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촌 건설 중단 땐 극우파 봉기”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2.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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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총선에서 패한 극우 리쿠드당 당수 샤미르 총리는 현지 신문과 가진 회견에서 말썽을 빚고 있는 점령지내 정착촌 건설에 대한 본심을 이렇게 실토했다. “내가 재집권했다면 점령지 내 팔레스타인측과의 자치협상을 10년은 더 끌었을 것이다. 그 정도 시일이면 요르단강 서안에만 50만명의 유대인이 정착할 수 있을테니까….”

 유대인들을 정착촌에 이주시켜 점령지를 이스라엘 땅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앞으로 실시될 자치행정에서 유대인들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발상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등 점령지 내에 흩어져 사는 1백70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우민화하기 위한 이스라엘판 인종차별 정책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문제의 지역을 점령한 이스라엘은 77년 메나헴베긴이 이끄는 극우 리쿠드당이 집권한 후 정착촌 건설계획을 입안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샤미르가 집권한 86년 무렵이다. 그는 이른바 ‘대이스라엘’ 건설이란 미명 아래 점령지를 본토와 합병했다. 이와 함께 초강경 극우파인 샤론 주택장관의 주도로 점령지 내, 특히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집중적으로 정착촌을 건설해 유대인을 이주시켰다.

 리쿠드 정부는 이후 정착민에 대한 보조를 아끼지 않았고 정착촌 건설에 한해 한화 8백50억원 상당의 돈을 쏟아부었다. 특히 90년과 91년 두 해에 소련 유대인의 유입으로 정착민이 20%나 늘어 현재는 11만5천명을 넘어섰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 3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점령지 내 유대인 이주자는 요르단강 서안지역이 1백50여 정착촌에 약 10만명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30여 정착촌에 1만2천명이 이주해 있는 골란고원이며 가자지구는 15개 정착촌에 3천여명이 이주해 있다. 동예루살렘은 따로 정착촌을 건설하지 않은 대신 12만명의 유대인이 이주해 산다. 요르단강 서안지역에는 1백만명, 가자지구에는 75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정착민에게 등을 돌린 채 그들만의 집단촌을 이루고 있다.

 점령지로 이주하는 유대인은 대부분 소련계 유대인들로 89년과 90년 두 해에 걸쳐 30만명이 이스라엘로 왔다. 샤미르 정부는 오는 95년까지 1백만명의 소련계 유대인을 더 받아들일 계획이었으며, 이들 중 상당수를 정착촌에 이주시킬 계획을 세워 놓았다. 그러나 라빈 차기 총리는 샤미르 정부가 추진했던 1백억달러의 차관도입이 성사되면 이를 경제건설에 들리겠다고 밝혀 이주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 같다.

 라빈 신정부는 이스라엘 안보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정착촌 건설 때는 정부보조금을 없앤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정착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착민들 대부분은 이번 총선에서 샤미르가 이끄는 리쿠드당에 표를 던졌기 때문에 실망감이 더욱 크다. 총선에서 3석 모두를 잃은 극우 테히야당 게울라 코헨 당수는 “만일 라빈 정부가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면 리쿠드당을 비롯한 모든 민족주의자들이 봉기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라빈 정부는 이 문제로 출범 초기부터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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