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그대’ 잠 깨어나라
  • 연용호(<창업&프랜차이즈> 편집국장) ()
  • 승인 2005.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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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클리닉] 5060세대 ‘실버 창업’ 비결/과감한 결단, 철저한 아이템 검증 필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5060세대 실버창업이 늘고 있다. 조기정년제 확대와 이에 따른 노후생활 대비 등이 실버창업이 점증하는 사회적 배경이다. 물론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경제활동 기간 또한 그만큼 연장되고 있는 탓도 크다.

한국인의 2001년 평균수명은 76.5세로 지난 11년 사이 다섯 살이나 많아졌다. 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빠른 추세로, 2050년이면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싫든 좋든 삶의 경제적인 측면에서 실버창업이 필요한 때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형 노인복지 정책이 사실상 전무한 현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내가 나를 먹여 살려야 하는 것이다.

노후자금으로 창업하는 데는 분명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버창업자에게는 전문성과 경험, 인맥과 자금력이라는 무기가 있다. 오랜 사회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은 전문성이야말로 실버창업자의 경쟁력이다. 또 학교와 직장, 비즈니스와 관련한 다양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창업했을 때 유리하게 작용되는 부분이다. 창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자금력 역시 젊은 세대에 비해 우월하다.

한국유통경제연구소 김성수 소장은 “실버창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분명한 결단이다. 자칫 머뭇거리다 보면 기회를 잃고 자신감마저 잃을 수 있다”라면서 “실버창업은 어쩌면 생의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철저히 검증된 사업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태 인구문제연구소 소장은 “고령화 사회의 중장년은 스스로의 자활 의지와 자구책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고용기회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뭔가 ‘자기 일(Enterprise of Self)’을 찾아야 할 중장년층에게 용기와 정보를 주고자 <50대 창업시대>라는 창업지침서를 쓰기도 했다. 50세 이후에 창업해 성공한 국내외 인물들의 창업 스토리가 중장년의 창업 의욕을 북돋우는 책이다. 60대 벤처기업인과 70, 80대에 새 일에 뛰어든 노익장의 이야기는 ‘이제 겨우’ 50대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된다.

박은태 소장은 “실버창업의 장점은 직장에서 닦은 전문성, 거래처 등 그동안의 인간관계에서 형성된 인맥, 또 퇴직금과 저축, 신용으로 인한 차입 능력 등 자금력이 있다는 점이다. 다만 모험심이 부족한 게 단점이다. 그러나 50대, 60대에게도 ‘앉아서 늙는’ 안일한 길을 마다하고 모험적인 일에 도전하는 열정과 벤처 정신이 분명히 있다. 그걸 살려나가는 게 중요하다. 50대 취업은 사실 어렵지만 창업은 60대, 70대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버창업은 고령화 사회에서 자기 자신을 구하고 사회 활력의 주체도 되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청년실업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현실에서 실버창업은 뒷전이라고 생각하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실버창업은 청년실업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창업으로 인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청년실업 지원금뿐 아니라 실버창업 지원금 예산을 편성해 창업교육과 창업자금, 경영지원자금 등으로 이끌어야 한다. 실버창업의 기회를 확대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아쉽기만 하다.

미국은 각 주마다 EDA(Economic Development Administration. 경제개발처)를 두고 재훈련을 통한 창업 적성 개발과 창업 핵심 요소 전수 등으로 실버창업이 용이하도록 돕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체 창업자 중 50대가 20%, 60대 이상이 5% 가까이 되는데, 이들 실버창업자를 위한 금융기관을 별도로 운영해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특별히 9년간 정부가 구매계약을 맺어줘 사업 안정을 보장하는 정책을 펼쳐 실버창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싱가포르처럼 아파트 형태의 상가단지를 조성해 무상으로 점포를 임대해주거나 창업자금 대출 금리를 낮춰 실버창업자의 의지를 북돋아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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