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무역장벽 ‘유엔가입’
  • 최호진(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 ()
  • 승인 1991.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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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유엔가입은 우리 경제, 특히 무역에도 크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가입과 더불어 우리나라는 회원국으로서의 일반의무 준수는 말할 것도 없고 유엔의 환경보호활동과 관련된 제반 무역규제를 받게 된다.

유엔은 제 2의 우루과이라운드(UR)로 불리는 유엔환경기구(UNEP)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환경보호협약을 내놓고 있는데, 협약 내용이 엄격해 위반 때에는 강력한 무역규제 조처를 받게 되어 있다. 외무부도 “환경관련 협약들이 산업화에 따른 폐기물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미가입국을 상대로 한 무역규제에 중점을 두고 있어 한국에는 심각한 무역장벽이 될 전망”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선 87년 9월 채택돼 89년부터 발효된 ‘몬트리올 의정서’는 프레온 가스류(CFC)같은 오존층 파괴물질을 규제한 협약이다. 주요 내용은 CFC의 소비량과 생산량을 86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이후 점차 감소시켜 2000년부터는 무조건 사용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내년 중 이 협약에 가입할 예정으로 있는데 가입하지 않으면 이러한 물질을 사용하는 완제품(에어컨디셔너 냉장고 전자제품 단열재 소화기 등)의 수출이 금지된다. 이를 사용하는 관련산업의 시장규모는 4조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

내년 6월중 체결 예정인 ‘세계기후협약’도 우리의 산업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협약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CO²) 메탄 일산화탄소등의 방출량을 규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협약이 체결되면 우리도 이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 이 경우 전자 자동차 기계류 등 전산업에 걸쳐 강화된 환경기준이 기술적인 제약으로 작용, 우리 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다. 이 협약은 에너지 다소비산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국은 에너지 탄성치(GNP 1% 성장을 위한 에너지소비 증가율)가 1.25 로 선진국의 두 배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에너지정책의 전반적인 검토가 요망된다.

이처럼 유엔가입 후 환경보호협약이 한국경제에 끼칠 영향은 직접적이고도 심대하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환경투자 수준은 GNP의 0.13% 에 불과해 미국의 0.57% 일본의 0.34%에 비하면 너무나 뒤져 있다. 닥쳐올 환경관련 규제 등에 대비, 대체 물질 개발 ·유해폐기물 처리장치 개발 ·유해폐기물 수출입관리 절차 마련 ·산업구조 조정 등 대책수립 이 시급하다.

이번 유엔가입과 함께 한국의 국제노동기구(ILO) 가입도 확실해지고 있다. ILO 가입은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ILO는 전세계 노동자의 생활수준 향상 ·근로조건 개 선 ·단체교섭권 확대 등을 목표로 1919년 국제연맹 산하의 준 독립기구로 출발한 유엔 산하기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결권과 관련된 조약에 대한 비준압력을 받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미국, 한국 노동상황 빙자해 무역장벽 높일 듯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도 ‘ ILO 가입에 따른 대책’이란 자료에서 이들 조약을 비준하지 않을 경우 선진국의 압력이 거세지고 통상마찰도 심화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ILO 가입과 관련, 관심의 초점이 되는 노동관련법 조항은 복수노조 금지 ·공무원의 노조 활동 금지 ·교원노조 부인 제3자 개입 금지 ·노조의 설립신고제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방위산업 근로자의 쟁의행위 금지 ·강제 중재 제 등이다. 벌써부터 ILO의 특정조약이 국내노동법과 상치되는 점이 많아 노동법 개정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문제의 ILO 조약은 근로자의 단결권과 관련된 제87조(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와 제98조(단결권 ·단체교섭권에 대한 원칙 적용에 관한 규정)이다.

ILO는 헌장과 규약에 노동 3권, 특히 단결의 자유(노동조합 자유결정권)에 대한 완전한 보장을 명시하고 가맹국에 대해 이들 조약의 비준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특히 총회의 상설기구인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매년 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는 국가의 노동현실을 감시하고 해당 정부는 답변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기관인 해외민간투자공사(OPIC)는 한국 정부의 노동조합탄압, 근로자들의 투옥 및 기타 노동관련 시책에 항의하기 위해 對韓투자에 나서는 미국기업에 대한 신용 및 보험제공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 조처는 미국 정부가 노동 인권단체들의 탄원에 따라 한국의 노동상황에 대한 “심충적인 증빙서류를 검토한 후 취한 것”이라고 한다. OPIC는 미국 무역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단체로 한국의 노동 상황을 빙자해 무역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 역시 유엔가입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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