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넘어 세계 정복한다
  • 손장환(<중앙일보>) 체육부 부장 ()
  • 승인 2002.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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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 축구, 지난해 중국 꺾고 아시아 제패…53득점에 1실점 대기록


북한의 여자 축구는 아시아 최강 수준이다. 남자 축구가 침체의 늪을 걸어온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13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정상급인 중국을 3-1, 결승에서 일본을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이어서 지난 4월에는 불가리아에서 벌어진 알베나컵 국제축구대회에서 루마니아(5-1), 불가리아(4-0), 우크라이나(3-0), 러시아(2-1) 등 동유럽 강호들을 잇달아 꺾고 우승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특히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는 6게임에서 53득점, 1실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리금숙은 15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으며, 공격수 진별희는 뛰어난 플레이로 세계적인 선수로 떠올랐다. 이 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주장 조성옥(29)은 북한에서 영웅 반열에 올랐다.


북한 여자 축구가 급성장한 것은 당국의 꾸준한 지원과 풍부한 선수층에 기인한다. 1986년 여자 축구 경기(첫 공식 경기)를 지켜본 김정일 위원장이 “적극 지원하라”고 특별 지시를 했고, 여자 축구를 위한 기구가 만들어졌다.


북한 체육의 메카인 4·25선수단이 여자 축구단을 신설했고, 이후 우후죽순처럼 팀이 창단되어 현재는 12개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여자 실업팀 수는 단 2개이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1993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 여자축구 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일반의 관심도 높아졌다. 각 도의 체육구락부는 물론 각급 학교에서도 여자 축구단이 조직되었고, 축구 선수가 되겠다는 여학생 숫자도 늘어났다. 각종 체육대회에서도 여자 축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북한 여자 축구는 1997년에도 아시아선수권 준우승,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준우승 등 상승세를 계속했다. 그러나 1999년 미국에서 열린 제3회 여자월드컵 대회에서 8강 진출에 실패한 데다, 같은 해 11월 필리핀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3위에 그치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자 2000년 4월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미국 월드컵 멤버 20명 중 11명을 내보내고 기본기와 체력이 뛰어난 젊은 선수들로 전력을 보강했다.번번이 중국의 벽에 막혀 우승하지 못했던 북한 여자 축구는 세대 교체 이후 급속도로 발전해 아시아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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