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비증강에 동아시아 긴장
  •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1992.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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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 소 대신할 새 질서인사 ‘새 위험’인가


 중국의 해군력 증강계획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를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정부는 베를린장벽 붕괴 직후인 89년 12월에 21세기 중엽을 목표로 한 ‘해군력 정비방침’을 발표했다. 이 방침에 다르면 중국 해군은 서기 2000년까지 대공 · 전자전 능력을 갖춘 함정을 건조하고, 2050년까지 공격형 원자력잠수함과 항공모함을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해군은 이 방침에 따라 독자적인 항공모함 건조계획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 첫 단계로 상선을 개조해 2만~3만t급 헬리콥터 항모를 건조할 계획이었으나 기술 부족과 자금난으로 얼마전 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옛 소련이 건조중이던 항공모함 ‘와리와그’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우쿠라이나의 흑해조선소에서 건조중인 이 대형 항공모함(7만t)은 약 80%가량이 완성된 상태이다.

 세계 무기시장에서 40억 달러를 호가하는 이 대형 항공모함을 사겠다고 나선 나라는 현재 해군력 증강을 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이다. 아시아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항공모함(영국제 구식) 2척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는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에 접근하고 있으며, 중국은 나름대로 흑해조선소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와리와그’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륙 국가에서 ‘해양 국가’노려

 일본의 91년판 방위백서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비 순위(89년 기준)는 세계 제18위. 그러나 전체 군사비를 달러로 환산하면 67억달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1척에 40억달러나 하는 대형 항공모함을 사겠다는 중국의 속셈은 무엇인가.

 일본의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의 항공모함 구입계획을 두 가지로 풀이한다. 하나는 냉전 체제 종식 이후 중국이 ‘해양제패 전략’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은 현재 개혁 · 개방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제면에 한정되어 있다. 정치 · 사상 면에 있어서는 오히려 “서측이 평화적인 수단으로 사회주의체제를 붕괴시키려 한다”는 ‘和平()變論’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 ‘和平()變論’에 대한 대항책의 하나로 중국이 힘을 쏟는 것이 바로 해군력증강 계획이라는 것이 일본의 군사평론가 야마자키다키오씨의 지적이다. 역사적으로도 중국은 1894년 청일전쟁에서 패배한 이래 해양진출이 막혀 대륙 국가로서만 안주해 왔다.

 그로부터 1백여년이 지난 지금 미해군의 필리핀 수빅만기지 철수, 옛 소련 해군의 베트남 캄란만 철수로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은 힘의 공백 상태이다. 중국은 바로 이 힘의 공백을 이용하여 해양 국가 복귀를 꾀하고 있으며, 종전의 ‘영해 방위’로부터 ‘外佯에로의 전진방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야마자키씨의 주장이다.

 

일본 · 대만과의 영토분쟁 대비했나

 중국의 해군력은 현재 총병력 26만에 잠수함 93척, 구축함 18척, 프리깃함 37척, 초계함 9백15척 등을 보유하고 있어 수적으로는 아시아 제일의 해군력을 자랑한다. 여기다 함재기 60대, 미사일 7백발을 탑재할 수 있는 항공모함 ‘와리와그’를 구입하게 된다면 중국 해군은 명실공히 아시아 최강의 해군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 일본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최근 이 해군력 증강과 더불어 지역분쟁 해결을 위한 ‘긴급 전개부대’를 강화하고 있어 주변국으로 하여금 더욱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러시아로부터 최신예 전투기를 대량 구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중국은 미국의 F15 전투기에 대항할 수 있는 전천후 요격기 수호이 27 1개 비행대(24대) 구매계약을 러시아와 체결하고 금년 중 이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또한 미그 29 전투기도 이미 러시아와 80대 구매계약을 완료했으며 최신예 전투기인 미그 31 도입도 추진 중이다.

