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수가 복직하면서 그 사이 불거졌던 여러 이슈도 하나 둘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대필 의혹 사건도 그렇다. 8월2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8월8일 김민수 교수가 고발한 ‘권영걸 교수
공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대필 수수께끼를 재판에서 가릴 마지막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필적 감정가들 “G는 권학장
맞다”
심사보고서 대필 사건이란 1998년 당시 김교수를 가장 박하게 평가했던 바로 그 심사위원(심사위원 G)이
알고 보니 권영걸 서울대 미대 학장이었다는 의혹이다. 서류상 심사위원 G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외부 인사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내부 인사인
권학장이 대필해 심사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은 권학장의 인사기록 카드 등을 입수해 필적감정원에
1998년 심사보고서 필적과 비교 의뢰했다. 필적 감정원 세 군데 가운데 일본의 감정원은 동일인이라고 판정했고, 국내 감정원 두 곳은
‘상사(相似)하다‘라고 판정했다. 당시 감정을 맡았던 ㅈ감정원측은 “감정 자료가 부족하면 동일하다는 말보다 상사하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이 상사한 글씨를 연출할 가능성은 낮다”라고 말했다. 만약
권학장이 대필한 것이 맞다면, 개인적으로는 공문서 위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서울대 조직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이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최순영 의원은 2004년 11월23일 대필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 2월23일 관련 내용을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했다. 서울대(총장 정운찬)측은
공식적으로 대필 의혹을 부인했다.
G교수는 이 대필 의혹을 간단히 풀 수 있는 핵심 인물이다. 권영걸 학장으로서도 G교수가 나서서
실명을 공개하고 자신의 필적을 보여주면 모든 누명(?)과 의혹을 풀 수 있어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서울대측은 “G교수의 이름이 공개되면 김민수
교수가 G교수를 물고늘어질 수 있다”라며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권교수가 피고발인이었으므로 G교수를 부를
필요는 없었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1998년 당시 김민수 교수
재임용 심사위원에 위촉될 만한 주요 후보 인사 4명에게 문의한 결과 아무도 자기가 G심사위원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대판 드레퓌스
사건’과 달리 ‘서울대판 강기훈 사건’은 영원히 미궁 속으로 빠질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