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고속도로 천천히 달려도 위험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199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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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 피서길 안전운행 요령

산이나 해수욕장을 찾아 도심을 떠나는 자가운전자가 꼬리를 물고 있다. 마음은 뭉게구름처럼 부풀어 있지만, 온가족을 차에 태우고 피서지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평탄하지가 않다. 평소 아스팔트 길을 여유있게 달리던 자가운전자도 울퉁불퉁한 자갈길이나 흙먼지 날리는 황톳길을 운전할 때는 긴장하기 마련. 깊은 산속에서 갑작스런 폭우를 만나거나,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로막기라도 하면 자칫 큰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 정비연수원 이장훈 과장은 가족과 함께 가는 피서는 될 수 있으면 험로를 거치지 않는 지역으로 가기를 권한다. 부득이 험한 길을 가야 할 때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안전하게 운전하는 요령을 숙지하여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산길 주행 : 산길은 도로 폭이 좁고 가파른 데다 앞쪽이 보이지 않는 급커브 길이 잇달아 위험이 많다. 이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시속 1백㎞로 달리는 것보다 좁은 산길을 50㎞로 달리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도 있다.

산길에서 안전 운전을 하려면 기어를 바르게 작동하는 일이 중요하다. 수동 변속 차는 기어를 3단 또는 2단으로, 자동 변속 차는 2레인지 혹은 S레인지로 주행한다. 데코미터가 있는 차는 3천5백 회전~5천5백 회전을 가리키고 있는 기어를 선택하며, 기어를 너무 자주 변속하는 것은 좋지 않다. 에어컨은 10~15% 정도의 엔진 힘을 더 필요로 하므로 가파른 산길을 올라갈 때는 작동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산길에서는 올라가는 차가 우선이지만, 후진이 어려운 트럭이나 버스가 내려올 때는 승용차가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로폭이 좁은 길에서 마주오는 차와 엇갈려 지나쳐야 할 때는 마주오는 차에 가까이 접근한다. 산길은 한가운데가 두두룩하게 되어 있어 두 차가 바짝 다가서 있어도 차체는 바깥쪽으로 기울어진다. 다만 울퉁불퉁한 길은 예외다. 움푹 팬 곳에 왼쪽 타이어가 들어가면 마주오는 차와 부딪칠 수 있다.

 긴 내리막에서는 발 브레이크에 의존하지 말고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해야 한다. 브레이크를 너무 자주 사용하면 브레이크가 타는 페이드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가 멈추지 않아 매우 위험하다. 만일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당황하지 말고 엔진 브레이크로 차의 속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그런 뒤에 넓은 장소에 들어가 차를 돌려서 정지시킨다. 그럴 여유가 없을 때는 길가에 있는 가드레일에 차의 옆면을 문질러 차의 속도를 떨어뜨린다.

구부러진 길 : 구부러진 길은 원심력이 작용하므로 자동차가 뒤집히는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또 핸들을 잘못 조작하여 중앙선을 넘어가면 마주오는 차와 정면 충돌하게 되는 수도 있다. 구부러진 길을 돌 때는 평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슬로 인 패스트 아웃’ 원칙을 지킨다. 즉 커브에 진입할 때는 느린 속도로 들어가서, 커브 정점부터는 조금 속도를 내다가 출구가 보이면 좀더 빠른 속도로 빠져나간다.

 내리막 길이라면 커브 직전에 브레이크 패달을 한번 밟아 준다. 이때 주의할 점은 차체가 똑바로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차 뒷부분이 핸들이 꺾여 있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것은 내리막길에서만 일어나는 특유한 현상이다. 커브 길에 진입한 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옆으로 미끄러지기 쉬우므로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도록 주의한다. 구부러진 살길은 앞을 내다볼 수 없어서 더 위험하다. 오른쪽으로 휜 길에서는 최대한 안쪽으로 붙어서, 왼쪽으로 휜 길에서는 바깥쪽으로 붙어서 달리는 것이 안전하다.

모래밭·진흙길·자갈길 운행 : 강변이나 바닷가 모래밭에 차 바퀴가 빠져서 옴짝달싹도 못하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모래밭·진흙길에서는 타이어가 공전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스터크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기가 있는 모래는 굳어서 차가 달릴 수 있지만, 마른 모래밭에서는 스터크 확률이 크다.

