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오늘
  • 한종호 기자 ()
  • 승인 1993.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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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북한 고위급회담
북한 생존전략 전진 미국 봉쇄전략 후퇴

6월2~11일 네차례에 걸쳐 뉴욕에서 열린 미ㆍ북한 고위급 회담은 북한이 핵금조약 탈퇴를 일시적으로 유보하는 선에서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둘러싼 국제적 기장 국면은 위험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가장 본질적 의미는 한국전쟁 이래 계속되어 온 양측의 적대관계가 과거와 달리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맺게 됐다는 데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미국측이 ‘의제는 핵 문제에 국한한다’는 애초의 입장과 달리 북한에 대해 △차관보급 접촉 △차관급 회담 △국교 정상화 협상이라는 3단계 관계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은 기존의 봉쇄잔략에서 협상전략으로 대북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했다는 뜻이 된다. 북한으로서도 대미협상을 통한 생존전략을 관철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6월11일의 4차회담 합의문은 이번 회담이 정부간 대화임을 명시하고, 상대방에 대한 무력 불사용ㆍ내정 불간섭ㆍ자주권 존중ㆍ대화계속 동의 사항을 담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미국의 회담 전략에서는 전통적 강경론의 퇴조와 대북한 유화론의 득세가 두드러졌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북한에 양보한 것은 없으며 북한의 결정은 ‘중간 단계의 조처’이다”라고 주장했지만 강ㆍ온파 간의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ㆍ북한 관계가 개선되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북ㆍ일 수교회담도 급진전할 것이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일본 언론은 ‘클린턴의 풋내기 외교가 낳은 졸작’이라며 일제히 바난을 퍼부어 댔지만 사실 일본은 대북관계 진전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이다. 북한이 미ㆍ일과의 관계 개선에 성공할 경우 남북 교차승인은 사실상 완성된다. 분단의 장기화를 뜻하는 교차승인이야말로 주변국이 가장 원하는 ‘한반도 탈냉전화 방안’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북ㆍ미 회담은 분단 극복과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통일외교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 것 같다.

소말리아
거센 항의 부른 PKO '피의 복수‘

미군 주력 부대가 철수하고 난 소말리아에 또다시 유혈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5일 소말리아 최대의 군벌 '아이디드‘파가 파키스탄 국적의 유엔군에 총격을 가해 23명을 희생시킨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 12일과 13일 새벽 폭격기와 무장 헬리콥터, 그리고 지상군 특수부대를 투입하여 아이디드파 거점에 대한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 애스핀 미 국방장관은 “유엔의 장기적 구호 및 복구 작전을 위해서는 무력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3일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공습에 항의하는 주민의 거센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게다가 비무장시위대를 향해 파키스탄 병사들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20여 명이 사망함에 따라 유엔군에 대한 소말리아인의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그리고 내전과 기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단 유엔군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장래를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하는 소말리아인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질 것 같다.

이란
라프산자니 대통령 재선 … 개방화 계속

실용주의 노선을 주장하는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58) 대통령이 재선됨으로써 이란은 대서방 유화정책, 시장경제 도입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라프산자니 대통령은 6월12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63%의 득표율 (89년에는 94.5%)로 승리함으로써 재집권의 길을 열었다. 라프산자니는 호메이니 밑에서 9년간 국회의장으로 있다가 89년 호메이니 사망 이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장애가 많다. 그는 특유의 유연한 입장 때문에 정통 회교세력의 반발을 사 친서방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았으며 암살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군비확장, 원리주의 수출, 테러 지원 등을 둘러산 국제적 의혹을 해소하기 전에는 미국의 봉쇄정책에서 벗어나기 히들다. 미 국무성을 이란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테러 지원 국가’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은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원리주의 조직에 이란이 활동자금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개방된 국제사회로의 진출을 꾀하는 라프산자니 대통령은 집권후 테러지원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정부 내 강경파를 축출하기도 했다. 라프산자니가 앞으로 4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이란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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