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했던 19년의 遺産 긍정⋅부정 엇갈려
  • 朴俊雄 기자 ()
  • 승인 1989.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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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紙⋅갤럽조사서 경제성장은 높이 평가
朴正熙 死後 10年-또는 박정희 有故時代 10年, 역사는 흐른다. 그는 과거의 인물이 되었고 우리는 미래에 희망을 걸며 이제 90년대의 문턱에 서있다. 그는 역사라는 이름에 의해 청산되고 있는가, 아니면 계승되어야 할 무엇과 청산⋅극복되어야 한 어떠한 것을 그는 우리에게 남겨주고 있는 것일까. ≪시사저널≫은 창간 특집의 일환으로 일반국민들이 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며, 그의 19년 통치가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다만 미리 밝혀두어야 할 것은 이러한 여론조사는 이성적인 판단과 체계적인 思考에 바탕하여 이루어져야 할 진지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기보다 국민의 心證과 정황, 그 반응의 윤곽을 살피는 것이므로 엄밀하게 말할 때 역사적 평가의 준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은 지금으로서는 가능한 것이 아니며 여전히 ‘後世의 역사’에 맡길 일이다.
  부마사태와 10⋅26사태 10년. 강산이 변했다면 민심은 어떠할까. 이번 조사는 의문으로부터 시작되어 또 다른 질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었다.
  과거에 대한 향수인가, 亡者에 대한 추모인가. 아니면 우리 국민 특유의 건망증인가. 60년대와 70년대를 통틀어 功이 됐건 過가 댔건 한국현대사에 커다란 자취를 남긴 그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보다 높은 긍정적 평가와 보다 깊은 동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껏 많은 사람들은 그가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을 이룩해 오늘의 산업사회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반면에 역사상 유례없는 강권정치를 밀고 나가면서 정치적⋅사회적⋅도덕적 희생을 강요했고, 결과적으로 역사의 후퇴를 초래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경제성장만 해도 당시 우리 국민의 잠재력이나 국내외 경제여건으로 보아 박정권이 아니었더라도 그만한 성과는 있었을 것이며, 실제로 그가 추진했던 경제개발계획도 民主黨정부에 의해 마련되었던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는 이도 있었다.
  또한 박대통령이 형제처럼 믿고 의지했던 金載圭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살해될 수밖에 없을 만큼 심각했던 권력 내부의 암투와 경직성, 그리고 이로부터 비롯된 체제적 모순, 사회갈등을 지적한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박정권이 이러한 유산은 5共으로 연결되면서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채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처럼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朴正熙시대’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측량해보기 위해 ≪시사저널≫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번의 조사결과 그의 18년 집권이 우리 역사에 유익했다는 반응이 66.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그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90.5%가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어 긍정적인 반응이 부정적인 견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한 5⋅16에 대해서도 ‘국가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반응이 48.2%로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5⋅16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는 점이 새롭다. 반면에 10⋅26이후 全斗煥정권이 등장 하기까지 잇따른 사건(12⋅12사태, 5⋅17등)에 대해서는 ‘정권을 잡으려는 일부 군인들이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가로막은 잘못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57.0%로 나타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견해(23.3%)보다 2배를 윗돌았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田錫昊 교수(中央大)는 “정치현상에 대한 평가에는 시간의 변수가 작용하는 듯하다”고 분석한다. 朴正熙 개인이나 정책에 관계없이 잘 살게 만든 시대의 대통령이며, 마침내 비참하게 최후를 마치지 않았느냐는 감상적 성향이 ‘역시 舊官이 名官’이라는 반응으로 쉽게 연결된 것같다는 지적이다.
  조사결과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朴正熙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에서는 ‘아주 좋은 평가를 내리겠다’ 56.4%, ‘약간 좋은 평가를 내리겠다’ 34.1%로 긍정적 평가가 90.5%를 차지한 반면 부정적 견해는 5.9%에 불과했다. ‘좋은 평가를 내리겠다’(아주+약간)는 응답률은 대체적으로 학생층을 제외하고는 80% 이상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응답자의 연령, 교육수준, 직업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즉 20대층 (84.2%)이 다른 계층(30대 : 93.0%, 40대 : 94.1%, 50대 이상 : 94.5%)보다 낮고 대학재학 이상층(82.8%)이 다른 계층 (국졸 이하 : 92.5%, 중졸 91.2%, 고졸 91.3%)보다 낮으며 직업별로는 학생층(73.7%)에서 가장 낮았다.
