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선 총독부 청사 이전
  • 우정제 기자 ()
  • 승인 1990.11.2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찬성

 신용하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미국 하버드대학 연경학회 객원교수.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구 중앙청사의 이전을 주장하는 까닭은?

  구 중앙청사의 이전을 주장하는 것디 아니라 구 ‘일제 총독부 청사’의 철거, 혹은 이전을 주장하는 것이다. 구 총독부 청사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당초부터 의도적으로 지어진 일제 식민통치의 상징이다. 모름지기 박물관이란, 민족문화의 정수를 모아 보존 ● 전시함으로써 대내적으로는 국민과 후세에 민족적 자부심과 찬란함을 홍보하는 곳이다. 그런데 독자적 박물관을 건축하지 아니하고 지금처럼 구 일제 총독부 청사를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식을 위축시키고 외국인, 특히 일본인들에게 우월감을 주는등 특히 일본인들에게 우월감을 주는등 전시의 본목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빚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식민통치의 상징’이라 해서 무조건 헐어내자는 주장은 민족적 열등감에서 나온 발상이 아닐지.

  건물의 ‘위치’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이 건물은 조선왕조 통치의 중심인 경복궁내에 있을 뿐 아니라 궁 안에서도 특히 의정소 자리에 세워져 있다. 의정소란 조선시대 3정승의 집무청으로서 행정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일제는 바로 이 자리를 골라 조선의 통치자가 되었음을 상징하려 했던것이다. 건물의 모양을 일(日)자형으로 설계한 것도 같은 의도에서였음을 잘 알려진 사실이다.

● 나치 독일의 만행을 전거하기 위해 아우슈비츠수용소를 보존하듯 이 건물도 엄연한 역사의 유산으로 남겨둘 가치가 있지 않는가?

  아우슈비츠수용소는 나치의 잔혹함을 후세에 교육하기 위해 보존된 것이다. 우리도 서대문형무소나 마포형무소를 보존해 일제 식민통치의 유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총독부 청사는 그 ‘위치’로 인한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45년 8·15당시 국권 회복과 함께 철거했어야 마땅하다. 현재와 같이 박물관으로 사용한다거나 건물을 보존하자는 주장은 모두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 2백여원을 들여 국립중앙박물관을 이전한 지 불과 4년밖에 안됐다. 따라서 이런 문제는 좀더 신중히 검토해도 늦지 않은 것 아닌가.

  아무리 많은 돈을 들였으면 무얼하는가. 당초 박물관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상으로도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보수 당시 보수자가 그 수명을 10년 정도로 보았으니 이제 6년만 지나면 그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들여 대보수를 단행해야 할 판이고, 실제로 그동안에도 매년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보수를 해온 것으로 안다. 또한 현재 이 건물은 누습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전시면적이 협소해 유물을 충분히 전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 안목으로 보더라도 박물관을 신축 · 이전하는 것이 재정 및 유물 관리 양면에서 유리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중앙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건물이 본디 사무실 용도로 지어졌기 때문에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시인하며, 총 20만점에 달하는 유물을 전시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다고 토로했다. 또 연간 보수비로 약 5천만원을 지출하고 있으나 건물의 방습은 완벽한 상태라며 누습을 부인했다.)

● 중앙박물관의 신축 · 이전, 구 중앙청사의 이전 · 복원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사람이라도 재정적인 어려움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은데…

  우선, 구 총독부 청사를 철거해 다시 세울 필요가 있겠는가. 만약 철거만 한다면 석재를 필요로 하는 민간기업에 뜯어낸 구조물들을 판매, 철거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 총독부 건물은 모형을 만들어 독립기념관 제3전시관인 ‘일제 통치관’에 전시하념 족할 것이다.

  또, 중앙박물관 신축 · 이전에 1천억원 정도가 든다고 가정해보자. 1천억원이면 약 1억5천만달러가 되는데, 그 정도 비용이라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로 보아 5천년 민족사를 보존할 박물관의 신축에 마땅히 지출행야 한다고 본다. 그대로 내버려두었다가 몇 년 후 거의 신축비에 육박하는 막대한 보수비용을 지출하느니 지금부터 연차계획을 세워 신축을 추진해나가다가 사용만기가 됐을 때 이전하면 될 것이다. 신축 · 이전 비용은 국내에서 순환되는 비용이지 외국으로 유출되는 비용이 아니므로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다. 한편 구 총독부 청사 자리는 경복궁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재정적으로 벅차다면 우선 시민공원으로 만들었다가 박물관 이전 후 천천히 복원하면 될 것이다.

●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전 장소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곳은?

  가장 이상적인 곳은 서울 남산공원이지만 현실성 있는 신축 부지로 장차 들어설 용산공원을 추천하고 싶다. 따라서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이‘부지 확부’인데 이 문제에 관해 범국민적 여론이 전혀 조성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당국은 경복궁 복원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서둘러 부지 확보에 나서주기 바란다. 중앙박물관의 이전 지식인과 언론이 앞장서 캠페인을 벌여서라도 꼭 실현시켜야 할 국민적 과제임을 강조하고 싶다.



