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주차장’ 확산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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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차 45%가 주차 못시킨다…대당 평균 2.3회 단속



 도심의 주차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도심 가운데 주차규모 1천4백대의 종묘주차장을 세우고 불법주차단속을 강화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주차난 해결의 묘수는 보이지 않는다. 91년말 현재 서울의 주차장 비율은 55%(52만대)이다. 바꾸어 말하면 서울시의 차 가운데 45%는 늘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맬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어디다 차를 합법적으로 또 요령껏 세울 것인가.

 도로변에 횐색실선이 그려져 있는 노상주차장과 도로 바깥쪽에 도로와 연결된 주차장 표시가 있는 노외주차장은 비용이 들긴 해도 안심하고 주차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시는 노상·노외주차장을 구분하여 사대문 안은 1급지역으로, 지하철역 부근의 주차장은 3급지역으로, 그 외는 2급지역으로 요금을 차등적용하고 있다.

 노상·노외주차장이 없는 외곽도로에서는 주정차금지선이 없으면 주차할 수 있다. 즉 황색실선(주정차금지)이나 황색점선(주차금지)이 없으면 차를 세워도 된다. 그러니까 선이 없는 골목길에 차를 세워둔다면 단속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교통소통을 위해 주정차 금지구역 표지판이 세워져있으면 주차해서는 안된다.

 서울특별시가 지난해 동안 실시한 ‘주차질서 확립추진실적’을 살펴보면 1대 평균 2.3회씩 단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별로 보면 크게 네가지로 구분되는데 과태료부과·범칙금처분·견인·경고장 부착이다. 경고장은 말그대로 단순 경고에 그친다. 과태료와 범칙금은 모두 3만원으로 액수는 같으나 단속주체에 따라 시에서 단속하면 과태료로, 경찰이 단속하면 범칙금으로 부과된다. 과태료스티커가 붙으면 차소유주의 주소로 통지서가 날라간다. 통지서를 받고 돈을 내지 않더라도 당장에는 별일이 없다. 그러나 납부기한을 넘기면 서울시에서 자동차관리사업단에 있는 등록대장을 압류하게 되므로 우에 명의이전이나 주소이전, 폐차하려 할 때 과태료를 내야한다. 辛日根(서울특별시 교통국주차계장)는 “지난해의 경우 과태료장수율은 53.6%에 불과했다”면서 지난 4월에 과태료징수율은 3.6%에 불과했다“면서 지난 4월에 과태료 20회 이상의 차를 조회해보니 무려 360대나 되어 이들은 할 수 없이 부동산압류처분을 내렸다고 전한다. 견인의 경우 과태료나 범칙금처분을 한 차량에 ’견인표시‘ 스티커를 붙인 뒤 서울의 경우 마장동?여의도?잠실의 견인관리소로 끌어간다 견인된 차를 찾으려면 운전면허증이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가야 한다. 비용은 견인지역 5km 이내 견인료 2만원(1km초과마다 1천원추가). 과태료 3만원, 보관료 30분당 4백원이다.

 

“이용 불편하니 차를 사지 맙시다”

 경기도 성남시에는 도로와 인도에 걸쳐 비스듬하게 노상에 세어진 차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타지역에서는 인도점유로 ‘불법주차’에 해당되지만 성남시에서는 합법적인 주차공간으로 ‘개구리 주차장’이라 불린다. 이 방법은 유럽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지난89년 부임한 吳誠洙 시장이 국내에 첫 도입한 것이다. 기존 20cm 높이에 이르는 인도턱을 5cm로 낮추어 차가 오르기 쉽게 고친 뒤 인도 3분의1, 차도 3분의 2를 차지하도록 흰색과 황색실선으로 금을 그어 주차구역을 표시했다. 李秀煥 성남시 건설과장은 “처음에는 인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평이 많았으나 전화박스나 가로수가 심어진 선을 넘지 않아 통행에 지장이 없다고 설덕했다”면서 이젠 시민들의 호응을 얻어 현지 남문로 제일로 공원로 광명로 등 16개 구간에 1천83대의 주차장소를 확보했다고 전한다. 이과장은 또 개구리 주차장이 부천 의정부로 확대되었다며“서울시 등 주차난이 심각한 다른 도시도 활용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랑한다.

 여러 가지 묘안을 짜내도 주차장을 벌충하기란 쉽지 않다. 주차장 부족에 대한 근본대책으로 윤浣 교수(연세대 건축학과)는 “차를 소유하기는 쉽지만 차를 이용하기는 어렵게하자”라고 주장한다. 차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사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점차 꼭 필요한차를 이용하는 슬기가 시민들에게 생겨나리라는 것이다. 윤교수는 건물부설주차장의 비중이 지난 81년 74.5%에서 지난 89년에는 86.7%로 크게 증가했다면서 ‘주차장 상한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도심부의 과도한 주차장 공급은 새로운 주차수요를 창출, 교통혼잡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윤교수는 또 “지하주차장이 많아질수록 진입출로 때문에 도로가 들락날락 하는 입구로 바뀌어 전체 교통의 흐름을 차단하는 병폐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하늘이 모든 사람의 공유인 것처럼 일정한 깊이 이상의 지하 역시 우리 모두의 것이며, 선진국에서는 이미 지하 20m 이상 개발권을 제한하고있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당장 차를 세울 곳이 없는 사람들이 많으니 10부제 이행차량에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적극적인 방법이라도 병행해야 주차난이 다소나마 완화될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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