 진흙길은 모래밭보다 스터크가 덜하다. 진창에서는 길에 팬 깊은 바퀴 자국을 피해서 가는 것이 요령. 만일 바퀴 자국에 들어가야 할 때는 반드시 깊이를 확인한다. 얼른 판단이 안되면 차에서 내려서 막대 등으로 지면을 찔러서 살펴본다.

 만일 스터크가 되었다면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까. 처음에는 구동륜의 앞뒤를 파서 되도록 완만한 각도로 바퀴가 달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다음에는 타이어 아래에다 타월·걸레나 잔 나뭇가지, 널빤지 등을 깐 뒤에 탈출을 시도한다. 타이어가 공전하면 더 깊이 빠지게 되므로 단번에 빠져나가려고 하지 말고 먼저 차를 그네처럼 앞뒤로 흔들 듯이 움직여 탄력이 붙은 뒤에 탈출한다. 차의 밑바닥이 노면에 닿아 있지 않는 한 성공할 수 있다.

 자갈길은 비오는 날의 도로 사정과 비슷하다. 자갈길은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이 적기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타이어가 잠긴 상태가 되어 멈추지 않는다. 브레이크는 한번에 꽉 밟지 말고 비가 올 때처럼 두세번 나누어 밟는다. 자갈길을 달릴 때는 3단 기어가 적당하고,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에서는 핸들을 너무 꽉 잡는 것보다는 가볍게 쥐어서 약간 떨리는 정도가 좋다. 빠른 속도로 커브를 돌면 앞이나 뒤로 흘러서 자칫하면 길에서 벗어날 수 도 있으니 속도를 늦춰야 한다.

비오는 날 : 비 오는 날에 고속으로 주행하면 평소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수막 현상 때문이다. 수막 현상이란 노면에 물이 괸 상태에서 빨리 달리면 타이어가 미처 물을 빼낼 틈이 없어 차체가 노면에서 뜨는 상태를 말한다. 수막 현상을 일으키면 제동 거리가 2~3배 정도 길어지고, 심한 경우에는 핸들 조종이 뜻대로 되지 않아 차를 제어할 수 없다. 비가 오는 날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뒷타이어가 잠긴 상태가 되어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마주오는 차와 충돌할 수도 있다. 따라서 브레이크를 여러번 나누어 밟거나, 엔진 브레이크를 적절히 쓰는 요령이 필요하다. 비로 인해 길바닥에 생긴 웅덩이는 피해 가는 것이 상책. 부득이 통과해야 할 때는 1·2단 기어로 서행하고, 가속페달을 평소보다 많이 밟으면서 지나간다. 물이 괸 곳에서 엔진이 꺼져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는 잠깐 시간을 두었다가 걸면 된다. 브레이크 라이닝에 물어 들어가면 성능이 떨어지므로 물이 괸 곳을 지난 뒤에는 서행하면서 브레이크를 여러번 밟아 물기를 없애 준다.

안개가 끼었을 때 : 비가 온 뒤 구불구불한 산길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짙은 안개가 사위를 둘러싸는 수가 종종 있다. 안개가 낀 날은 안개등이나 차폭등을 켜서 남에게 자기 차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안개 속에서는 노란 빛이 가장 잘 통과하기 때문에 안개등을 켜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조등을 켤 때는 반드시 하향으로 켜야 한다. 평소에는 상향으로 해야 멀리 보이지만, 안개 속에서는 전조등 불빛이 안개 입자에 반사되어 잘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끼었을 때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짙은 안개 속에서 마구 달리는 것도 위험하지만, 급제동하거나 지나치게 천천히 달리는 것도 추돌당할 위험이 있다. 안개 낀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달리던 대형 트럭이 앞쪽에 정지해 있는 승용차를 못 보고 그대로 들이받아 탑승자를 사망케 하는 사고도 간혹 일어난다. 안개가 낀 구간에 들어서면 속도 감각이 없어지므로 체감보다는 미터계로 속도를 확인해야 한다. 안전한 속도는 가시 거리가 15m일 때 시속 40㎞, 20m일 때 약 6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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