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 “한국이 싫다”
  • 도쿄·채명석 객원편집위원 ()
  • 승인 1991.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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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잡지 ‘한국 기피증’분석… “불량제품이 무역불균형 초래”

 요즘 일본에서는 ‘한강의 기적’은커녕 한국이 ‘4마리의 용’ 가운데 하나라는 말조차 듣기 힘들어졌다. 88올림픽을 전후에서 “한국이 뒤쫓아온다”고 외쳐대던 일본언론들도 요즘은 “한국이 생각보다 무서운 경쟁상대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기에 바쁘다.

 일본 출판계도 이런 사정은 똑같다. 일본에서 제일 크다는 도쿄역 앞의 야에스불센터. 이책방의 진열대에서 한국경제를 예찬하는 책을 찾으려면 이제는 한참을 뒤져야 한다. 대신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한 《한국의 비극》과 같은 냉소적인 책이 24판을 찍어낼 정도로 꾸준하게 팔려나간다.

 왜 그럴까. 이러한 궁금증에 한가지 해답을 주는 글 최근 《?君》이라는 잡지에 실렸다. 제목이 비라 ‘일본기업은 왜 한국을 싫어하나?’이다. 일본인 사이에 최근 “한국과 더 이상 장사를 하고 싶지 않다”는 ‘厭韓감정’이 늘고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주장이다. 이 잡지는 보수우익성향이 짙은 《문예춘추》가 발행하는 월간지로서 발행부수는 약 10만부. 글이 실린 8월호의 머리기사가 ‘대동아 공영권의 모험’이라는 것이어서 잡자의 성격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러나 이글을 과연 감정적인 ‘반한 서적’정도로 분류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한국경제에 던지는 귀 따가운 ‘충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한국과 더 이상 장사하고 싶지 않다.”
 지난 2일 상공부가 발표한 올 상반기 무역동향에 따르면 한국 무역수지적자는 사상 최대인 63억4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으로부터 기계류를 비롯한 생산설비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대일 무역적자도 이대로 가다간 연말까지는 작년의 2배에 가까운 1백억달러에 육박할 추세다.

 이 글의 필자인 니시오카 스노무(월간《현대 코리아》 편집장)는 한·일간의 경제 관계가 지금 심각한 사태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60%나 늘어난 한국의 대일무역적자는 올해 들어서도 눈덩어리처럼 불어나기만 하고 있으며, ‘厭韓감정’에 물든 일본기업들은 작년 한국에 대한 투자를 절반으로 줄였던 것처럼 기회만 있으면 한국에서 보따리를 싸겠다고 야단이라는 것이다.

 니사오카의 지적처럼 한국의 대일수출은 ‘엔高’덕택으로 올림픽이 열렸던 88년 무려 42.2%나 증가했다. 89년에도 증가폭은 떨어졌지만 12.2%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87년 52억2천만달러로 부풀어올랐던 대일적자도 88년과 89년에는 39억달러대로 대폭 줄어들었다. 그것도 잠시. 다시 ‘엔低’현상이 불어닥치자 한국상품은 가격경쟁력을 상실, 작년의 대일적자는 사상최대인 57억5천달러로 격증했다. 기계부품 등 중간재 수입을 거의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 때문에 대일수입이 5.4%가 늘어난 반면, 수출은 5%정도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대일수출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과연 ‘엔低’ 탓만인가. 니시오카는 일본의 총수입이 12%나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일수출이 감소한 것은 한국상품의 ‘품질관리’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즉 일본의 수입시장에서 한국이 인도네시아 호주 중국에게도 뒤져 5위로 전락한 것은 임금이나 원貨가치가 급격히 상승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것만이 원인의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니시오카는 그 예로 이른바 ‘신흥공업국(NICs)제품 열기’가 일본에서 물거품처럼 꺼져가소 있다는 점을 든다. 싼맛에 한국제 전기제품이나 가구 등을 샀던 일본 소비자들이 품질·애프터서비스 등이 형편없자 두 번 다시 손을 내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난해 한국의 대일수출이 격감한 이유라고 그는 주장한다.

