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1호 '개헌'의 운명
  • 이윤삼 편집국장 (yslee@sisapress.com)
  • 승인 2006.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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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총리가 개헌 얘기를 다시 꺼냈다. 국회에서 여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양새로 이총리는 개헌이 필요하며 개헌 시기는 2007년 대선 전에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5년 단임제 대통령의 한계, 대통령·국회의원·지자체 선거를 릴레이로 치러야 하는 선거의 경제·사회적 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개헌 논의가 ‘권력 구조 문제나 국민의 기본권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잊었겠지만 개헌은 노무현 대통령의 2002년 대선 공약 1호이기도 하다. ‘임기 내에 국민의 뜻을 모아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공감하는 듯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최근 펴낸 <2006 오피니언 트렌드 : 여론으로 전망하는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까지의 한국 정치>에 따르면 국민 60.1%가 헌법 개정에 찬성했다(2월7일 조사). 개헌론이 정치권의 이해 득실 차원을 넘어서 국민적 욕구에도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개헌 시기다. 같은 조사에서 상당수 국민들은 개헌은 필요하되, 시급한 과제로 여기지 않았다. ‘다음 정권에 해도 된다’(53.6%)가 ‘이번 정권 내에 해야 한다’(37.7%)보다 더 많았던 것이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1년 전 조사에서도 ‘차기 정권에 넘기라’는 응답이 더 우세했다.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와 공동 조사한 이번 주 여론조사는 그 실마리를 던져준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내에 역점을 두고 추진할 과제로 국민들은 경제 활성화, 취업난 해소, 사회 양극화 해소를 꼽았다. 정치 개혁은 뒤로 밀렸다. 헌법 개정 부분에서도 통치 형태가 아니라 토지공개념 등 경제 영역이 우선 꼽혔다.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빨리 해결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 3년을 맞았다. 전 정부에 비해 성적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잘못했으니 그만큼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일까.  요구도 봇물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정부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양극화 해소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소득 재분배 정책을 펴왔지만 결과는 오히려 나빠졌다. 정권 담당자들로서는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남은 임기 동안 강력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어떤 대의 명분도, 정치 개혁도 뜻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공약 1호인 개헌 문제도 노대통령 스스로 밝혔듯 ‘국민의 뜻’을 모으지 않으면 불가능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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