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망나니 ‘살인부대’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0.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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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소년 3백33명 살해… 인종적 편견도 크게 작용

 살인부대(Death Squads)라는 우익 민간테러조직에 의해 살해되는 청소년의 수가 브라질에서 급증하여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살인부대란 중남미 각국의 우익 군사정권하에서 전직경관, 군인, 우익 행동대원을 중심으로 60년대에 조직된 민간 테러단체들을 말하는데 주로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암살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이 정치적 반대파가 아닌 거리의 청소년을 살해의 목표로 정함으로써 희생자의 수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인권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지독한 폭력은 일찍이 없었다. 아이들이 마치 들개처럼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이 총을 맞고 쓰러지고 있다.” 리오데자네이로 소재의 ‘거리의 아이들을 위한 전국운동’이라는 단체의 한 간부는 이렇게 통탄했다.

  민간연구단체인 ‘브라질 사회 · 경제연구소’에 의하면 살인부대에 의해 피살된 젊은이의 수는 88년 65명에서 89년 상반기에만 82명으로 늘어났다. 또 ‘거리의 소년 · 소녀들을 위한 전국운동’의 다른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년동안 레시페, 상파울로, 리오데자네이로 등에서 살인부대에 의해 피살된 청소년의 수는 3백33명에 달했다. 거의 하루에 1명 꼴이다. 왜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매년 살해되어야 하는다. 그 원인은 지난 10여년 동안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든 경제상황과 이에 따른 빈곤의 만연, 가정의 파괴, 경찰의 부패 등에 있다.

  3월에 공표된 유엔국제아동구호기금 (UNICEF)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참한 환경에 살고 있는 어린이가 6천만명이나 된다. 거리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어린이는 85년의 5백만명에서 현재 약 1천2백만명으로 늘어났다. 이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구걸을 하거나 좀도둑질을 한다. 그러다가 마약을 운반하거나 범죄집단에 가입하면, 부모들이 받는 월급보다 3배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급증하는 청소년 범죄를 퇴치하기 위해 소규모 상점의 주인들이 살인부대에 뒷돈을 대고 있다. 청소년 범죄자 ‘1명을 살해하는데 얼마’식으로 현상금을 지불한다. 한 경찰관계자에 의하면 대개는 나이 어린 아이들이기 십상인 좀도둑 1명을 살해하는데 40달러 정도가 먹힌다. 그러나 마약운반자 또는 슬럼가에서 갱두목 노릇을 하는 청년 1명을 살해하는데는 5백달러 정도가 든다.

  살인부대의 ‘인간사냥’에는 인종적 편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 조사자료에 의하면 거리에서 살해된 청소년의 약 82% 정도가 흑인 및 혼혈인종이다. 백인 아이는 거리를 배회하다 붙잡혀도 곧 석방된다.

  청소년에 대한 불법 체포, 고문, 살인이 다반사로 자행되고 있음에도 살이부대원 중 이같은 혐의로 체포되거나 조사를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 설령 이같은 범죄 행위를 누군가 목격한다 해도 살인부대가 목격자의 증언을 막기 위해 온갖 협박과 살인까지 저지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발 자체가 불가능하다. 거기에 경찰이 살인부대를 돕고 있다.

  범죄 조직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다는 명목으로 경찰이 거리에서 청소년을 마구 잡아들여 고문을 가하고, 풀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갈취하는 일도 흔하다. 일단 구속된 청소년은 간수에게 곤봉으로 구타당하거나, 성기가 담뱃불에 지져지고, 머리를 변기에 처박히는 등 온갖 야만적인 학대를 받게 된다.

  그들이 겪는 비인간적인 참상에 대해 ‘거리의 아이들을 위한 전국운동’의 한 간부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나는 이보다 더 야만적인 경우가 있을까 하는 순간마다 그보다 훨씬 혐오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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