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경쟁보다 마음씻는 무대로”
  • 이성남 문화부차장대우 ()
  • 승인 199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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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송년통일전통음악회 주역 黃秉冀씨

“30명 내외의 북한음악인 초청을 제의했는데 북한에선 50여명 참석을 요구했습니다. 처음에는 성사가 안되는 줄로 알았는데 북한의 양보로 일이 잘 됐습니다.” ‘90송년통일전통음악회’의 주역인 이화여대 黃秉冀 교수의 첫마디다. 지난 14일에 “서울전통음악연주단의 평양공연 초청에 대한 답례”로, 범민족통일음악회 준비위원장 김원균(조선음악가동맹중앙위원회 위원장)에게 “30명 내외의 북한음악인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초청장을 보냈고 이에 북한의 김위원장이 “50명 정도의 음악인 및 기자들을 보내겠다”는 답신을 보내왔던 것이다. 그 결과 ‘유일한 장애물’이었던 북한 참가인원을 33명으로 남과 북이 합의함에 따라 송년통일전통음악회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북한음악인의 서울일정 및 연주일정은 정해졌는가?

9일과 10일에 예순의 전당과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다. 따라서 7일에 판문점을 통과해서 8일에 연습을 하고, 9일과 10일 연주회를 가진 뒤 이틀간 관광을 하고 13일에 돌아갈 예정이다.

●남한 연주 프로그램은 확정되었는가?

앞으로 북한과 합의할 것을 전제로 말하겠다. 연주시간은 남과 북이 각각 1시간쯤으로 예정하고 있다. 9일은 국립국악원의 아악 연주 <표정만방>으로 시작, 김선한의 거문고 산조와 가야금 신곡 <침향무>, 광주시립국극단의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으로 짜여져 있다. 10일은 ‘민요삼천리’로 시작해서 박용호의 대금 독주 <유초신>과 국립창극단의 <춘향가> 중 이도령이 장모상봉하는 대목부터 춘향과 옥중재회하는 대목까지, 또 중앙국악관현악단의 <신모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악회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교류가 거듭될수록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서 평양음악회에 참가했던 연주가들보다는 중앙국악관현악단, 광주시립국극단 같은 새로운 민간연주단체를 참여시켰다. 특히 광주시립국 극단의 참여는 우선 광주가 판소리 본고장이자 예향이라는 점과 심봉사역의 조상현씨가 당대의 남자명창으로 최고라는 점, 남북한 민간교류의 첫 무대에 지방예술인을 포함시키자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북한의 전통연주와 비교해서 남한 프로그램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번 음악회에서 연주할 아악과 거문고 산조는 북한에서는 사라진 음악이지만, ‘민요삼천리’는 북한에서 민요가 많이 불려지는 것을 감안하여 남도민요와 경 · 서도민요를 부르도록 계획된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북한도 민요를 부르겠지만 그들은 현대적인 창법으로 연주할 것이다.

●황교수의 창작곡 <침향무>를 직접 연주하는가?

나는 이번 무대에선 연주를 하지 않는다. 국립국악원, 정악원, KBS 국악관현악단 등 여러 국악단체에서 60명의 여자 가야금연주자가 출연, 합주형태로 연주한다. 한에서 가져온 가야금 대금 단소 장새납 등을 국립국악원에 기증했는데 남한 전통악기와 어떻게 다른가? ; 북한악기는 소리가 밝으며 맑고 크기는 하나 감칠맛이 없어 산조 같은 전통음악을 표현하는 데는 미흡하다. 북한악기는 전통음악뿐만 아니라 7음계 양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개량됐기 때문에  그악기로 5음계 전통음악을 연주하려면 상당히 불편하다. 가야금의 경우, 2음계에 해당하는 줄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손이 뛰어돌아다녀야 한다.

●북한의 가야금은 하프처럼 맑고 청명한 소리가 난다고 한다. 제작공법이 어떻게 다른가?

북쪽의 가야금은 21현이며 현의 길이를 조절하는 부들 부분을 없애고 그대신 기타줄을 조절하는 것처럼 뚜껑에 못을 박아서 줄을 조절한다. 줄도 명주실이 아니라 쇠줄에 명주실을 감았으며 의자에 앉아서 연주할 수 있도록 두 발을 달았다. 북에서 가져온 가야금을 가야금제작 기능보유자인 고흥곤씨에게 기증, 제작방법을 연구해보라고 했다.

●북한의 전통음악 연주가들은 양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연주하는 것이 관례다. 남한과 연주자세가 달라서 생기는 무대진행상의 어려움은 없겠는가?

연주자세가 남한과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평양 2 · 8 문화회관 공연 때 서울 전통음악 연주단은 모두 한복을 입고 30㎝단을 만들어달라고 요청, 그 위에 돗자리를 깔고 뒤쪽에서 병풍을 쳐놓고 연주했다. 이번 음악회는 남한과 북한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안다.

●국민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평양에서 마침 85년 남북예술단 상호방문때 서울에 왔던 무용수를 만났다. 그에게 ‘서울인상’을 물었더니 “인상이나마나 40년만에 손님을 청해놓고 그렇게 욕을 퍼붓는 법이 어딨냐”고 했다. 그때는 예술교류가 아니라 ‘예술을 통한 다툼’으로 끝났다. 쌍방이 신문과 방송을 총동원하여 서로 묵사발내는 것으로 일관한 것이다. 북쪽음악이 우리와 다르다고 헐뜯지 말고 충분히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으로 맞아주기 바란다. 조금 다른 것에 대해 이질감이나 거부감을 갖기 쉬운데 이런 폐쇄적인 마음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음악인이 경연대회를 벌이듯 요란하게 외형으로 경쟁하기보다는 다소곳하게 눈에 보이지 않게 마음을 씻어주어 마침내 화합되기를 바란다”고 시종일관 강조하는 황교수. 그는 “북한음악을 두고 흔히 사람들은 ‘전통말살’ ‘전통왜곡’이라는 시각으로 논하지만 예술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므로 옳은 말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장차 북한에서 가져온 21현 가야금을 위한 곡을 작곡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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