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전문 홍보사는 못하는 일이 없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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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집지나 신문, 방송에는 병원이나 전문 의약품 광고를 할 수 없다. 때문에 더 많은 사람에게 신약이나 의료진을 소개하려는 제약사와 병원 들의 수고는 눈물겹다.
궁여지책 끝에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간접 홍보. 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에 자신들이 개발한 약 이름을 끼워넣거나, 의사를 직접 출현시켜 병원을 알리는 것이다. 효과는 늘 기대 이상이다. ‘××병에 △△약이 좋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거나, 아무개 의사가 공중파 방송을 한번 타면 그 약과 그 의사의 ‘진료권’은 불티 나게 팔린다. 

물론 간접 홍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제약사나 병원이 그 일을 의료 홍보 대행사(홍보사)에 위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국내에는 홍보사가 50여 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약자의 뜻을 이루기 위해 홍보사들이 하는 일은 다채롭다. 각종 질병에 관한 최신 정보를 챙겨 미디어에 배포하거나(당연히 그 자료에는 계약을 맺은 병원이나 의약품, 의사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기자간담회를 열거나, 기자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전문의들을 직접 연결해 주기도 한다. 때로는 병원이나 의사 대신 기자들을 ‘접대’하고, 의학 관련 지면에 실리는 사진에 환자로 출연하기도 한다. 

노련한 홍보사들 덕에 병원이나 제약사 들은 일석이조 효과를 얻고 있다. 자연스럽게 홍보도 하고, 기자들을 ‘접대’해야 하는 부담감에서도 벗어난 것이다. 기자들도 덕을 보고 있다. 전화 한 통화면 필요한 자료를 건네받고, 전문가를 소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 언제나 ‘3류’ 기자와 매체가 문제다. 그들은 홍보사가 넘겨준 ‘기사 같은 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거나, 지면을 팔아 병원이나 제약사가 건넨 ‘정보’를 그대로 실어준다. 그리고 촌지를 달라며 더러운 손을 내밀기도 한다. ‘자본 앞에 언론이 무릎을 꿇고 있다’는 말이 소문만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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