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들어오고 시민들은 나가고
  • 호주 시드니 김지환(자유 기고가) ()
  • 승인 2000.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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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밀레니엄 환경 올림픽 준비 완료 숙박 시설 부족 흠

이제는 올림픽을 위해 시드니를 방문하는 각국 선수단과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아울러  호주의 다(多) 문화를 알리는 일만 남았다. 지난 8월24일 호주 연방정부 이민부 필립 러독 장관은 이번 올림픽을 위해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시드니 중심지인 달랑하버 소재)예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호주 주요매체 및 소수 민족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올림픽 때 한꺼번에 몰려드는 각국 선수단의 원활한 출입국 처리를 위해 특별입국허가증만으로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또 관광객 입국 절차를 간소하게 하기 위해 전담 직원을 배치하겠다고도 밝혔다.

올림픽 진행을 준비하는 시드니 올림픽 조직 위원회(SOCOG)나 시설을 담당하는 올림픽 조정국(OCA)의 미디어 행사는 오래 전에 끝났다. 각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협의나 브리핑은 분야별로 하루가 멀다고 벌어졌다.

통신을 맡은 국영통신회사 텔스트라의 네트워크도 이미 완비되었다. 전화 팩스 비디오 연결망 등 이번 올림픽을 위한 통신 네트워크 규모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11배나 된다. 5개 통신회사가 시설을 제공한 1996년 애틀렌타 올림픽을 포함한 어떤 올림픽보다 방대한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갖추었다. 총 28개 종목이 펼쳐지는 경기장 시설은 이미 9개월 전에 완공되었다.

경기장 시설 9개월 전 완공 테스트 끝내
실제로 올림픽을 대비해 종목 별로 각국 선수단을 초청해 치른 테스트 이벤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되어 올해 초 마무리되었다. 이 행사를 통해 경기장 시설과 경기 운영 자원봉사자 지원등을 일찌감치 종합 점검한 것도 오래 전 시설 마련을 끝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분야의 경우 자원봉사자를 2년 전부터 모집해 교육했다. 현재 자원봉사자는 5만여 명이 확보되었다. 교통 시설도 점검을 끝냈다. 시드니 중심부와 공항을 연결하는 기차 노선이 3개월 전 개통된 데 이어 뉴사우스웨일스 주 교통국(SAT)과 올림픽 도로교통국(ORTA)은 올림픽기간에 시드니 전역에 걸쳐 버스와 페리를 24시간 운행한다는 계획을 마무리했다. 특히 페리 운행을 크게 변경했는데 이는 시드니의 파라마타 강이 올림픽 참가 선수와 관계자를 홈부시 베이로 운송하는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드니 올림픽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었다. 특히 1992년 중국과 경합해 27회 올림픽을 시드니로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기준이 되었던 환경 문제는 시드니가 자랑거리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상자기사참조)

하지만 지금 시드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게 들떠 있지는 않다.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은 올림픽과 관려된 사람들뿐이라는 인상도 준다. 지난7월말 올림픽 후원사인 호주의 안셋 항공사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 가운데 14%가 2주 간의 올림픽 기간에 시드니를 떠나 있겠다고 응답했다. 게다가 나머지 86% 가운데 36%만이 올림픽 관련 행사에 참여할 뜻을 비쳤다.

호텔 예약 1년 전에 완료
시드니 사람들(엄밀히 말하면 호주인들)이 이처럼 올림픽에 관심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이들의 성향 탓이다. 스포츠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몇몇 특정 분야(미식축구 크리켓)에 치중하며 올림픽처럼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치르는 것을 번잡스러워하는 탓이다. 안셋 항공의 조사에서 시드니를 벗어나겠다는 사람들이 대는 한결같은 이유는 사람이 북적대는 것이 싫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다 올림픽 기간에 몰려드는 각국 방문객을 수용하기에 절대 부족한 시드니의 숙박 시설도 이들을 밖으로 내모는 한 요인이다.

시드니의 각 호텔은 이미 1년 전에 예약이 끝난 상태 턱없이 부족한 숙박 시설 때문에 올림픽조직위는 꾸준히 민박을 홍보해 왔지만 선수단이 아닌 관광객은 골탕을 먹게 생겼다. 일반 가정의 민박(방 1개 기준) 비용은 보통 아파트 한 채 주당 임대료의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여기에다 가정집을 전부 내어줄 경우 임대료 수익만으로 한 가족이 외국을 여행할 비용이 된다는 점도 올림픽에 별 관심이 없다는 이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 또는 다른 도시로 여행할 계획을 세우게 만들고 있다.

올림픽의 도시 시드니의 분위기는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다. 소수만의 비즈니스 축제로 변질된 올리픽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올림픽 개최를 경제 발전을 이루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단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올림픽 유치를 국가적 사업으로 성공적 개최를 민족적 사명이라고 선전하며 분위기를 조성했던 1988년 서울올림픽과는 분명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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