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證市 ‘날개’는 있는가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0.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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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붕괴 · 경제파탄 등 우려 위기감 확신… 파국 방지 非常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 증시는 자생력을 상실한 채 과연 벼랑에 서 있는가? 지난 4월14일 종합주가지수 8백선이 허망하게 무너진 후 증시는 계속 폭락장세로 이어졌다. 최근엔 바닥장세란 인식이 점차 확산돼 큰손들의 유입이 눈에 띄면서 반등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윌 증시는 하루 주가지수의 변동폭이 4% 남짓이어서 외국과는 달리 당장 비극적일 만큼 갑작스럽게 폭락할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나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투매분위기에 휩싸여 연일 하한가가 속출하고 투신사에 환매요구가 끊이지 않는다면 위기상황을 맞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증시붕괴, 경제파탄의 암울한 시나리오를 내보이며 경고하는 목소리가 아주 비현실적인 것만으로 들리지 않는다.

증권관계기관들은 파국을 막기 위한 방안짜기에 바상이 결려 있다. 당국도 다소 방관자적 입장을 보이던 데서 탈피한 듯한 인상이다. 여러가지 대책이 거론되고 있으나 예전과는 달리 돈을 푸는 방법은 쓸 수 없어 당국이나 업계 모두 쉽게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돈을 푸는 것만큼 매력적이고 효과빠른 처방이 없지만 “12 · 12조치”라는 대형 부양책을 쓴 증권당국도 또 돈을 푸는 것엔 ‘절대불가’방침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시 안정도 중요하지만 돈을 새로 풀게 되면,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더욱 부추겨 경제안정이 허물어질지도 모를 상황에 봉착해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과거 주가의 약세국면에서 돈이 더 풀렸을 때 주가가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실증분석을 고려, “증시부양을 위한 통화증발은 장기적으로 주가하락을 더 부채질하는 惡手”라고 지적한다.

증권업계가 증시붕괴 방지의 ‘최후보루’로 기대고 있는 증시안정기금, 주식공동보유조합 설립 방안도 실현성이 미지수인 상태다. 우선 자금조성 방법이 간단치 않다. 증권사가 회사채를 발행하고 각종 연금이나 기금이 이를 인수한다는 자금확보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인수측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 尹桂燮교수(경영학)는 “매입기관과 규모를 고려해야 하지만 매입자금을 조성하기도 힘들다. 이같은 현실적 제약 속에서 강행된다 하더라도 심리적 부양효과를 주는데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보다는 투신사의 환매불능사태에 대비하고 증권사의 부도를 막을 수 있는 대책강구가 더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증시안정기금 설치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반박논리를 펴는 증시관계자도 있다. 거의 통화증발을 일으키지 않거니와 정부뿐 아니라 증권관계기관 모두의 재원을 모으는 것이므로 적극적인 부양의지를 투자자들에게 심어줘 증시를 되살릴 수 잇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장기적으로도 ‘보약’ 구실을 해 증시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견해이다. 증권업계는 이밖에 증권금융의 유통금융 재개, 거래세 인하, 거객예탁금 요율 인상 등도 건의하고 있다. 증권당국이 증권계의 건의사항을 어디까지 수용할지는 곧 판가름나겠지만 통화증발을 일으킬 수 없는 상황에서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증시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감이 워낙 팽배해 정부가 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놓아도 이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지난 1년동안의 장기침체 장세는 구조적인 악재에 기인된 것이 사실이다. 서강대 徐相龍경상대학장(한국증권학회 회장)은 “실물경제 부진, 공급물량 과다, 부동산으로의 자금이탈, 증시정책 실패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증시침체를 불렀다”고 진단한다. 대우증권 金瑞珍이사도 “부동산자금의 증시환류가 증시회복의 관건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잡는 데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동의를 표시한다. 이밖에 경제외적 요인의 중요성을 지목하는 이들도 많다. 쌍용경제연구소 오동휘소장은 “주식투자는 심리전인 만큼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정치권의 안정과 탁해진 사회분위기 수습이 증시안정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일부에선 “내려갈 만큼 내려갔다” 낙관론도

증시의 향방을 놓고 현재 비관론이 득세를 하고 있으나 앞으로의 상황이 곡 그렇게 나쁜 것만도 아니다. 최근 동서경제연구소는 지수 7백57~7백82선이 바닥권이라는 실증분석을 내놓았는데 이처럼 악재가 거의 현재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제일투자자문 張時榮자문위원은 “실물경제의 호전을 알리는 지표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다. ‘異常 엔低’ 현상으로 아직 실감있게 느껴지지는 않으나 6월께부터는 수출회복이 가시화되리라고 본다”고 전망한다. 정부의 부동산투기대책도 체형까지 고려하는 등 강경해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증시를 휩싸고 있는 먹구름들이 점차 거친다면 실종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 머지않아 주가 9백선 이상으로 다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경제안정을 위해서도 증시는 안정되어야 한다. 지난해 기업들은 증시를 통해 무려 21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과거 30년간 우리 증시는 5차례의 폭락사태를 경험했다. 불행히도 자생적 회복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캄프르 주사’라는 대증요법은 합병증만을 부른다는 것이 과거의 귀중하나 교훈이다. 환부는 도려내야 하고 새살을 돋게 해야 한다. 증시의 참다운 건강은 그때에야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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