 중국이 이렇듯 급작스러운 해 · 공군력 증강의 또 다른 속셈은 영토분쟁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 일본 군사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중국군은 지난 4일 남중국해에 있는 南沙군도의 암초섬 ‘다라크’에 전격 상륙했다. 어선 1척과 보트 2척에 나눠타고 상륙한 중국군은 이전부터 베트남이 사실상 재배하고 있던 이 섬에 중국의 영토임을 표시하는 부표를 설치함으로써 해묵은 영유권 분쟁에 불을 질렀다.

 중국은 이에 앞서 지난 2월25일 ‘영해법’을 공포하고 일본과 영유권 분쟁이 일고 있는 尖閣열도를 중국의 고유 영토로 명기했다. 이 영해법은 또한 중국군에 이 열도 주변 영해를 침범하는 적을 무력으로 배제할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尖閣열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대만과의 사이에 장차 무력충돌 가능성을 낳게 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또한 이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해남도에 정찰함 전진기지를 건설중인 것으로 알려져 동남아시아 나라들의 경계심을 날로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군비증강 움직임은 주변 나라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달 발표한 92년판 군사연감에 의하면 작년 전 세계의 무기 구입액이 약 25%나 감소했는데도 아시아 지역의 무기구입액은 반대로 크게 늘어나 중동을 제치고 세계최대의 무기 시장으로 뛰어올랐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세계적인 군축 움직임에 역행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군비증강 원인을 미 · 소의 군사력 감축으로 인한 힘의 공백 때문으로 지적하고 있는데 이 힘의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는 것이 중국 일본 인도의 군사력이라고 분석했다.

 아세안을 비롯한 동남아 제국이 최근 해군력을 중심으로 한 군비증강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예를 들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올해 들어 영국제 프리깃함 2척 구입계약을 맺은 데 이어 러시아로부터 미그29 전투기 구입을 검토중이다. 태국은 작년 말 미제 F16 전투기 18대 도입계약을 체결했고 올 들어 스페인에 1만2천t급 헬리콥터 항모를 발주했다.

 작년 네덜란드에서 잠수함을, 이스라엘로부터 전투폭격기를, 미국에서 對포함 시스템을 구입한 대만도 무기구입 움직임을 더욱 활발히 하고 있다. 95년을 목표로 미라주 2000-5형 전투기 1백대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은 현재 중국정부의 항의로 교섭이 주춤하고 있지만 중국의 군비증강에 대항해 최신예 무기로 무장하겠다는 것이 대만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일본 ‘해상 교통로 위협’느껴

 그러나 중국의 해군력 증강이 동남아시아 제국에 미치는 충격보다는 일본에 미치는 파장이 더 크다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본의 일부 군사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물론 일본 국내에서는 중국의 항공모함 구입계획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전문가도 있다. 평화안전보장연구소 쓰카모토 가쓰이치 사무국장은 “1척에 40억달러나 하는 항공모함을 구입할 능력이 중국에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7만t급 항공모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요원의 사전훈련 등 최소한 5년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의 항공모함 구입이 실현될 경우 일본의 해상교통로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전문가도 많다. 야마자키씨는 “청일전쟁 전 일본은 청국의 북양함대 소속 전함에 대한 공포심이 컸었다. 중국이 항모를 보유하게 되면 1백여년 전과 똑같은 공포감이 생길 것이다”라고 지적하고, 중국의 항모 구입은 일본의 해군력 증강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패전 이후 ‘전수방어 원칙’에 입각해 공격형 무기로 분류되는 항공모함, 원자력 잠수함 등의 보유를 억제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항모를 실제로 보유하는 경우 이 금기는 간단히 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야마자키씨의 견해였다.

 익명을 요구하는 월간 《군사연구》의 편집간부도 중국의 항모구입 계획에 대한 대책이 최근 일본의 방위당국자 간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고 밝히고, 현재로서는 중국의 항모구입 계획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항모구입 계획, 즉 해군력 증강이 일본의 해군력 증강을 유발하는 충격파로 작용할 경우,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한국의 해군력이 중국의 10분의1, 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러한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국방정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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