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표, 지방의회 서곡
  • 김재일 정치부차장 ()
  • 승인 1991.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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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개원··· 일부 지역, 낙하산식 의장 지명 거부

 지난 8일 일제히 개원한 전국 시 · 도의회 중 일부 지역에서 일어난 ‘반란’은 지방의회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중앙당의 지나친 간여에 대한 시 · 도의원들의 반발이라고 볼 수 있다.
 의회 개원 전 민자당이 시 · 도의회 의장을 ‘낙하산’식으로 지명하자 서울 경기 경남 대구 등 일부지역 시 · 도의원들은 심하게 반발했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민자당이 金璨會 의원(전 산림청장)을 의장으로 내정하자 李永鎬 의원(전 체육부장관)이 강력하게 반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신민당의 경우 시 · 도의회 의장 내정에 따른 내분은 기초자치단체인 여수시의회에서 격렬하게 터져나왔다. 중앙당이 지명한 특정인의 의장 선출 문제를 두고 갈등을 보여온 전남 여수시의회 송전석 의원 등 11명은 지난 6일 집단으로 신민당을 탈당하기까지 했다.

 일부 지역 지방의회에서의 이런 이변은 주민자치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바람직한 측면도 없지 않다. 시 · 도의원들이 중앙당의 예속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변이 일어난 곳은 충북도의회 대전시의회 광주시의회 경기도의회 등이다. 충북도의회는 민자당의 의장 내정자 趙誠□ 의원 대신 韓玹永 의원을 의장으로 뽑았고, 대전시의회 역시 민자당 내정자인 金石鍾 의원을 거부하고 金斗衡 의원을 선출했다. 광주시의회에서는 신민당이 내정한 정담진 의원이 아닌 金吉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됐고, 경기도의회에서도 민자당 내정자인 정한주 의원을 물리치고 유석보 의원이 당선 됐다.

 이러한 파란을 동반하여 출범한 시 · 도의회에서 8백66명의 의원들은 앞으로 4년간 의정활동을 펼친다. 오후2시 개원식에서 시 · 도의원들은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민의를 대변해 주민의 권익신장 · 복리증진 ·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이바지할것”을 다짐했다.

 서울시의 李文光 의원(신민당)은 “주민이 나를 뽑아준 의미를 항상 되새기고 있다. 그들의 의사를 대변하기 위해 신명을 바칠 생각이다. 국회가 신경쓰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일을 시의회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임시회기 중 대부분의 시 · 도의회는 8일 개원 행사를 갖는 한편 교육위원 선출일을 공고했다. 9일에는 상임위원회를 구성했고 10일에는 자치단체장으로부터 시 · 도정보고를 받았다.

 상임위는 의원 정수 및 지역 사정에 따라 3~7개를 둔다. 연간 회기는 기초회의보다 40일이 많은 1백일이며, 30일간의 정기회기는 매년 12월 1일 시작돼 다음해의 예산심의와 결산업무 등을 처리 한다.

 시 · 도의회 개원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회운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우선 의원의 자질문제가 선거 때에 이어 다시금 거론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이지만 시의원 당선자가 어린이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외국 지방의회시찰을 핑계로 집단 외유를 떠나 사회적인 물의를 빚고 있는 형편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의원 개개인의 자질 이외에 지방의회의 구조적인 여러 문제점에 대해 더욱 큰 우려를 나타낸다. 우리 정치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지역성(호남=신민당, 비호남=민자당)이 지방의회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당의 개입이 주민의 권익을 집단화하기에 유리하다는 강점보다는 중앙정치의 파행성이 여과없이 지방의회에 그대로 스며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초자치단체 의회에 뒤이은 광역의회의 개원으로 지방의회는 가동단계에 들어섰다. 30년 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의 풀뿌리가 착근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방의원선출과 의회 구성에 있어서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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