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과 김용옥 “대화는 변혁의 힘”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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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선비’가 만나 미래 위한 《대화》 펴내

 대우 김우중 회장과 철학자 김용옥씨가 만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상인과 선비, 자본가와 ‘양심선언’을 한 바 있는 철학자. 서로 대척점에 있는 ‘세계’의 만남은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가족·세대·이념·지역·계층간 소통이 갈수록 두절되고 있는 세태를 돌아보면, 이 《대화》(통나무 펴냄)는 좀더 큰 의미를 지닌다. 김회장은 서문에서 “가치 혼란 시대의 무질서를 극복하는 유일하고 궁극적인 방법은 대화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4백68쪽에 달하는 이 책은 김회장과 김용옥씨와의 “편견의 확인”이지만, 그러나 “편견의 확인만으로도 이 세계가 개변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사람의 만남은, 김용욕씨가 학생(한의과대학)으로 다니고 있는 원광대에서 있은 김회장의강연에서 비롯됐다. 그 자리에서 김회장은 김용옥씨에게 아프리카 여행을 권유, 두사람은 지난 연말 약 보름 동안 아프리카를 다녀왔는데 김회장이 이 만남의  내용을 좀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자며 출판을 제안, 《대화》로 묶여지게 된 것이다. 이 책 서문에서 김회장은, 김용옥 사상의 전위성과 대우의 개척정신이 서로 만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나의 생각이 철학자 김용옥의 언어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적고 있다. 서문을 제외한 본문은 김용옥씨가 집필했다

《대화》는 김용옥씨가 자신과 김회장의 서로의 차이를 노자의 용어인 ‘무위’(자연)와 ‘유위’(문명)의 개념과 역사로 해석하면서, 이 시대는 ‘사농공상’에서 ‘상공농사’로 면화도니 단계, 즉 상인이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기업사회라고 규정한다. 두사람은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모순들과 이를 극복할 ‘새로운 기업문화(철학)’ 창출의 당위성을 이야기하는데, 기철학적 보편사론을 개괄하는 전반부의 대화는 김용옥씨가 주도하고 김회장이 그 본질을 캐묻는 형식이다. 노동윤리와 노사문제, 에너지 관리에 의한 국제질서, 환경문제와 기업의 윤리, 시장경제와 이념 및 체제의 문제 등의 대목에서는‘철학자와 기업인’과의 시각차가 팽팽하다. 그러나 두사람은 “향후 10년이 우리 민족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부분에서 공감한다.

 이 《대화》의 결론은 ‘새로운 대학설립’이다. 김용옥씨의 ‘계획’에 따르면, 대학원 중심의 소규모 대학이 될 이 교육기관은 인류의 미래를 전쟁(풍요)의 문명에서 평화(건강·몸)의 문명으로 변혁시킬 ‘생물학 혁명’의 커리큘럼에 의해 설립될 것이며, 철학 종교 예술 등이 어우러지는 ‘통합과학’을 강조한다. 김용옥씨의 “타락한 문명사의 대전환을 이룩하겠다”는 비전인 것이다. 김회장은 그 자리에서 흔쾌히 대학설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두사람은 ‘대화가 변혁의 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인데, 《대화》에 대한 평가보다는 ‘문명을 뒤바꿀 지식센터’의 설립과 그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김용옥씨는 김회장을 두고 “이렇게 정직한 사람은 처음”이라며 존경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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