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초세 가고, 綜土稅 오라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4.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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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땅 90% 이상에 과세 가능…과표 현실화가 과제

납세자가 전 국민 가운데 9만4천명, 적용되는 땅이 저넻 필지의 0.36%에 불과한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가 또 말썽이다.

 부동산 임대업자인 경영업씨는 91년 국세청으로부터 2천여만원의 토초세 고지서를 받았다. 15년 전에 산 서울 서초동 3백여평의 땅이 지가급등지역으로 고시된 것이다. 경씨는 이 땅이 도시계획으로 말미암아 아무런 보상 없이 90여 평으로 줄은 데다가 토초세마저 내는 것은 억울하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토초세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김을태씨는 서울 여의도 소재 땅에 부과된 토초세 납부에 불복했다. 김씨는 이 땅에 자기가 사실상 지배하는 회상의 사옥을 지어 이 회상에 임대해주고 있었다. 엄연히 건물을 지어 활용하는 땅을 놀리는 땅(유휴 토지)으로 간주해 토초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을 하는 홍관수씨는 동생 세준씨와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서울 양재동 70여 평의 땅에 91년 각각 4백80만원의 토초세 고지서가 날아들자 헌법재판소를 찾았다. 임대중인 토지를 유휴 토지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세금 불복에서 나아가 토초세 법 자체가 위헌이라고 제소한 시민 3명은 3년 여를 기다린 끝에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끌어냈다. 이로 말미암아 4년8개월 만에 토지공개념의 핵심 축이던 토초세는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했다.

 토초세는 개인 소유의 노는 땅이나 법인 소유의 비업무용 부동산 값이 평균 지가상승률의 1.5배 이상 오를 때 여기서 발생하는 초과 이득의 50%를 환수하는 세금이다. 89년말 입법된 토초세는 첫 예정과세가 시행된 91년부터 첫 정기과세가 이루어진 93년까지 매년 이의 신청이 끊이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의 신청 및 심사 청구가 1천 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3년간 고작 6천3백46억원(부과액은 9천4백77억원이나 나머지는 분납 신청으로 연기상태)를 거두고도 엄청난 집단 민원에 시달린 것이다.

 단일 세금으로 최대 조세 저항에 직면한 토초세는 실현되지 않은 가상 이득에 과세하며 과세 대상인 유휴 토지의 범위가 논란이 됐다. 또한 부동산을 거래할 때 내는 양도소득세와 별도로 과세함으로써 이중 과세를 야기했다. 이로 말미암아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며 실질과세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과세 기준이 된는 개별지가 산정도 전문성이 결여된 한 공무원이 수천 건을 처리해야 하는 불합리성으로 폭발적인 민원을 불렀다.

 토초세는 개인이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분명히 반자본주의적 세금이다. 그러나 정부는 폐지 후의 상황을 겁내고 있다. 청와대와 재무부가 서둘러 대폭 개정 쪽으로 진화에 나선 것도 폐지한 뒤 부동산 투기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가 극히 취약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정상화 필요

 학계 일각이나 민자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토초세를 폐지하고 대신 종합토지세(종토세)를 강화하고 양도소득세를 정상화하는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우선 과세 대상이 없다. 종토세는전 토지의 90% 이상이 과세 대상이다. 현재 종토세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최고 세율이 5%나 되지만 과표(21%)가 극히 낮아 평균 실효 세율이 0.04%에 그치기 때문이다. 투기 차단에 기여한 토초세의 역할을 종토세가 대신하기 위해서는 과표 현실화율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96년까지 과표 현실화율을 백%로 끌어올려 세 부담을 2~3배로 높일 계획이지만 토초세와 비교할 수도 없는 만치않은 조세 저항을 이겨내야 할 것이다.

 토초세는 법 자체의 위헌적 소지뿐 아니라 정작 물어야 하는 사람은 교묘히 법망을 빠져 나가고 농민이나 법을 모르는 사람이 내는 세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토초세는 대수술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법과경제의 자리매김이 정상으로 복원되려면 토초세는 강한 위력을 갖는 종토세를 잉태하고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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