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축구가 ‘쇼’란 말인가
  • 천정환 (문화평론가) ()
  • 승인 2006.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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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세상]
 
FC서울과 대구FC의 상암구장에 갔다가 경악했다. 홈구단이 경기를 연예인 쇼처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장내 아나운서가 있어서 선수를 소개할 때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월드 스타’ 같은 말도 안 되는 수사를 남발하여 선수들을 소개하고, 홈 팀이 골을 넣었을 때는 경기에까지 끼어들어 ‘멋진 골!’을 외쳐댔다. 하프타임 때는 선수들이 화면에 나와서 무슨 퀴즈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FC서울의 경기는 완전 졸전이었다. 박주영·김동진·김병지 등 스타가 즐비한 서울FC는, 모두 무명인데다 머리도 짧게 깎은 대구FC의 박종환식 축구에 밀려 허탈하게 졌다. 경기는 재미없으니 쇼라도 열심히 해야 되나? 짧은 치마를 입은 치어리더들이 상암구장에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장인지, 농구장인지, 축구인지 K1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일들은 없어졌으면 한다.

한국 축구가 성장하고 축구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자 축구 오염도 더욱 심각해진 것일까. 국민의 자발적인 축구 사랑의 발로였던 ‘대~한민국!’도, 붉은 티셔츠도, 2002년의 좋은 뜻을 다 잃어버리고 ‘애국’을 팔아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려는 이동통신 회사들의 장사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축구팬으로서 회의를 느낀다. 축구를 축구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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