  또한 朴대통령이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 중에서도 극단의 응답인 ‘매우 좋은 평가를 내리겠다’는 응답률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여 전라(36.6%), 서울(46.0%), 경기948,5%)에서 낮은 반면, 경북(79.7%), 강원(74.0%), 경남(68.4%), 충청(63.3%)에서 높았다.
  朴正熙 18년 집권에 대해서는 ‘아주 유익했다’ 26.1%, ‘약간 유익했다’ 40.0%로 긍정적인 견해가 66.1%인 반면 ‘그다지 유익하지 못했다’ 20.7%, ‘매우 유익하지 못했다’ 7.0%등 부정적인 반응이 27.7%였다.
  그의 18년 집권이 우리 역사에 ‘유익했다’(아주+약간)는 긍정적인 견해는 응답자의 성, 연령, 교육수준, 직업, 생활수준, 지역, 지역크기별로 약간 차이를 보였다.
  즉 성별로는 여자(67.8%)가 남자(64.4%)보다 높고, 연령별로는 고연령층일수록 높으며 (50대 이상 : 71.5%, 40대 : 65.9%, 30대 : 66.9%, 20대 : 62.2%) 저학력일수록 높았다. (국졸 이하 : 70.3%, 중졸 : 69.1%, 고졸 : 66.6%, 대재 이상 50.6%)
  한편 ‘유익하지 못했다’ (그다지+매우)는 부정적인 견해는 대체적으로 이와 반대의 경향을 보였다.
  18년에 걸친 장기집권에 대해서도 이처럼 ‘유익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특히 경제정책 관해서는 90% 이상이 압도적인 긍정적 평가를 하는데 대해 韓相範교수(東國大)는 “개발도상국가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난 성장만을 상식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韓교수는 또 5공화국과 6공화국의 정치 운영방향에 대한 불만과 반동이 지난 일을 미화시키려는 복고주의로 흐른데다 우리 국민 특유의 건망증이 정치적 감상주의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경향은 金載圭씨가 朴正熙씨를 살해한 10⋅26사건에 대한 평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0⋅26이 국가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손실이 되는 일이었다’ 44.1%, ‘크게 손실이 되는 일이었다’가 16.0%로 부정적 견해가 60.1%로 나타났다. 이에반해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와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의 긍정적 평가는 21.2%였으며 ‘모르겠다’는 유보적인 응답도 18.2%나 되었다.
  5⋅16에 대한 평가로는 ‘본질적으로 일부 군인들이 사회혼란을 이용하여 정권을 잡기 위해 일으킨 쿠테타였다’는 반응이 36.3%인데 비해 ‘그 당시 張勉정권하의 무질서와 혼란으로 인한 국가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일어난 불가피한 일이었다’가 48.2%로 5⋅16을 정당화하는 시각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10⋅26이후 全斗煥대통령정권이 들어서기까지의 잇따른 사건(12⋅12사태, 5⋅17 등)에 대해서는 ‘정권을 잡으려는 일부 군인들이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가로 막은 잘못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57.0%인 데 비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응답은 23.3%에 그쳤다.
  ‘잘못된 일’로 보는 응답률은 계층별로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였다. 즉 남자(64.7%)가 여자 49.6%)보다 높고, 저연령층(20대 : 66.1%, 30대 : 62.4%)이 고연령층(40대 : 48.8%, 50대 이상 : 44.5%)보다 높으며, 고학력층일수록 높았다. (국졸이하 41.3%, 중졸 : 55.5%, 고졸 62.4%, 대재이상 : 87.6%) 직업별로는 학생층(97.4%)과 화이트칼라층(79.3%)에서 높고,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높으며 (상 : 65.6%, 중 : 57.1%, 하 : 48.9%) 지역별로는 전라(77.5%)와 서울(73.6%)에서 높았다.