 똑같은 얘기가 작년말 <아사히신문>에 의해서도 지적된 적이 있다. 흐쿠오카시의 ‘유텍프라자 天神’이라는 가게는 한국과 대만제 전기제품을 시험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이토추상사 등이 설립한 대규모 판매점. 그러나 연간 애출액이 당초 목표의 10%정도밖에 되지 않자 아예 취급품목을 바꿔버렸다.

 히로시마에 있는 가전제품 판매점 ‘다이이치’도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뿐 아니라 대기업이 만든 선풍기·텔레비젼 등도 진열대에 올려놓으려면 수차례 손을 보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한창 때는 전국에 17개나 NICs제품 판매점을 갖고 있던 ‘인빅스’는 “텔레비젼의 회전식채널이 고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고객 불만과 함께 반품이 늘어나자 가게를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

불량제품의 원인은 ‘괜찮아요 정신’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이런 ‘불량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니시오카는 그 첫째 원인으로 이전부터 일본언론들이 지적해온 ‘괜찮아요 정신’을 든다. 한국인들은 대륙적인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섬나라 일본민족과 같은 꼼꼼한 손작업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또한 盧泰愚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기강이 문란해져 근로의욕이 크게 감퇴한 것도 큰 원이라고 본다. 그 단적인 예 한가지를 필자의 입을 통해 들어보자.

 “양복 단추구멍을 뚫을 때 실을 제대로 뜯지 않기 때문에 실이 달린 양복을 수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양복은 일본의 소비자에게 팔리지 않는다’고 관리직 사원이 훈계하면 근로자는 ‘실이 거슬리면 사는 사람이 제손으로 뜯어내면 될 거 아니냐’고 주장한다. 할수 없이 수출담당자가 공장에 가위를 들고 들어가 단추구멍을 일일이 점검한 뒤에야 선적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니시오카의 글은 한·일간 기술이전 문제에 관해서도 일격을 가하고 있다. 그는 작년 일본으로부터의 기술도입 건수가 대폭 줄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주재 일본상사 간부의 입을 빌려 그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한국이 필요로 하는 응용기술은 민간이 갖고 있는데 한국측은 일본정부 당국에 그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방일한 노대통령이 이전 희망 기술목록을 일본정부에 직접 전했던 것이 오히려 일본기업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둘째 민간기업은 기술이전에 따른 이익을 추구하게 되나 한국의 경우 기술을 산 뒤 이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사용료 지불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셋째 한국은 대일 수입억제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제품의 공급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기술이전까지 지연시킨다.”

 그는 지난해 절반으로 줄어든 일본의 對韓 투자격감 현상도 대부분 한국탓으로 돌린다. 86년 일거에 3.5배로 증가한 일본의 대한 투자는 이후 순조롭게 늘어나 89년에는 4억6천2백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억3천6백만달러로 줄어들어 49%나 격감했다. “한국에 진출한 기업으로 돈벌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 모두들 빨리 철수하겠다는 말들뿐이다.” 이러한 ‘厭韓감정’이 직접투자를 격감시킨 원인이며 그 결정적인 사건은 수미다전기 등의 노사분규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일본시장 폐쇄성도 큰 문제
 그의 이러한 ‘반한공격’에 우리로서도 할말은 많다. 연초 <일본경제신문>이 조사한 한·일경영자 앙케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절반 이상(66.7%)이 한·일경제 협력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일본시장의 폐쇄성’을 들고 있다. 바로 그렇다. 자기네 시장의 폐쇄성은 제쳐두고 대일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있는 원인을 우리측에만 전가하려는 논리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또 어디 대한 투자가 격감한 이유가 수미다전기의 노사분규탓만인가. 일본기업들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철새처럼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그런 분규를 일으킨 것은 아닌가.

 그러나 올 대일무역적자가 1백억달러에 육박할 추세에 있는 지금, 우리로서는 곰곰이 되씹어보아야 할 일이다. 한 젊은 일본인이 수많은 일본인들을 향해 외치고 있는 댸기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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