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전략 “양김과는 다르게”
  • 조용준 기자 ()
  • 승인 2006.04.2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금력 살려 맨투맨 전법…공개토론회·시사강좌로 시도한 선거운동



 각 당의 대통령선거 준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치단체장 선거 문제가 일단 정기국회로 유보됨에 다라 그동안의 파행 정국에 묻혀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여야의 대통령선거 준비 작업이 전면에 새롭게 등장햇다.

 각 당의 대통령선거 준비와 관련한 일반의 관심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진다. 첫째는 민자당의 지도체제 개편 문제이다. 둘째는 국민당이 과연 민자·민주당과 대등한 돌파력을 갖춘 기구 및 전략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국민당의 경우 대통령선거를 처음 치르는 신생 정당일 뿐만 아니라 의석 규모 32석의 제3당이기 때문에 노련해질 대로 노력한 민자·민주 양당에 얼마나 맞설 수 있겠느냐가 관심을 끄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 김씨에 맞서는 국민당 鄭周永 대표의 득표전략에 눈길이 간다. 민자 金永三 대표나 민주 金大中 대표가 이미 상당수의 고정표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정대표는 아직 이렇다할 지지층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두 김씨와의 차별화 전략을 펼 것인가 주목되고 있다.

 사실 국민당의 제일가는 대통령선거 전략은 두 김씨와의 차별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국 자체가 두 김씨 주도로 흘러가고, 일반 유권자들의 인식에도 두 김씨가 뚜렷하게 자리잡고 있는 만큼 수십년에 걸쳐 형성된 두 김씨의 정치적 위상에 정대표가 대응하기 위해서는 두 김씨와 다른 인상을 심어줘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당은 과연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유권자 속으로??직접 가서 부딪쳐

 정대표의 정치 형태는 한 마디로 “브나르도!??를 연항시킨다. 그의 행동은 ??브나르도!??하며 농민 속으로 직접 뛰어들었던 30년대 러시아의 농민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농민 속으로가 아니라 ??유권자 속으로!??가 다를 뿐이다. 두 김씨에 비해 정치적으로 한참 늦게 출발한 그의 득표 작전은 뒤늦게 시작한 만큼이나 두 김씨와 이질적이다.

 정대표는 지난 9일 부산 동구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하러 부산에 들렀다가 현지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두 김씨와 상대적으로 어떻게 다른 이미지를 살리려고 하느냐??하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미지를 관리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생긴 대로 산다. 어떤 사람은 키가 작아서 머리를 높인다고 하는데 나는 촌 사람처럼 생겼기 때문에 촌사람처럼 산다. 표 때문에 생리까지 고칠 생각은 없다.??

 현대그룹 회장으로 있던 과거부터 정치인으로 변신한 지금까지 출곧 정대표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丁璋鉉 사무총장(전 금강개발 사장)도 “정대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벼로 없다??고 잘라 말한다. ??유일하게 변한 점이 있다면 과거보다 상대방의 말을 좀더 많이 듣는 편으로 바뀌고 있다??는 정도이고 ??정대표 스스로가 기존 정치인처럼 말을 꾸며서 번듯하게 한다거나 일부러 가식적인 행동을 할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부총장은 정대표의 이러한 일관성은 ??말을 늘어놓기보다 직접 행동으로 먼저 옮기는 특성에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정대표의 특질은 한마디로 말보다 실천??이라고 강조한다.

 정대표 자신도 대통령후보에 대한 《시사저널》청문회에서 “어떤 일을 한번 서랍에서 꺼내 놓으면 그 일이 다 해결될 때까지 서랍 문을 닫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그의 성격은 국민당 득표 전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의 득표 전략은 유권자를 직접 상대하는 철저한 맨투맨 전법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정대표는 불교계를 전국의 사찰별로 공략해나가고 있다. 지도자급 인사를 만나 협조를 부탁하기보다 각 사찰의 주지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난 1일 정대표가 강릉에서 열린 해변시인학교에 참석한 것도 그의 한 특질을 잘 보여준다. 물론 그의 해변시인학교 참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인 박동규씨는 이날 “정대표가 우리 시인학교에 처음 참석하던 8년전 정대표는 손수 손수레를 끌고 부엌에 가서 장작을 실어 보일러실로 옮겨주신 분입니다??라고 소개했다. 박교수의 말처럼 정대표의 ??촌사람 기질??은 표가 있는 곳에서 그가 직접 가서 몸으로 부딪치는 특성으로 나타난다.

