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일본해 경제권 구상’과 한 맥락
  • 김방희 기자 ()
  • 승인 2006.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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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국을 거쳐 영국까지 자동차로 달리게 된다.” 일본사람들은 어떤 근거로 이런 말을 할까.

 이 예측은 일본인들이 주도하는 두개의 해저터널 건설계획과 관련이 깊다. 영국과 프랑스사이의 도버해협 해저터널 공사가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 공사는 이미 1802년 나폴레옹시대에 한 광산기사에 의해 제안된 것이다. 1870년대와 1970년에 일부 구간은 착공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건설비를 조달하지 못해 공사는 중단됐었다.

 지난 86년에는 대처 영국 총리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합의에 따라 민간 콘소시엄이 다시 93년 개통을 목표로 해저터널 공사를 시작했다. 일본은 이 과정에서  기술과 자금을 제공했다. 민간 콘소시엄에 많은 일본은행들이 참여했으며, 이 콘소시엄은 일본의 우수한 터널건설 기술을 도입했다. 대한토목학회 李慶鎭 전무이사는 “일본의 터널건설 기술이 선진적인 이유는 4개의 섬으로 이뤄진 일본이 실제로 많은 해저터널을 건설하면서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北海道와 아오모리縣을 잇는 총연장 50㎞의 세이칸 터널이다.

 도버해협 터널만은 못하지만 한·일 해저터널 구상도 역사가 깊다. 1939년 일본의 한 철도 감독관은 한·일 해저터널을 구상하고 두 해 뒤에는 1년여에 걸쳐 대마도해협에서 탐사를 벌였다. 80년에는 한 대형건설회사가 이 구상을 구체화시켜 계획안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한·일 해저터널에 관한 일본인의 관심을 ‘통일세계’를 꿈꾸는 통일교의 관심과는 분명 차원이 다른 것이다. 다만 원대하지만 약간은 허망해 보이는 통일교측의 구상이 그동안 끝없이 대륙진출의 야망을 보여온 일본을 자극해온 것은 사실이다. 전세계의 교통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겠다는 통일교의 ‘국제하이웨이 건설 구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가 주도하는 ‘아시아하이웨이 구상’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ESCAP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아시아하이웨이 구상에 대해서는 《시사저널》141호 60·61쪽 참조).

 일본은 최근 세계경제의 블록화 경향에 따라 종전의 구미중심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눈을 아시아로 돌리고(脫歐入亞) 있다. ‘환일본해경제권 구상’은 이런 관심사의 또다른 표현이다. 이는 한국과 북한, 중국의 동북부지역, 러시아의 극동지역 등 동해를 둘러싼 지역에 국지적인 경제권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이의 전제조건으로 해상운송계획에 주력해왔다. 환일본해 경제권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을 정비하는 작업도 주로 일본 남서해안의 항만시설에 집중되고 있다. 일본은 후쿠오카를 ‘아시아의 항구’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한·일 해저터널은 이런 구상의 완결편이 될 수 있다. 해저터널이 완성되면 일본 북해도에서 러시아 극동지역까지의 모든 해협이 터널이나 교량으로 연결되는 셈이어서 ’일본해 순환교통망‘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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