반대

 전진삼 중앙대 건축학과 졸업. 건축비평가. 시인. 건축무크지 공동편집인.

● 구 중앙청사의 보존을 주장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소아병적 쇼비니즘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문화적 높이와 질을 보여주고 세계적으로 우리의 자신감을 과시하는 길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 건물을 굳이 식민통치의 상징이라는 일축,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다. 1800~1900년대의 서양건축사를 구성하고 있는 대표적 건축물 중에 정치사적지배 내지 통치의 수단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산물이 있었던가. 지나간 치욕의 역사를 왜 오늘에 와서마저 치욕의 역사로만 치부하려드는가. 감상적 존폐 시비는 이제 끝내야 한다.

● 그같은 주장은 대체로 일제 식민지배를 직접 체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의견이 아닌지?

  그렇지 않다. 일례로 건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령과 무관하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나치 독일의 잔학성을 고발하기 위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보존하고 있고, 또 영국에서는 로마가 침입해 바스시에 세웠던 목욕탕 건물을 그대로 보존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이 하나의 상징적 건축으로서 국민들에게 교과서적 교훈을 줌과 동시에 당대의 건축양식을 보존한다는 이중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에 견주더라도 구 중앙청사를 이전하지는 주장은 민족적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 이전론자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을 구 총독부 건물로 옮겨온 것부터가 ‘매국적’발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총독부 청사일 때나 중앙청사일 때 정치적 · 사회적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이미지를 지녔던 이 건물에 80년대 초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문화적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서울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문화적으로 부각시키고자 한 노력이 어찌 매국적 발상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는가.

● 그동안은 경제적 부담이 이전을 미루는 ‘구실’의 하나가 되었으나 이제는 국력 신장으로 그만한 부담은 치를 수 있지 않는가.

  우리의 신장된 국력을 신뢰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아무렴 ‘평화의 댐’조차도 우습사리 축조하다가 버려놓은 마당에 그 비용이 일반국민에게 무거운 짐으로 남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문제는,완벽하게 추정키 힘든 거액의 비용이 실제 그 돈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이나 무주택자 · 철거민을 위해 활용되지 못하고, 민족감정을 내세워 크든 작든 국민의 조세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데 있다.

● 현재의 건물을 철거하되 축소모형을 만들어 보존하자는 방안도 나오고 있는데…

  그같은 제안은 건축에 있어서 ‘장소성’의 의미를 완전히 도외시할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노대통령이 최근 언젠가는 구 중앙청사를 이전해 그 역사적 교훈을 후손에 물려주어야 한다고 한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제가 지독하리만큼 철저하게 우리 민족의 기맥을 끊고자 의도한 이 건물은 르네상스풍 건축양식의 보존가치도 가치지만 그 이상으로 그 ‘장소성’에 교훈으로 새겨야 할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본다. 따라서 돔(원형지붕)만을 없애자느니, 축소모형으로 보존하자느니, 독립기념관 한구퉁이로 옮기자느니, 축소 모형으로 보존하자느니, 독립기념관 한귀퉁이로 옮겨서는 결코 진정항 역사 체험의 장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 이 건물이 경복궁의 미관을 훼손하는 등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파괴시켰다는 비난의 소리도 높은데…

  눈먼 사람이 아니라면 이 건물이 경복궁이 지닌 건축미를 손상시킨 것이야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일제의 정치적 의도로 볼 때 주변 경관을 회대한 거스르려고 시도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해방 45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총독부 청사로 조선의 기맥을 단절하려던 일제의 기도가 결국 실패하였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일제 침략의 상징인 이 건물은 그들 민족의 무모한 침탈을 증언하는 영원한 볼모일 뿐더러 그들을 징벌하는 역사의 현장으로 보아야 한다. 오늘날 서울 4대문 안에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파괴시키지 않은 건축물이 몇이나 되는가. 무국적의 초고층 건물들이 근본적으로 서울의 미관을 해치고 있는 마당에 구 중앙청사 하나만이 북악의 경관을 막고 서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 이같은 논쟁이 재론되고 있는 까닭을 말해 달라.

  상명하달식 통치구조하에서 통치자의 의지나 일부 전문가들릐 묵약에 의래 전대와 후대를 잇는 건축문화가 존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우리의 풍토가 무척 안타깝다. 이같은 논의는 문자 그대로 ‘전민족적 합의’를거쳐 출발해야 하며, 또한 그것이 치적을 의식한 위정자의 정치적 제스처가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참다운 경복궁 복원에 따른 한계, 즉 목재 수급의 현실성 이라든가 손이 매운 수백명 대목의 존재 여부, 각 분야 기법표준의 실재 등 정확한 타당성 조사가 있은 후 중건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 본다. 그러므로 현실성이 결여된 경복궁 복원을 운위하며 민족감정을 앞세워 구 중앙청사의 이전을 주장하는 것은 수정돼야 옳다고 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