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대처입법 제정하라
  • 최광 (한국외국어대 교수 . 경제학) ()
  • 승인 1994.08.1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거래 실명제가 전격 실시된 지 벌써 1년에 이르렀다. 정부 스스로 개혁 중의 개혁이라고 부르는 금융 실명제를 1년간 실시한 평가는 엇갈려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명제라는 하나의 제도를 도입했다는 관점에서 실명제가 성공이었다고 평가될 수 있지만, 정책 당국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개혁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실명제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은 아직이르며, 제도 도입 자체의 성공을 개혁 단계에까지 승화하고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대응이 좀더 큰 의미를 갖는다.

 금융실명제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려면 그 내용을 구분하여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 기준은 ?금융실명제 자체가 모든 공식 금융기관과의 거래에서 철저히 실시되느냐 하는 것과 ?금융실명제를 실시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한 여러 정책적 목적이 성취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실명제 자체가 철저히 시행되고 있는냐라는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이다. ‘완전히’라고 하지 않은 것은 아직도 모든 금융 거래에 실명확인이 다 이루어지고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명 확인이 다 이루어지고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명 확인이 빠짐 없이 실시 되지 않은 사례는 제2의 장영자 사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금융 종사자 들의 입을 통해 우리의 오랜 금융 거래 관습이 지속되고 있음이 시인되고 있어 앞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성취되었느냐 하는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아직 기대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명제는 경제 정의 위한 ‘충분 조건’ 아니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줄곧 필자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실명제로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실명제를 왜 실시하는지에 대한 목적 의식이 상실되었다는 점이다. 당국은 실명제를 실시하는 목적을 챙겨서 종합적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내는 정책적 노력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 못하다.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는 목적은 음성적인 금융 거래와 비공식적인 자금 관리로 오랜 세월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우리나라 금융 질서를 바로잡아 경제 정의를 실현하면서 경제 정책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데 있다. 그렇다면 과연 1년 동안 경제 정의가 실명제를 실시하기 전보다 더 구현되고, 경제 정책의 효율성과 합리성이 더 높아졌는가, 물론 이것들이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달성 되리라고 기대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 그렇더라도 정부의 정책이 문제 의식을 제대로 갖고 추진되고 있느냐 하는 관점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금융실명제 실시는 우리나라가 경제 정의를 실현하는 데 필요조건이지 충분 조건이 아니다. 금융실명제 실시가 경제 정의 실현을 자동으로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우리는 실명제 실시와 더불어 필요한 각종 정책과 제도 도입을 별도로 강구해야 경제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금융실명제를 경제 문제로만 인식 하여서는 안된다. 금융실명제를 경제 문제로만 인식해서는 안된다. 금융 자율화, 부동산투기 억제책, 자금의 해외도피 방지, 세제 개혁 등 경제 측면에서 보완 책을 계속 마련해야 함은 물론, 정치 자금법 . 선거법 . 공직자윤리법 등 정치 . 사회와 관련해 제반 정책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야만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금융실명제 정착과 관련한 정책의 집행을 경제 부처, 특히 재무부의 책임으로만 남겨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명제 실시 이후에 정부 정책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 가운데 하나는, 실명제를 실시했다는 것 자체로만 그 의미를 찾지, 실명제의 의의를 살리기 위한 별도 정책 기구가 존재하지 않아 실명제 후속 조처가 종합적으로 강국되고 있으나 실명제의 기술적 측면을 다룰 뿐이지 나라 전체라는 관점에서 관련 문제를 포괄적으로 보는 기구는 없고, 이를 챙기는 정채 책임자도 없다.

 실명제를 실시했는데도 겉으로 보아 경제에 큰 혼란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사람들, 특히 정책 당국은 실명제가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공식화하고 있는데, 이는 책임 있는 태도도, 문제를 종합적으로 본 결론도 아니다.

 당초 우려했던 경기 침체 . 주가 폭락 . 부동산 투기 극성 등 큰 부작용이 없는 데 대해서는 그 내용을 몇 가지 짚어 볼 수 있다. 첫째, 부작용 예상했던 것이 잘못된 경우이다. 둘째, 정부가 정책 대응을  적절히 잘한 경우이다. 셋째, 대내외적 경제 여건이 운 좋게도 이에 호응한 경우이다. 현실에서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작용이 우려했던 것 만큼 크지 않았다는 사실을 두고 정부는 대책을 성공적으로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처음부터 실명제 부작용이 크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는데 그 확신이 사실로 증명되었다. 부동산 투기 . 자금의 해외도피 . 주식시장 붕괴 . 기업 도산 같은 부작용은 실명제를 실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핑계 삼은 것일 뿐 실질적인 것은 아니었다.

