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빠지면 더 강훈”
  • 강용석 기자 ()
  • 승인 199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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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최고령 선수인 朴哲淳 투수(39 · OB)는 요즘 묘한 기분을 느낀다. 올해 대학에 입한한 큰아들 상준이와 이번에 새로 입단한 고졸 신인들의 나이가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상준이는 야구 선수의 길을 걷지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박철순은 몇가지 신기록을 갖고 있다. 82년의 22연승과 시즌 최다 24승, 92년 8월에 기록한 최고령 완봉승과 93년 8월의 경기 시작 여섯 선두타자 연속 탈삼진 등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야구에서의 공식 기록일 뿐이다.

 그의 비공식 기록인 투병 일지에는 ‘재기’라는 낱말이 여섯 번이나 나온다. 투수에게는 치명적인 허리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병원과 야구장을 부지런히 오간 것이다. 그는 또 거구로 야구 인생을 살았다. 선수에서 은퇴해야 코치가 되는 것이 원래 코스이나 그는 선수에서 플레잉 코치 · 타격 코치를 거쳐 다시 선수로 복귀한 희귀한 경우. 그래서 그런지 어느 누구도 그의 별명 ‘불사조’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시즉 개막을 한달 앞둔 3월 1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철순은 까맣게 탄 얼굴과 야구 복장이 아니고는 도저히 야구 선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키가 1백83㎝인 투수라면 적어도 80㎏의 몸무게는 지녀야 하는데 74㎏밖에 안나간다고 한다. ‘입이 워낙 짧아’ 아직까지 한끼에 밥 한 공기를 먹은 적이 없다. 도 대선수 답지 않게 술·담배를 즐긴다. 다만 번쩍이는 눈매에는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오기가 담겨 있다.

“체력 있는 한 현역으로 남겠다”
 일본 쓰쿠미에서 가진 지옥 훈련을 막내동생뻘 후배들과 함께 끝까지 소화해낸 박철순은 요즘 투구 수를 부쩍 늘리고 있다. 3월 초순에 이미 하루 백개씩 던졌고 개막 10일 전까지는 1백50개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87년에 파열된 왼쪽 아킬레스건 때문에 행동 반경이 좁아지고 컨트롤과 스피드에 아직도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를 아껴 주는 팬이 있는 한 언제라도 마운드에 오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시즌 중 슬럼프에 빠지면 운동량을 늘린다. 투구 연습 외에도 하체 운동을 많이 하는데, 공을 던지는 상체가 시원찮으면 하체라도 힘이 있어야 상체가 다시 살아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철순은 호적에 56년 3월12일 생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55년 6월30일 생이다. 한국 나이로는 불혹이라는 마흔이지만 끝까지 38세라고 우긴다. 마흔이라고 하면 왠지 섭섭하다는 것이다.

 은퇴 얘기를 꺼내자 그는 “은퇴에 큰 의미를 담고 싶지 않다. 체력이 뒷받침될 때까지 현역으로 남고 싶다”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24 0 0 1 5 2 0 1 4 7 7 7. 박철순의 연도별 승수이다. 지난해에는 25게임 출장에 7승 5패, 방어율 2.08을 기록해 팀이 6년 만에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한몫했다.

 “올해 팀 성적은 괜찮을 겁니다. 장호연 김경원 김상진 권명철 같은 투수진에 유택현 홍우태 등 신인이 보강됐으니까 최소한 작년 성적은 내리라 봅니다. 저도 욕심 같아서는 10승 투수 대열에 끼고 싶은데, 글쎄 체력이 따라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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