 인하 요인과 인상 요인이 뒤섞여 한은의 통화 정책 방향 결정을 힘들게 하고 있다. 우선 올해 한국 경제는 2%대 저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회복하고 있지만 내수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특히 지난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3으로 3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지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 심리가 추가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내수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 수출도 숫자상으로 낙관할 부분이 있지만 수출액 추이가 2015년과 지난해 평균을 밑돌아 수출이 진정 회복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며 “이로 인해 대선 이후 추경과 금리 인하가 고려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대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 환율 조작국 지정 문제 등은 금리 인상, 원화 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한국은행이 현행 1.25%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3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미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시장 매력이 낮아져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국의 기준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더불어 트럼프 정부의 환율 조작국 지정 문제도 한은의 통화정책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트럼프는 무역 적자국인 중국과 일본, 독일 등에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들 국가가 자국 화폐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 미국이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직 한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한국이 환율 조작국’이라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가 나오면서 우려는 확대되고 있다.

한 거시경제 연구원은 “한국은 규모순으로 6번째 대미 무역 흑자국에다 미국 재무부가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3%를 넘어선다. 따라서 환율 조작국 명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환율 조작국이라는 미국의 오해를 살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된다. 따라서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행은 통화 정책을 건드리기보다는 재정 정책을 통해 현안 해결을 더 원하는 눈치다. 올해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의원은 “완화적 통화·재정 정책이 동반 수행될 때 구조조정의 성과도 높아진다”며 재정정책 공조를 강조했다. 앞서 이주열 총재는 지난해 기자단과의 송년회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대변되는 요란한 통화정책의 시대가 가고 이제 재정정책의 시대가 온다고 하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며 “내년(2017년) 정부 예산은 완화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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