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성장, 넘치는 감동
  • 유혁준 (음악 칼럼니스트) ()
  • 승인 2006.04.2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6 ‘교향악 축제’ 관람기/전국 21개 오케스트라 참여해
 
충북 단양군 영춘면에 자리 잡은 영춘초등학교 의풍분교. 지난 4월11일 아침,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자란 이 학교 어린이 여섯 명이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63빌딩과 롯데월드를 거쳐 해질 무렵 이들은 난생 처음으로 ‘2006 교향악 축제’가 열리고 있는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교과서에서나 보았을 ‘모차르트 아저씨’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리사 김 아주머니’의 멋들어진 연주로 접한 5학년 조강현군은 “실제로 보고 들으니까 잠도 안 오고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평생 어린이의 영혼을 간직하며 살았던 모차르트의 눈망울이 거기 있었다. 7년째 묵묵히 교향악 축제를 후원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소외지역의 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행사에 초청된 의풍분교 학생들은 이처럼 음악의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지난 4월26일 저녁 폐막 연주회가 열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피아니스트 강충모가 프랑크의 <교향적 변주곡>를 연주했다. 그는 건반을 종횡무진 누비며 음악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그리고 후반부,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은 빈 국립음대에서 제대로 브루크너 음악을 공부한 지휘자 박은성과 수원시향 단원들의 불꽃 투혼이 접목되었다. 수원시향은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콘트라베이스가 왼쪽으로 가고 금관 악기가 오른쪽으로 치우쳐 저음과 목·금관의 분리가 도드라지는 편성.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하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지휘자 므라빈스키가 채택했던 ‘레닌그라드 편성’은 브루크너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바그너 튜바’는 일본 나고야 필하모닉에서 급히 공수된 연주자 4명에 의해 해결되었다. 수원시향은, 기나긴 산고 끝에 서울의 어느 오케스트라도 시도하지 못한 쾌거를 감동적으로 일구고 있었다.

협연자 오디션, 획기적인 일

올해 음악계의 최고 화두는 탄생 2백50주년을 맞은 모차르트와 탄생 100주년이 된 쇼스타코비치. 지난 4월11일 창원시향은 이 두 천재 작곡가를 한 무대에서 맛보게 했다. 얼마나 많은 연주자들이 모차르트를 그저 ‘시간 때우기용’ 정도로 쉽게 생각하는가. 창원시향은 교향곡 38번 <프라하>를 첫 곡으로 연주하면서도 모차르트 음악의 정수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후반부, 난곡으로 유명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1번 <1905년>을 실타래처럼 풀어내며 중앙 무대를 접수했다. 서울시향이나 KBS 교향악단에 비해 한참이나 모자라는 살림살이로 일구어낸 결실이었다.

유학을 다녀와도 좀처럼 큰 무대에 서기 어려운 연주자를 위해 작년부터 주최측이 마련한 협연자 오디션은 우리 음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획기적인 일이었다. 피아니스트 최연희는 4월1일 개막 연주회에서 박태영이 지휘한 코리안 심포니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완주해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지는 박혜준(첼로), 신정양(피아노), 나인희(첼로), 김은아(바이올린) 등 오디션을 거친 젊은 연주자는, 다소 실망스러운 연주를 보인 일부 중견 연주자에 비해 높은 음악성과 테크닉으로 객석을 즐겁게 했다.

상임 지휘자가 건재한 부산시향·울산시향·대전시향·강남심포니·포항시향은 확고한 호흡으로 호연을 보였다. 이에 비해 현재 유일하게 상임 지휘자가 없는 국·공립 교향악단인 인천시향은 예년에 비해 후퇴한 느낌이었다. 인천시는 시세에 걸맞게 문화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인접한 도시 부천의 자랑인 부천필은 가장 많은 청중(1천8백58명)을 끌어모아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서울에서 제주에 이르는 전국 교향악단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봄의 교향악 제전을 열기 시작한 지 18년이 흘렀다. 교향악 축제는 그동안 숱한 화제를 뿌리며 음악계 최대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 21개 교향악단이 참여한 2006 교향악 축제는 질적인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 교향악단이 소속된 해당 자치단체의 지원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초대권 물량이 아직도 50%에 육박하는 것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또한 협찬사 수십 곳이 해외 유수의 음악 페스티벌을 후원하는 것에 비하면 교향악 축제는 단 한 기업에 머물고 있다. 좀더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내년 4월에 있을 봄의 교향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