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살개방 이행 계획서 제출 말라”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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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채칙위“미국,‘예외 없는 관세화’ 위반”…재협상 여지 있어

 “잘못된 협상인 줄 알면서 고립을 피하기 위해 대세를 따르는 것은 거짓 용기다.”
지난 1일 프랑스의 발라뒤를 총리가 우루과이 라운드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여널에서 한 말이다. 프랑스는 이처럼 정부 고위 당국자의 단호한 의지와 국민의 거국적 뒷받침에 의해, 최근 미국과 가진 농업보조금 삭감 폭 협상에서 미국으로부너 채폭 양보를 끌어내내 대대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또 초근 미국의 압력으로 쌀시자의 초소 시장 접근을 허용한 일본의 호소카와 총리는 만약 최소 시장 접근이 이루어질 겨우, 미국 캘리포니아산 쌀 대신 태국과 호주산 쌀을 우선 수입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미국의 압력에 양보를 하기는 했으나 결코 녹록하게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에서 프랑스 정부와 일본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과연 주권 국가의 정부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6백만 농민의 생존과 민족공동체의 운명이 걸린 쌀시장에 대해, 지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도 없이 이리저리 눈치만 보다가, 미국 협상 대표와 겨우 아홉 시간 면담한 뒤 백기를 든 한국 정부의 협상 태도와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미국과의 쌀개방 협상 결과에 대해 정부는 상당히 만족해하는 눈치이다. 관세롸 유예 기간이 일본은 6년인 데 비해 우리는 10년이상이고, 초소 시장의 접근 폭도 일본은 4~8%인 데 비하여 우리는 3~5% 이하이기 때문에 훨씬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 국민 경제 및 농민 경제에서 쌀농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과 현격히 다그다는 그동안의 수많은 지적은 간과됐다. 더군다나 일본이 미국과 타협한 내용이, 그동안의 정부 발표나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6년후 쌀시장을 개방하겟다는 것이 아니라, 개방할지 안할지를 다시 협상한다는 내용이었음이 최근 정설로 밝혀지는 점과도 비교해 봐야 한다. 호소카와 일본 총리는 이와 곤련해 최근“모든 나라가 디리를 건너가면 우리도 건너가겠다”하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정부가 밝힌‘유예 기간 10년 이상’이라는 내용이,10년 이상이 지나면 자도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인지, 일본처럼 다시 협상하겠다는 것인지 아직 불분명하다. 개방하겠다는 것과 재협상?겠다는 것 사이에는 천지 차이가 있다. 정부의 쌀개방 불가피 발언이 나온 뒤,‘쌀과 기초농산물 수입개방 저지 범국민비상대책위원회(상임집행위원장 · 김성훈 중앙대 교수)’측은 6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12월10일 전달 예정인 최종 이행계획서를 공란으로 제촐하라”고 정부에 다시 한번 촉구하고 나섰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어떤 방향으로 타결될지도 불분명하고, 10일까지 과연 몇 나라가 이행계획서를 제출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미리 옷을 벗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10일까지 이행계획서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된다 해도 어차피 미국 의회 인준 시한인 내년 4월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으므로 그때까지 재협상하면 된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미국의 ‘3대 약점’ 공략하면 쌀개방 막을 수 있다”
 정부가 이행계획서를 제출할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상황에서, 대책위의 마지막 탄원이 얼마만한 효과를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가진 일면의 설득력을 무시하고 정부 복안대로 밀어붙일 경우 앞으로 벌어질 사태가 심상치 않다. 우선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의 진상이 그동안 정부와 일부 언론이 주장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로 판명되면 정부의 협상 과정 전체가 의혹 대상이 될 것이다. 일부 야당 의원이 주장하듯‘제2의 청문회’가 열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의 진상과 관련해 대책위측은“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이를 주도하는 미국 스스로가‘모든 농산물의 예외 없는 관세화’라는 협상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정부가 미국의 이러한 약점을 적절하게만 공략해도 쌀시장 개방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번 아 · 태 경제협력체(APEC) 회담 당시 한 · 미간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해 버림으로써 쌀시장 개방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대책위측은 지난 4일 경제저의 실천시민연합에서 가진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상임집행위원장인 김성훈 교수(중앙대 · 농업경제학)가 최근 일본을 방문해 입수해사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그 속에는 정부가 최소한 주권 국가로서 당당한 태도를 견지하자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최근의 사태 진전 내용이 소상히 소개되었다. 첫째 모든 농산물의 ‘예외 없는 관세화’를 규정한 던켈 초안에 따라 현재 농산뭄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 스스로가, 자국의 기초 농산물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호주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47년 가트 창설 이후 지금까지 46년 동안이나, 가트의 수입개방면책조항(웨이버 조항)에 의해 면화 · 사탕수수 · 땅콩 · 쇠고기 등 14개 기초 농축산물 수입을 제한해 오고 있다. 미국 농업조정법(AAA법) 22조와 육류수입법은 어떠한 국제협약에 의해서도 이들 중요 농축산물의 시장을 개방할 수 없다고 명문화해 놓고 있다. 우리의비교역적 관심(NTC) 품목과 성격이 같은 이 14개 품목은 던켈 초안대로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이 마무리된다면 당연히 보호 조처에서 해제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여태까지이에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우루과이 라운드가 어떤 방향으로 타결되든 보호조처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잇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콘라드 의원등 62명의 상원의원이 91년 10월에 이어 또다시 클린턴 대통령에게 기초 농산물 절대 수입불가라는 내용을 담은 공개 서한을 보낸 바 있다. 현재 우루과이 라운드와 관련한 협상 권한은 의회가 가지고 있고, 행정부는 단순히 의회에서 위임받은 내용을 집행할 뿐인 미국의 의사결정 구조로 볼 때, 재적 상원의원 약 3분의 2의서명에 의해 결의된 내용을 행정부가 뒤집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책위측 주장이다.

