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두렵다고 햇볕 못 즐기랴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5.05.2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단제·선글라스 등 어떻게 고르나

 
나들이 철이다. 하지만 ‘아직 봄인데’ 하는 방심 때문에 자외선 피해는 더욱 커진다. 지난 주말 서울의 자외선 지수는 7.7. 제주는 8.7까지 치솟았다. 보통 피부에 30분 이상 쬐면 피부에 홍반이 생기는 수준이다. 

1998년부터 기상청이 발표해온 자외선 지수 추이표에 따르면 5월부터 한여름의 자외선 지수에 근접하는 날이 많아진다.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 볕에 딸 내보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셈이다. 

 그렇다고 마냥 햇볕을 두려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쨌거나 일광욕은 기분을 좋게 하고, 비타민D 합성을 늘린다. 피부 노화의 주범인 자외선 피폭량을 줄이면서 햇빛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보자. 

우선 자외선은 파장 범위에 따라 자외선 A, B, C로 나뉜다. 발암성이 있어 가장 치명적인 C는 오존층 구멍이 확대되어 감에 따라 위험성이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오존층에 의해 걸러진다. 일상 환경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자외선A(UVA 파장 320~400nm)와 B(UVB 파장 280~320nm)이다. 

그동안 눈길을 끈 것은 자외선 B이다. 피부에 화상을 일으키고 피부를 검게 만드는 등 화끈한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자외선 A에게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외선 A는 사계절 내내 날씨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탓에 자외선의 95%를 차지한다. 그러면서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한 까닭은 당장 눈에 띄는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외선 A의 굼뜬 시간차 공격

 하지만 점차 누적 결과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자외선 A도 만만치 않은 만행을 저지르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피부 노화와 면역 내성 약화에는 자외선 A의 상관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광(光)노화’라는 용어가 정착될 만큼, 자외선 A는 피부 노화의 주범으로 손꼽히고 있다(상자 기사 참조). 

파장이 길고 강한 자외선 A는, 작용이 굼뜬 대신 창문이나 얇은 커튼을 뚫고 피부 깊숙한 진피에까지 도달한다. 심지어 흐린 날에도 하루 내내 일정한 양이 내리쬐고 유리도 거뜬히 통과하기 때문에 실내나 자동차 내부에 있어도 안전하지 않다. ‘생활 자외선’이라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피부의 탄력을 떨어뜨리고 잔주름·기미·주근깨·색소 침착·노화 등을 일으킨다. 차단 제품의 경우 자외선 A 차단 여부는  PA로 표시된다. 여기에 +(2배), ++(4배), +++(8배)가 붙어 정도를 나타낸다.

 혹서·녹지 부족이 자외선 수치 늘려

자외선 B는 전체 자외선의 5%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온갖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된다. 파장이짧아 피부 표피에만 작용한다. 화끈거림·가려움·물집 등이 대표적인 자외선 B의 흔적들이다. 차단 지수는 SPF로 표시되고 수치가 높을수록 효과가 강하다. 하지만 이는 절대치가 아니다.

 
예를 들어 SPF 30인 썬크림의 경우 그 의미는, 크림을 바르면 ‘빛을 쬐었을 때 처음 붉은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을 30배 늦추어준다’는 뜻이다. 즉 햇볕을 쬔 후 10분 만에 피부가 빨갛게 타는 사람이라면 10분×30배, 즉 다섯 시간 동안 타지 않도록 피부색을 지켜준다. 그러니 남들보다 쉽게 타는 사람은 그만큼 차단 지수가 높은 제품을 골라야 한다. 

자외선에 대한 경각심은 백인들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피부 보호 기능을 하는 멜라닌 색소가 부족해 자외선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보건복지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지원 아래 피부 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호주는 아예 텔레비전 공익 광고를 통해 자외선 차단제 상용을 권고할 정도이다. 

