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太 녹색 선언 “투자보다 환경 먼저”
  • 김 당 기자 ()
  • 승인 2006.04.2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I 보고서 … 행정 조처·법규 제정 등 강력 대응



 "아시아에서 사업을 하려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져라." 최근 홍통에서 발표된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환경-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내린 결론이다. 영국의 권위 있는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지의 자매 기관인 비즈니스인터내셔널(BI)이 조사·작성하고 종합 화학 회사인 듀폰과 전문 홍보 회사인 버슨-마스텔라가 후원한 4백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정부 규제의 강화, 활발해지는 비정부 단체(NGO)들의 환경 보호 운동, 높아지고 있는 일반인의 환경에 대한 관심 등으로 90년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 문제를 좀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의 정부 환경 정책과 일반인들의 환경 의식, 환경 관련 법규 등을 조사 분석한 이 결과는 영국 이코노미스트그룹의 자회사인 BI가 이 지역에 진출해 있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다국적기업 경영자에게 기업 정보와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분석과 충고를 제공하려고 마련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뒤늦게 환경문제에 눈뜨기 시작한 우리 기업들에게도 중국을 비롯한 아·태 지역 진출을 위한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태 지역의 환경 실태에 관한 포괄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이 보고서는 BI의 전문 조사요원들이 각 나라를 돌며 업계지도자들과 정부 관료, 학계 인사 그리고 NGO 관계자 등과의 직접 면담 등 2백건 이상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되었으며 조사 활동은 91년 12월부터 92년 7월까지 실시되었다.

 이 조사를 후원한 듀폰 아시아·태평양 회장 홀리데이씨는 듀폰그룹 울라드 회장이 주창한 '기업 환경주의'를 인용, "다가올 4반세기동안 더 녹색화될 세계에서 가장 큰 공헌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인 기업에 의해 이뤄질 것을 확신한다"면서 "이 조사는 환경문제에 대한 기업의 공개되고 정직한 노력의 일부"라고 의미를 두고 있다. 다음은 보고서내용을 간추려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환경 문제는 이제 정부와 일반인의 관심사에 확고히 자리잡게 되었다. 또 정부와 국민은 이 지역 환경 문제의 해결책을 기업에서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선 각 정부는 자국의 악화된 환경의 질을 좀더 빨리 개선하도록 국내외적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오존 파괴 물질을 규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 같은 국제협약이나 지난 6월 리우에서 열린 지구 정상회담 결과 등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사업 시설뿐 아니라 공공시설에도 영향을 미치는 환경 규제법이 상당히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정부는 환경 관련 기관을 확대 또는 그 권한을 강화시키고 새로운 에너지 절약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할 것이다.

 한편 부정적인 면에서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으로 '녹색 보호주의'라는 명목 아래 외국 기업의 투자를 금지시키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사업 운영을 제약하는 규제법이 한층 강화되고 생산 시설을 확장하려면 그 사업 계획이 전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검토를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일반화된 환경 영향 평가도 사업 확장 계획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장 가동·확장 및 건설 등에도 민간의 간섭과 민사소송 등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산업계는 까다로운 환경 기준을 맞추느라 힘이 들겠지만 산업계에 '녹색 혁명'이 일어남으로써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 환경 보호는 원칙적으로 중요시하고 있지만 현재 환경적인 구조 개선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 대신에 행정 조처 등을 통해 현재의 환경 오염을 규제하고 경영 계획의 관리를 통해 새로운 오염원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려 애쓰고 있다. 이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다.

 중국은 하수 처리 시설 건설과 폐기물 관리구조 개선 같은 분야에서 자본과 전문 기술을 세계은행 같은 다각적 국제 투자 기관과 특히 일본과의 쌍무적인 협력에 심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법규가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에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현지 기업보다는 합작 기업에 더 불리하다. 합작 기업에 대한 환경 기준이 더 엄격히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독립적인 민간 환경 그룹과 기업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아·태 지역 나라와 구별된다.

 대만 : 87년 환경부가 설치된 이후 19개의 법률과 53개 규칙을 제정했고 앞으로도 규칙제정은 추가될 것이다. 특히 환경부는 대표적인 공해 기업을 시범적으로 적발·규제할 방침이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만에서는 이른바 님비현상이 강하다. 80년대 중반 이래 몇몇 신규 사업 계획들이 현지 주민의 반대로 중단·연기되거나 바뀌었다. 이로 인해 다국적기업들과 현지 기업들이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민주화가 진행됨에 따라 환경 문제가 90년대 국가적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환경제품 및 서비스 사업이 진출할 수 있는 큰 잠재 시장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 :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더 엄격한 환경 관리 체제를 갖고 있다. 싱가포르는 앞으로 10년 동안 환경 기준을 점증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다. 도시는 쾌적한 녹색 풍경에도 불구하고 유해 폐기물 같은 새로운 복잡한 문제들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최근 자연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경제규모가 팽창함에 따라 토지 이용을 둘러싼 갈등이 증대되고 있다. 폐기물, 특히 다양한 유독성 폐기물이 인접 국가로 수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싱가포르는 환경 분야에서 이 지역의 선도적 역할을 하려고 한다. 다른 아시아 시장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이지만 앞으로 5~10년간 환경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유독성 폐기물 처리·소각·재활용 분야에서의 하이테크 설비와 서비스가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한국 : 현재의 환경 정책은 일관성이 없다.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부는 물의를 일으킨 공해 사건에 대해서 강경한 대처로 급선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전면적인 환경 개선 프로그램은 곧잘 실행되지 않거나 연기되곤 한다. 법률이 전국에 걸쳐 동일하게 집행되지 않으며 환경 오염 통계자료가 가끔 상충한다.

 현재 시행중인 '오염자 부담 원칙'은 당장은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최근 개정된 법률은 특정 소비자와 상품에 대한 예치금제를 부과하고 있다. 또 환경영향평가제도도 마련되어 있으며 이제도가 공정하게 시행되는 것을 보장하려는 여론의 압력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산업계는 정부와 긴밀한 유착 관계를 가지고 있어 환경을 보호무역주의의 한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징벌 규제보다는 설득 쪽에 더 관심을 보여 왔으며 법적 조처가 취해지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심각한 환경오염사건일 경우에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조업을 중지시키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 외부의 압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다국적기업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의 환경보호론자들과 사회운동가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서는 아주 급진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공해를 유발하는 재벌 기업들을 배척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다국적기업들 가운데 재벌과 똑같은 불운을 맛본 기업도 있다.

 환경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의 선거 공약에 환경보호 문제들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