둘째, 미국은 캐나다 ·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당시, 농산물에 대해서는 3국간 협약이 아니라 2국간 협약에 의해 협정을 맺도록 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캐나다가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주장하는, ‘생산통제를 이유로 한 수입제한’규정인 가트 규약 W11조 2-C 항의 유요성을 인정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멕시코산 채소에 대해서는 수입제한을 명시했고, 또 국회 동의 과정에서는 캐나다산 밀과, 섬유제품, 철강제품 등의 수입 제한을 의원들에게 약속했다고 한다. 즉 미국 스스로 예외 없는 관세화의 예외를 인정한 셈인데, 이러한 협상 내용은 당연히 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될 경우 가트의 조문 내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던켈 초안의예외 없는 과세화는 수정될 수밖에 없는 상화이라는 것이다.

대책위측은 캐나다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인정받은 가터 제11조2-C 조항만 원용해도 한국의 쌀시장은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쌀은 외국에 대한 수출용이 아니라 철저히 국내 소비용이므로‘생산통제를 근거로 한 수입제한’이라는 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미국과 일본 간의 쌀시자아협상도 6년 이후 재협상을 한다는 것이므로, 던켈 초안의 예외 없는 관세롸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셈이라고 한다. 이러한 협상 결과에 따라 현재 일본 정부는 6년 이후의 재협상에 대비해 치밀한 협상전략을 짜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쌀시장 개방 불가피론의 근거로 기대던 일본의 협상 내용이 과연 이러한 것이라면, 이는 시장개방 불가피론의 근거가 아니라 시장을 지킬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출보조금 삭감 등‘4대 개방 전제 조건’확보라라”
 6일 현재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마감 시한인 15일에 완전 타결될지도 불분명한 상태라는 것이 대책위측의 현실 인식이다. 현재까지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은 농산물 협상뿐만 아니라, 다자간무역기구(MTO) 창설 문제, 미국의 섬유쿼터 제한 철폐 문제, 오디오 · 비디오 수입자유화 문제, 금융 · 조세, 서비스 분야 따위의 걸림돌로 인해 완전 타결이 힘들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까지 가장 유력한 타결 방식으로 대두되는 것은 일괄타결 방식이 아니라, 미국이 여태까지 쌍무협상을 토해 합의본 사항들만 우선 타결하고(스몰패키지),쟁점 사항은 계속 협상한다 (컨티뉴이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10일 이행계획서를 내면 앞으로 계속될 협상에서 협상의여지만 상실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설령 쌀시장의 관세화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도, 민족공동체의 운명이 걸린 쌀시장을 암런 전제 조건 없이 내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책위측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쌀시장 개방의 전제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농산물 수출국들이 농민들에게 부여하는 수출보조금을 완전히 삭감하라는 것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 농산물 가격이 국산농산물보다 싼 것은 이같은 수출보조금 때문이다. 따라서 농산물 수출국들의 수출보조금 삭감 없이 우리 같은 수입국에 문호를 개방하라고 요구한다면 그것은 ‘두손 두발 묶어놓고 칼 들고 들어오겠다는 것’과 같은 억지이다.

둘째,앞으로 예상되는 수출국의 횡포를 막기 위해, 농산물 수출국은 천재지변이나 정치 상황의 변화 등 어떤 조건 아래서도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80년 대흉작때 미국 곡물 메이저들의 횡포를 맛본 우리로서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반드시 관철해야 할 전제 조건이다.

셋째, 미국의 14개 농축산물은 물론, 현재 선진 29개국이 수입을 제한하는 기초농산물 그리고 각종 수입제한, 수입 안전성 검사 따위 갖가지 비정규적 명목으로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 농산물을 호혜 평등의 입장에서 개방해야 한다.

넷째, 농업은 가장 중요한 환경 산업이므로, 환경보호 차원에서 농업을 지킬 권리를 선언해야 한다. 정부의 무원칙한 태도에 대해 국민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최근 구시대의 경제 관료들과 관변 연구소들을 동원해 쌀시장 개방 불가피 여론을 조성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장의 뼈 아픈 지적을 비켜 가려다 더 큰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하겠다.
南文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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