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순 전 정무제2 장관
  • 서명숙 기자 ()
  • 승인 1992.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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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제2장관실은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여성문제 전담부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성들에게 각료 자리를 하나 내주는 자리로 치부된다. 그만큼 자리바뀜도 잦다. 이번 개각으로 물러난 李季順 전 장관은 서울사대 영어과 교수로 만 27년 동안 봉직한 학계 출신으로 만 2년 동안 장관직에 머물렀다. 趙敬姬 金榮禎 전 장관에 비하면 ‘장수장관’인 셈이다.

朴英淑 민주당 최고위원, 孫鳳淑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李美京 한국여성단체연합부회장 등 여성계 인사들에게 물어본 전 이장관의 재임 2년에 대한 평가는 일단 합격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학자 출신답게 꼼꼼하고 정확한 성격으로 조용하게 실무를 챙겨나갔다.

다른 정부 부처, 여성계와의 관계도 원만했던 편이다. 그가 재임기간 동안 보사부에 속했던 여성개발원의 정무장관실 편입, 여성 고급 공무원 증원, 지방공무원의 성별 구분모집 철폐 등 몇 가지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 이는 ‘남녀고용평등법’ 통과 등 시대적 여건이 달라지는 시기에 장관을 역임한 덕분에 얻은 행운이기도 하다.

관 주도의 여성계 육성이라는 기존틀을 못벗은 점은 전 이장관이 남긴 과제다. 최근 70여개 여성단체를 한데 묶어 관 주도의 과소비 추방 캠페인을 벌인 것은 그 한 사례다. 여성정책 개발에서도 여성개발원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채 민간여성 단체의 의견과 정책건의를 수렴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정무장관실이나 여성개발원에서 입안한 여성정책이 다른 부처와의 협의과정에서 유야무야되거나 껍데기만 남는 일이 많았다. 전 이장관의 정치력 부족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부처에 비해 위상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관계와 여성계에서는 대과없이 일해온 그의 경질에 비판적이다. 개각 장관의 머릿수를 채우면서 선거에 활용할 수 있는 인물로 ‘얼굴바꿈’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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