 이는 오랫동안 재계에서 닦은 실무경험에서 비롯되는 형태로 측근에게 의존하는 형태인 김영삼 대표의 참모정치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김대중 대표의 정고형과는 전혀 딴판이다. 참모들의 손을 빌리기보다 자신이 직접 부딪혀야만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좌충우들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유권자들과 직접 상대하는 쪽으로 물꼬를 튼 국민당의 정책방향은 이런 정대표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민당은 최근 서울 세종로 중앙당사 1층 로비에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잇따라 공개 토론회와 시사강좌를 열고 있다. 화요일에는 ‘여성을 위한 시사강좌??를, 금요일에는 ??광화문 토론회??를 연다. 지난 7월24일 새로운 정치와 여성??이라는 제목의 金東吉 최고위원 강연에는 무려 8백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7월31일에는 성균관대 김태동 교수가 ??올라간 물가, 가벼워진 장바구니??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여성을 위한 시사강좌??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비교적 가벼운 주제의 강연인데 반해  ??광화문 토론회??는 한 주제를 놓고 각계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토론하는 공청회 성격을 띠고 있다. 지난 7월21일 ??빈사상태의 중소기업,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첫 토론회가 열린 이래 불법도청 문제, 금융질서 문제 등이 주제로 올랐다. 18일에는 ??농수산물 가격 폭락,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국민당의 시사강좌 및 토론회는 다른 야당이 시도하지 않은 선거운동인 데다 상당이 조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과거 ‘민주 대 반민주??구도의 정치상황에서 야당은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장외 집회를 열기는 했지만 정치공세라는 단일 목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만큼 국민당의 시사강좌나 토론회와는 구별된다.

 국민당의 이런 모임은 기본적으로 풍부한 자금력과 인물 동원 능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과거 야당들은 자금과 인적 자원 부족으로 인해 이런 공개 모임을 개죄할 여력이 없었다. 마음만 먹으로 언제든지 공개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역대 집권당은 물론 현재의 민자당까지도 시민들의 여론을 환기하는 공개 토론회를 정기적으로 가진 적이 없었다.

 

정치 개발은 기초 단위부터

 유권자에게 직접 더 가까이 가려는 구민당의 기도는 정책실 안에 ’지역새발실??을 신설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8월1일 개설된 ??지역개발실??은 최경석 기조실장이 실장을 맡고 있는데 전국의 시도지부별로 실현 가능한 3~4개의 공약을 찾아보려고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정책실은 권역별로 ??지역경제조사팀??을 파견해 지역경제의 급소를 찾아내 이를 공약에 연결시키는 한편 지역별 순회 정책세미나를 열고 지역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제껏 정당들의 정책개발이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과 비교할 때, 기초단위부터 파고들려는 국민당의 득표전략은 새로운 데가 없지 않다. 이에 대해 대선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40년 정당사를 되돌아볼 때 야다은 울고 짜는 정당이었다. 자생적으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정당이 아니었다. 그러나 국민당은 다르다. 국민당은 유권자를 위해 자생적으로 and서인가 할 수 있는 정당이다. 바로이 점이 득표전략의 최대 장점이다 ??라고 주장한다.

 지난 11일 두 김씨 회동에서의 합의에 따라 지자체 경색 정국은 일시에 파국에서 벗어났고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정국 운용에서 국민당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기회를 상대적으로 박탈당했다. 더구나 국회도 열리지 않으므로 자구책 차원에서 국민당을 부각시킬만한 거 ‘거리??를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다.

 정대표는 19일부터 21일까지 필리핀을 방문하고 라모스 대통령, 아키노 전 대통령, 신추기경 등을 만난다. 오는24일부터는 약 열흘 예정으로 미국과 멕시코를 방문해 교민과 멕시코 살리나스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정대표는 “장마철이 끝나면 지난 총선 때 공약사항이 실행될 것??이라고 약속한 적이 있다. 장마철이 완전히 끝나는 9월부터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대표와 구민당의 새로운 카드가 나올 수 있을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