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가 된 거울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4.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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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이 국보라면 이해가 되시나요. 지금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생각해본다면 새로운 관점이 열립니다.

의자손수대경(宜子孫獸帶鏡)은 국보 제 161호입니다. 1971년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108종 2906점의 유물 가운데 한 점으로 지름 23.45cm인 작은 거울입니다.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3개의 거울 가운데 하나로 왕의 머리 부분에 놓여 있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거울(동으로 만들어졌기에 동경으로 불림)은 왕의 상징이었습니다. 무속 사회에서 하늘과 인간을 잇는 영매자인 무속인들이 거울을 상징으로 삼았던 것이 이어진 것입니다. 청동기 시대에 거울은 태양의 상징으로서 마귀를 쫓는 주술이 도구로 쓰였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무속과 왕은 기본적으로 같은 범주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동경에는 발견 당시 고리가 달려 있었습니다. 학자들은 왕이 이 동경을 가슴에 찼던 것으로 봅니다. 왕이 가슴에 찬 거울이 햇볕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모습, 그것은 곧 왕이 태양과 같은 존재, 하늘의 명을 대리 집행하는 존재라는 강한 상징성을 피지배자들에게 주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의자손수대경 뒷면에는 중앙에 있는 고리를 감싸는 9개의 돌기 그리고 그 바깥에 2개의 원이 둘러져 있습니다. 문양도 7개가 있는데 밝혀진 세 개의 문양은 쳥룡과 백호 주작으로 밝혀졌습니다. 아마 나머지 문양 가운데 현무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신신앙을 숭앙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의자손수대경과 비슷한 동경은 일본 16대 천황인 '닌토쿠 천황릉'에서도 1872년 발견되었습니다. 오사카에 있는 백제인의 군집묘로 알려진 '이치츠카 고분군'가운데 126호 고분에서 나온 동경 문양은 의자손수대경 문양과 똑같습니다. 동경이 일본과 백제의 역사 비밀을 풀어줄 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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