 하지만 피부색만 믿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프랑스 로레알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도시의 자외선 양은 같은 위도의 유럽이나 미국보다 2~5배 강하다. 혹서와 녹지 부족이 자외선 수치를 늘리기 때문이다. 녹지와 우거진 숲은 자외선 반사율이 낮은 반면 시멘트길과 아스팔트, 수면은 자외선 반사율을 높인다. 그러니 자외선 A와 B를 모두 막아주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필수이다. 여기에 모자와 긴팔 옷, 선글라스(고글) 등으로 이중 차단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피부가 연약한 여성들은 매일 화장을 하는 덕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외선 방어를 하고 있기가 십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메이크업 베이스나 크림에 아예 자외선 보호 기능이 결합된 예가 많아졌다.
 
한 외국 화장품 회사의 메이크업 베이스를 쓰는 20대 여성 김영란씨. 확인해 보니 겉면에 ‘SPF30/PA++’라고 표기되어 있다. 여느 자외선 차단 크림 못지 않은 수준이다. 색조 화장 전에 피부 톤을 정리해주는 기능을 하는 메이크업 베이스는 그 자체로 뽀얀 색감을 갖기 때문에 차단제와 손쉽게 결합할 수 있는 것이다. 헤라·라네즈·설화수 등의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주)태평양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에도 점차 그와같은 ‘결합 상품’이 늘고 있다. 

반면 맨 얼굴로 다니는 유아나 남성 들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18세 이전에 자외선 피폭의 80%가 이루어진다는 외국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맨 얼굴로 바깥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어린이나,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남성들이야말로 자외선에 무방비이기 때문이다. 

세 살 자외선 여든까지 간다  

특히 유아는 성인에 비해 더욱 취약하다. 피부 보호 기능을 하는 멜라닌 색소나 표피가 충분히 성숙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양에 노출되더라도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3세 이하 어린이는 직접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외출할 때 모자나 긴팔 옷으로 햇빛을 막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전용 크림도 권장된다. 프랑스의 화장품 브랜드인 비오템의 유아 전용 크림은 SPF 60, PA++까지 나와 있다. 

 
다음은 자외선 차단 제품을 고르는 요령이다. 자외선 B 차단 지수인 SPF 수치와 자외선 A 차단 지수인 PA 정도가 모두 표시되어 있는 것 *식약청이 인정한 것임을 뜻하는 ‘기능성 화장품’ 표시가 있는 것을 고른다. 바르는 요령은 *외출 30분 전에 * 덧바를 수 있다면 2~3시간마다 한 번씩 * 진하다 싶을 정도로  * 땀이 많은 남성은 방수 기능이 추가된 것으로 * 씻을 때는 색조 화장을 한겹 더 했다는 생각으로 반드시 이중 세안해야 한다. 

썬탠을 할 때도 자외선 차단 제품을 발라야 한다. 갈색 피부를 원한다면 SPF 8~10, 살짝 그을린 피부를 원할 때는 적어도 15 이상 되는 제품을 발라 준다. 눈꺼풀·입술·귀·발 등 깜빡하기 쉬운 부분이 자외선에는 더욱 취약하다. 꼼꼼히 바르자. 

 눈 보호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글라스를 고를 때는 렌즈가 UV 차단 100%인지 확인해야 한다. 적어도 70%는 되어야 효과가 있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없는 색깔 렌즈는 더 위험하다. 짙은 색깔 때문에 동공이 열리게 되고, 그 때문에 자외선 유입률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원리 때문에 자외선 차단 코팅이 되어 있더라도 너무 진한 렌즈는 피하는 것이 좋다.  

색깔은 일상적으로 끼는 선글라스라면 초록색 계열이 좋다. 눈의 피로를 덜어주기 때문이다. 갈색 계열은 빛이 잘 흩어지는 청색 빛을 걸러주어 시야를 선명하게 해준다. 물 속에서 사용하는 물안경이나 스키장 혹은 해변가에서 사용하는 고글에는 갈색 렌즈가 권장된다. 회색 계열은 모든 색을 자연색 그대로 볼 수 있게 해주므로 운전자나 파일럿 등 강한 빛에 노출되는 사람에게 적당하다. 주황 렌즈는 먼지 때문에 일어나는 빛의 산란 효과를  덜어준다. 운동선수들이 주로 사용한다. 

렌즈는 크기가 클수록, 위치가 눈에 가까울수록, 측면까지 방어할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가 높다. 고글 형태가 선글라스에 비해 자외선 차단 효과가 더 높은 구조인 셈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