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에 맛보는 황홀경
  • 이지영 (음악 칼럼니스트) ()
  • 승인 200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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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볼 만한 공연/평창·남양주 등에서 다채로운 음악·연극 행사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한여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야외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베로나의 아레나 극장과 같이 휴양지에서 열리는 야외 오페라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베르비에 페스티벌, 에든버러 페스티벌,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 등 현존하는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악과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한껏 만끽하며 여름을 지낸다.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 나라에서도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각종 페스티벌을 만날 수 있다.
여름이다. 몸을 움직여 야외로 나가보자. 산과 들과 바다를 찾아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근사한 문화 피서를 즐겨보자.

평창은 그야말로 첫손에 꼽을 수 있는 여름 ‘피서지’이다. 용평 리조트와 대관령은 ‘스키’와 같은 겨울 스포츠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곳은 전국이 30℃를 웃도는 푹푹 찌는 날에도 15℃가 유지된다. 용평 리조트에서는 8월3~19일 ‘대관령 국제 음악제’가 열린다. 줄리어드 음악원의 강 효 교수가 음악감독을 맡은 이 페스티벌에는 상주 단체인 세종솔로이스츠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펠츠만·베자드 란즈바란·알도 파리소·와킨 발데페냐즈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찾는다. 피서지로서도 훌륭하지만 지난해 지안 왕과 블라디미르 펠츠만의 연주에 감동한 사람이라면 마음까지 시원스럽게 정화되는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음악제는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DMZ에서 역사적인 무대를 갖는다. 8월3일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분단국인 한반도의 DMZ(철원 노동당사 앞 특설 무대)에서 김진희의 <한 하늘(One Sky)>을 연주한다. 미리암 프리드와 볼프강 엠마누엘 슈미트의 연주도 기대되고, 무엇보다 11일과 14일에 이어지는 블라디미르 펠츠만의 <전람회의 그림>은 필청 공연이 되겠다. 공연이 없는 낮에는 1시간 30분 거리의 동해 바다를 찾아가도 좋겠고, 곤돌라를 이용해 대관령 정상에 올라가 신선한 바람을 맞아보는 것도 좋겠다.

양평에서는 중국 무술 잔치 열려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황홀경을 이루는 피서지에서 열리는 최고의 공연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팬들로 티켓이 조기 매진되는 만큼 오히려 소문 내고 싶지 않은 곳이다. 특별히 올해는 야외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연주 실황을 동시 중계함으로써 실내 공연장뿐만 아니라 한여름 밤 잔디밭에서 음악회를 즐길 수 있다.

서울과 조금 더 가까운 곳을 원한다면 북한강 물줄기를 따라 무대가 마련된 ‘세계야외공연축제 2005 경기’를 찾아가면 좋겠다. ‘남양주 세계야외공연축제’가 올해부터 내용도 풍성해지고 장소가 확장되면서 새롭게 변모했다.  가평·양평·남양주 등 경기 동북부 일대가 축제의 무대로 바뀔 참이다. 8월5~7일 열리는 이 축제에는 중국·일본·캐나다 등 해외 단체의 참여도 돋보이는데, 연극과 마임, 무용, 무술, 재즈와 클래식 그리고 국악과의 퓨전 음악 공연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주최측이 가장 자신 있게 소개하는 공연은 첫날 5일, 소림 무술을 선보일 <소림웅풍>이다. 양평 양서문화체육공원 강변 무대에서 펼쳐지는 소림의 무공은 가장 오래된 중국 무술의 진면목을 보여줄 것이다. 이와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재일동포 김수진이 이끄는 신주쿠양산박 극단의 <바람의 아들>. 연극적 판타지를 이용한 뛰어난 연출로 평단의 눈길을 모으는 공연이다.

부근의 양평·가평·남양주·구리 관광 코스도 함께 둘러보면 훌륭한 여름 여행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지역에서 성업하고 있는 펜션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야외 무대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펜션을 비롯한 근사한 숙박지에 여장을 풀고, 맛과 멋 기행이 함께 어우러진 지방색과 자연을 경험하는 1석3조의 특별한 휴가가 될 것이다.

제천에서는 가수들 ‘광란의 밤’

남한강을 따라서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단연 발군이다. 아름다운 청풍호 주변에서 펼쳐지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주제가 음악 영화인 만큼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두 번째 달, 이상은·강산에·윈디시티·하바드·커먼 그라운드·언니네 이발관·이한철·블랙홀·식스틴·캐스터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아름다운 호반에서 광란의 밤을 연출한다. <접속><정글스토리><마리 이야기><플란다스의 개><와이키키 브라더스> 등 영화 음악이 특히 아름다웠던 영화들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호젓한 휴식을 위한 몇몇 장소를 소개했지만 ‘여름’을 얘기할 때 부산을 빼놓으면 왠지 섭섭하다. 부산의 바다 축제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다. 8월1~9일 시 전역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세계적인 축제의 도시’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부산에서는 1일 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불꽃 쇼를 시작으로, ‘배틀 댄스 경연대회’ ‘부산비치 게임 페스티벌’을 비롯해 비치 발리볼 대회, 수영 대회 그리고 8개국 22개팀이 참가하는 ‘제1회 부산국제해변무용제’가 7~11일 열린다.

 
또한 8월5~7일 초대형 록 페스티벌이 부산에서 열린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 페스티벌에는 한국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다섯 나라 록밴드 19개 팀이 참가한다. 윤도현밴드·크라잉너트 등 유명 밴드와 함께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이상훈이 결성한 밴드 ‘왓’의 공연까지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피서’라고 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조금 늦을 수도 있겠으나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페스티벌 하나를 더 소개한다. 9월2~4일 가평의 자라섬에서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지난해 첫선을 보이며 훌륭한 라인업을 과시했던 이 페스티벌은 올해에는 리처드 보나 밴드·마이크 스턴 밴드·조슈아 레드맨 일래스틱 밴드·나윤선·트리오 토이킷·아시안 퍼커션 유니트·트리올로그까지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이름이 즐비하다.

8월의 무더위를 살짝 넘긴 9월의 첫째 주말에 열리는 환상의 재즈 페스티벌. 재즈와 함께 흥을 타며 긴 밤을 지내는 훌륭한 주말 여행을 계획해보자. 페스티벌 기간에는 재즈 아티스트 사진전과 세계의 타악기 전시, 나비 전시가 열린다. 각종 폭포와 유명 계곡, 수상 레포츠의 천국인 가평은 휴식처로서 충분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만큼 기회를 놓치지 말고 색다른 피서으 즐거움을 만끽해 보자. 이 페스티벌이 더 유명해지기 전에 얼른 찾아가 보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내년에는 옆 사람에게 이 페스티벌의 매력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을 만큼 푹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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