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숙제는 ‘통일’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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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해결책 제시할 터”

호주문단 이끄는 김동호씨, 작품 마무리 위해 귀국
 호주에서 활동하는 작가 김동호씨(53)가 최근 일시 귀국했다. 장편소설《태극》을 고국에서 마무리짓기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는 그는 “이 소설을 쓰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태극》이 한국의 통일문제를 전방위에서 조명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 작품 앞에서 그가 스스로 세워놓은 원칙은 기왕의 시각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통일문제에 대한 올바른 견해를 가지기 위해 그는 세계 정치 문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한국 분단이 그러했듯이, 통일문제에도 동북아 국제관계가 뒤얽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장편소설의 핵심은 “왜 통일이 안된가”와 “그렇다면 통일은 어떻게 가능한가”이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생애를 통해 줄곧 품어온 위의 두 질문에 대한 응답을 자세하게 풀어놓지는 않았다. 통일문제에 관한 한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거나 바로 보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말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소설이 나오면 방정식 풀리듯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일부분 ‘누설’한 내용을 보면. 고르바초프와 교황을 등장시켜 이데올로기와 종교의 달라진 위치를 배경으로 깔고, 한국 월부의 핵심에 접근하는 기생과 그의 남편이었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내레이터로 나온다는 정도이다.

 김동호. 호주에서는 도노 김(DON'O KIM)이라 불리는 그가 분단 ·통일 문제를 전 생애에 걸쳐 끌어안은 연유는 그 역시 분단의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1940년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48년 월남한 뒤 길거리에서 형제를 만난 체험을 품고 있다. 호주 현지취재로 본지 49·50호(합병호)에 소개됐듯이 그의 호주행은 《광장》의 주인공 명준을 생각게한다. “나에게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 사유와 문학의 뿌리는 한국전쟁이다”라고 그는 밝힌 바 있다.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여고에서 불어를 잠깐 가르치다 호주정부 초청으로 국비유학을 떠났는데, 그는 호주에 발을 디딘 한국인 제1호였다. 그때 그가 호주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란 백호주의와 미항 시드니, 그리고 너무 달다는 바나나 정도였다. 첫인상은 제법 괜찮아서 “만일 천국 건설이 가능하다면 그 최적지는 호주일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국민들은 소박했고 드넓은 땅덩어리에 비해 인구도 적었다.

 국립 시드니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비교언어학 석사논문을 쓰다 집어치웠다. 서울에서 끄고 온 줄 알았던 문학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난 것이다. 그 무렵 호주 제일의 도서관에 취직해 있었다. 6년간 읽고 싶은 책을 다 독파했다. “내 작품을 이 서가에 꽂아야겠다”는 신념으로 3개월 만에 데뷔작인 《내 이름은 티안》을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출판사에서는 그의 작가적 역량을 인정해 호주 정부에 시민권을 요청하기가지 했다. 그는 호주 여자와 결혼하지 않고 시민권을 얻은 유일한 이방인이다.

 

호주 상륙 한국인 제1호…“성공한 외국인”

 김씨는 지금까지 영문 장편소설 3편을 펴냈다. 과작이지만 그의 작품세계는 대중소설이 판치는 호주문학의 맨 위에 위치한다. 《내 이름은 티안》과 《패스워드》는 지난해 국내에 번역됐다. 그의 소설은 오래 전에 시드니대학 영문과 교재로 채택되었으며 정부가 주는 문학창작 기금도 수차례 받았다. 그의 세번째 소설인 《차이나맨》은 일본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구로자와 아키라가 영화로 만들려고 했으나 한국측 제작자의 협조가 없어 무산되었다(그는 지금도 이 영화작업에의 기대를 버리지 않고 이/T다). 그는 또 호주 국영텔레비전방송이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호주에서 성공한 외국인 12인’의 첫번째 인물이기도 하다.

 독신인 그의 삶은 수도승에 가깝다. 인세나 기금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아 틈틈이 대학 강의로 밥을 해결한다. 바닷가에 사는 덕분에 시간이 나면 1인승 요트(오케이 클라스)를 타거나 낚시를 한다. 요트는 악기와 같아 매력적이다. 바람과 조류, 그리고 자신의 몸이 조화를 이루어야 배가 나간다. 이때 그에게 바다나 바람 등 자연은 어머니이다. “어머니 치밋자락을 붙잡고 배를 타는 것”이다.

 4월 하순경 그는 호주로 날아갔다가 곧 다시 돌아와 《태극》에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있을 예정이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국회의원 총선거와 국민당 정주영 대표 등장의 의미 등을 줄곧 관찰했다. 지하철에서는 스포츠신문을 탐닉하는 시민들을 보고 “승부에만 관심을 갖는 대중심리”를 읽었다. 이 심리가 선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고 그는 말했다. 이같은 그의 ‘서울읽기’는 그대로 《태극》속에 녹아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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