  여기에서 응답자들은 3공화국 탄생의 시발이었던 5⋅16을 ‘불가피한 일’로 평가하는 반면 5공화국 출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12⋅12와 5⋅17에 대해서는 ‘잘못된 일’로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5⋅16이 이제 국민들 뇌리에서 많이 사라졌고 특히 20∼30대 태반이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어린이었던데다 TV에서 방영되었거나 현재 방영되고 있는 <無風地帶> <제2共和國> 등의 드라마가 다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17은 5⋅16에 비해 대다수 국민들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고 5공청산 등이 현재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朴正熙씨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가장 잘했던 일은 무엇이냐는 자유응답의 질문에 대해서는 ‘새마을운동’ 34.7%, ‘경제발전’ 17.3%, ‘고속도로건설’ 16.5%, ‘농촌복지’4.5%의 순서로 나타나 국민들은 앞에서 지적된 것처럼 경제를 가장 큰 치적으로 꼽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尹泳五교수(國民大)는 “5共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당시의 경제적 발전이 상대적으로 커보이고 維新이나 3공화국 시절로 되돌아가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당시의 경제발전은 근로자나 기업인을 포함해 전국민적 노력으로 얻어진 것인데도 이를 정권과 동일시하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尹교수는 또 “5共때도 경제성장이 있었고 실제로 1자리 숫자 내의 물가안정 등 눈에 보이는 실적이 있었다. 維新체제는 사실상 종신대통령제로서 5共때보다 훨씬 더 비민주적이었다. 앞에 문제가 쌓여 있는데도 과거에만 매달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 이번 조사에서는 朴대통령의 ‘가장 잘못했던 일’로 ‘장기집권’ (36.2%), ‘독재’ (17.1%), ‘10월유신’ (3.6%), ‘군부정치’ (1.5%), ‘인권탄압’ (1.1%)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 1%미만이긴 하지만 민주화퇴보, 지역감정유발, 권력남용, 통일문제, 사생활문란, 부정부패, 언론탄압 등도 지적되었다.
  朴대통령이 독재의 길로 들어서게 된 10월維新에 대해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었다’ 26.0%,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었다’ 17.6%로 부정적인 견해가 43.6%인 반면 긍정적인 평가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었다’ 9.8%, ‘약간 바람직한 일이었다’ 22.8%를 합해 32.6%로 나타났다. 또한 ‘모르겠다’고 유보적인 견해를 보인 응답자도 23.2%나 되었는데, 여자 (35.0%), 50대 이상 (38.6%), 국졸 이하 (41.7%), 경북 (30.1%), 경남 (31.7%), 중소도시 (31.0%)의 계층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위의 결과에서 보듯이 朴정권에 대한 평가는 10월維新을 분기점으로 크게 달라지고 있는데, 維新 이전의 시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면 維新이후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朴정권에 대한 평가가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내, 嶺南쪽이 훨씬 긍정적이었으며 인구학적 특성별로는 저학력일수록, 邑⋅面일수록, 노년층일수록, 그리고 여자일수록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嶺南지역에서는 朴정권 당시의 국민적 지탄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질문에 대해 상당수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朴대통령에 대한 추모, 또는 막연히 동향출신이라는 인간적 측면에다 1인 장기독재, 10월維新 등 실질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생각이 교차되어 유보, 또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점은 朴정권의 업적 중 긍정적인 질문에서는 무응답이 적은 반면, 부정적인 질문에서 무응답이 높이 나타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반면에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응답은 전라⋅서울지역, 학생과 하이트 칼라, 대학재학 이상의 지식층, 20대의 젊은층에서 많이 나타났다.
  한편 갤럽조사와는 별도로 ≪시사저널≫이 延世大의 사회조사연구소와 함께 실시한 조사에서도 朴正熙전대통령에 대해 ‘대체로 잘했다’ 41.9%, ‘매우 잘했다’ 6.6%로 전체의 48.5%가 긍정적 평가를 한 반면 ‘대체로 잘못했다’ 20.3%, ‘매우 잘못했다’ 7.0%의 반응을 보였다.
  89년 9월6일부터 19일까지 서울⋅경기지역에 소재하는 대학의 사회과학분야 전공교수 3백50명을 무작위추출방법으로 선정하여 실시된 이 조사의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는 5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평균값이 李承晩 2.482, 朴正熙 3.209, 全斗煥 1.817 盧泰愚 2.666으로서 朴正熙씨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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