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계의 큰 성과
  • 정읍.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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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완창 《전봉준》 대본 완성한 장효문 시인

82년 1만8천행에 달하는 장편서사시 《전봉준》을 발표, 한국 서사시사에 한 획을 그은 바 있는 장효문씨(51)는 창작 판소리 《전봉준》을 완성하면서 “정치상황은 물론이고 특히 우루과이 라운드로 위기에 빠져 있는 오늘의 농촌”을 떠올렸다. 원고지 5백장, 완창에 6시간 걸리는 이 판소리는 94년 갑오농민전쟁 1백 주년에 때맞춰 불려질 것이지만 단순히 “동학의 제단’에 올려지는 의전용은 아니다. 그는 1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농민과 민중이 처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판소리 《전봉준》서사시 《전봉준》과 그가 88년 월간《예향》에 연재한 ‘전봉준기행’을 바탕으로 짜여졌다. 고종 31년(1894년) 전후의 국내외 정세로 시작하는 첫째 대목은 정봉준의 출생· 성장과정과 고부농민들의 봉기를 다루고 있다. ‘서면 백산 앉으면 죽산’을 둘째 대목으로 한판소리는 백산농민군과 동학 내부의 갈등을 풀어나가다가, 전주화약을 체결하는‘전주성입성’을 셋째 대목으로 삼고 있다. 시간대별로 농민전쟁을 따라가는 이 판소리는 농민군의  우금치 패전을 넷째 대목에서 서술한 뒤, 전봉준의 최후를 다룬 다섯째 대목으로 매듭짓고 있다.

 그가 갑오농민 전쟁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인간 전봉준’은 물론 동학과 3 · 1운동과의 확실한 연계점, 즉 동학농민군의 부대장 이었던 손병희 3· 1운동의 주도세력으로 참여했다는 사실과 지방자치제였던 집강소의 설치운영이다. 그는 동학농민운동의 성격을 ‘미완의 농민전쟁’으로 보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판소리 운율에 싣기가 까다로웠다”는 그는 판소리가 94년 농민전쟁 1백 주년에 불려지기를 바라고 했다. 구체성을 띠어야 할 몇 장면들이 소리로 뭉뚱그려져 사실성이 약해지는 것은 아닌지, 몇 군데는 사실의 열거에 머무른 것은 아닌지  하는 ‘작은 흠집’도 있지만 이 판소리에 대한 본격적 평가는 완창된 연후에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이 판소리는 갑오농민전쟁을 다룬 최초의 판소리이며 창작 판소리계의 중요한 성과물로 자리잡을 것이다. 장효문씨는 현재 전남 고흥군 녹동고등학교에 재직하고 있으며 73년 문단에 나온 이래 《들쥐떼의 울음》《우리 바람이 되어》등의 시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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