 실명제를 실시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지적해야 할 것은, 정부의 정책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지금까지 실명제 정착을 위해 꼭 필요한 조처 또는 뒤따라야 할 조처를 다 취하지 않고, 문제의소지가 있는데도 필요한 조처를 연기하여 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문제가 해결되었다기보다 문제 해결이 늦춰졌을 뿐이다.

 이미 뿌려진 금융실명제라는 씨앗이 만개하기 위해서는 긴급명령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대체입법 제정, 금융자산 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실시, 지하경제 축소대책 마련, 국민 의식의 전환 등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금융실명제 정착 과정에서 가장 비용이 적게 들며 꼭 필요한 것은 금융기관과 금융인의 자세 전환과 협조이다. 문제는 금융기관과 금융인의 자세 전환 협조이다.

 문제는 금융기관 금융인이 실명제의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데 있다.

비밀보장 규정 수정 필요
실명제 실시가 대통령의 긴급명령에 의해 추진되었으므로 실명제 1년을 맞아 긴급명령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체입법을 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데, 필자 또한 긴급명령을 이제는 가능한 한 빨리 같은 취지의 법률로 대체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대체입법의 필요성을 두고는 비밀보장 규정 완화 여부와 차명거래자 처벌 규정 마련 여부가 주로 논의되어 왔다.

 금융거래 비밀 보장은 금융실명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하여 꼭 필요하다. 문제는 비밀 보장 규정이 감사원 . 검찰 . 공직자 . 윤리위원회 . 금융기관 . 국회 등 감사 .조사 기관의 공공 목표 수행에 지장을 준다는 데 있다. 대통령 긴급명령에서는 실명제의 순조로운 정착을 위해 금융거래의 비밀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비밀 보장을 강화했지만, 이제 실명제가 어느 정도 정착되어 가는 단체이므로 개인읜 사생활 보호와 공공 목적 수행 기능이 합리적으로 조화할 수 있도록 긴급명령상의 규정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차명 거래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긴급명령에서는 상당히 미약하여 실명거래 관행이 정착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금융자산 소득에 종합과세가 실시하면 합의 차명에 의한 금융거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모든 자금에 대해 철저한 출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차명 여부를 밝힐 수 없다는 데 있다. 실명제가 실시된 이상 비실명 가명은 물론이고 차명에 의한 거래도 급해야 한다. 현재 명의를 빌리는 사람은 처벌 대상이 되고, 명의를 빌려주는 사람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는 불공평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차명 거래를 근절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명의를 빌려주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도 가능하게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 볼 때 금융실명제의 핵심은 종합과세이다. 금융실명제는 금융자산 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를 실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완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실명제는 본격적인 실명제가 아니다. 실명거래 자체의 정착과 관련한 초보적 형태에 불과하다.

세원 포착률 여전히 낮아 ... 불공평 과세 개선 않돼
금융실명제가 추구하는 경제정의 실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세부담에서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세제나 세정을 놓고 볼 때 세부담의 불공평이 야기되는 두 가지 원천은 ?사업소득에 대해 과세 포착률이 매우 낮다는 점 ? 비과세 . 저율분리과세 . 종합과세 등의 형태로 금융자산 소득에 대해 여러 가지 차별과세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사업소득과 세원노출로 세부담이 급격히 증대되면 조세 마찰이 우려되므로 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 되기도 하였다. 물론 정부도 세원 노출을 유도할 세율 인하는 하지 않았지만, 실명제 실시 이후에 사업자들의 세원이 다소라도 종전보다 확대되었다는 사실을 아직은 보지 못하였다. 세원 노출은 세무행정 강화로써 달성되는데, 실명제 실시 이후 좀더 과학적인 방법에 의거해 세무 행정이 강화도기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명목 아래 정부가 세무 행정을 관대히 하여 세원 포착에 크게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사업소득자와 여타 소득자 간의 세금부담 불공평은 전혀 완화되고 있지 못한다.

 실명제를 완결짓기 위해서나 우리나라 세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나 종합과세를 차질 없이 개혁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정 운용을 전제로 한다. 종합과세 대상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현실에서 납제자와 정세자와의 관계는 옛날과 같을 수 없다. 옛날과 같은 구먹구구식 세정으로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실명제 실시와 함께 세제상 검토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금융자산 소득의 종합과세를 어떻게 시행하고 이를 세무 행정이 어떻게 뒷받침하느냐 하는 것이지만, 부부의 재산권 규정, 상속. 증여세 체계 관리적으로 일관성 있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개혁은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고, 부작용 없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문민 정부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해 앞에 내세운다. 그러나 개혁은 시작한 것으로만 뽐낼 수 없다. 개혁이 마무리될 때 그 공이 인정되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