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 희원” 세계 첫 陶磁대장경
  • 경남 통도사·송 준 기자 ()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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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서운암 性坡 스님, “수행 삼아 한다”



1238년 몽고의 침입으로 국권이 위태롭게 되자 당시 고려인들은 8만대장경을 만들어 佛法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했다. “결국 외적은 물리쳤지만 아직 국난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性坡 스님(경남 통도사 서운암)은 여기고 있다. 하나이던 땅덩이가 둘로 갈라져 아직껏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파 스님은 이 미제의 민족 과업인 통일을 발원하는 취지에서 대사업을 벌였다. 양면에 새겨진 8만 대장경, 정확히는 8만1천5백28매의 고려대장경을 각각 도자기판 위에 찍어 구워내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시작해 10년간 계속 만들어낼 이 도자대장경의 판수는 완성될 경우 고려대장경의 두배인 16만3천56매에 달한다.

도자대장경 제작은 목판대장경의 경우와 비교가 안될 만큼 어렵다. 공정 자체가 번거로운 데다 깨지기도 쉽고, 비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먼저 청자토로 대장경 판을 빚어 그늘에서 말린 다음 경전의 내용을 새겨 넣고 초벌구이와 재벌구이를 해야 한다.

서운암에서는 현재 장작가마 5개와 전기가마 3개를 장만해 1주일에 1백장씩을 굽고 있는데 이제까지 약 1만5천매를 만들었고 3만장 정도를 진행중에 있다. 앞으로 장작가마 5개를 더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남북통일, 나아가 인류의 평화를 희원하는 ‘16만 도자대장경’은 경전 간행사상 초유의 佛事일 뿐만 아니라 민족 대대로 보존될 또 하나의 문화재”라고 성파 스님은 말한다. 이제까지 만들어진 불경은 필사본과 인쇄본, 목판본, 그리고 石經 등이 있는데 도자대장경은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다는 것이다.

성파 스님은 16만 도자대장경 제작에 앞서 3천개의 도예불을 만들어 법당에 모셨다. 과거장엄겁(莊嚴劫) 1천불, 현재장엄겁 1천불, 그리고 미래장엄겁 1천불을 완성하는 데 5년이 걸렸다. 3천도예 불상은 모두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일부러 똑같이 만들려 해도 다른 형태가 나온다”라고 성파 스님은 말한다.

성파 스님이 처음 도예에 관심을 가진 것은 통도사의 주지로 있던 지난 80년 초이다. 평소 서예·미술·자연염색 등 기예에 취미가 있던 터에 도자대장경을 취미가 있던 터에 도자대장경을 만들 결심을 하고 서운암에 가마를 장만하면서 도자기 공부를 처음 시작했다고 한다.

“글을 읽고 쓰는 것에서부터 만들고 막일하고 염불하는 것까지 모두가 수도일 뿐 거창한 의미는 없다. 도자대장경이 끝나면 뭔가 새로운 수행거리를 찾을 것이다”라고 성파 스님은 말한다. 삶이 곧 수행과 수도의 궤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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