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문제 유권자 손에
  • 정희상 기자 ()
  • 승인 200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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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추위, 대선 앞두고 ‘11월 대공세’ … 법보다 ‘정치 해결’ 될 듯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일선 교단에 다시 회오리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 11월4일부터 6일까지 전국 2만5천11개 초중고교 현직교사 1만4백29명이 ‘현 교육현안에 대한 교사선언’을발표하고 일제히 그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현직교사들이 선언한 ‘교육현안’이란 전교조 관련 해직교사 원상복직과 전교조 실체인정, 그리고 교육개혁으로 모아진다. 이는 그동안 전교조가 끊임없이 주장해온 것이기는 하지만 일선 교단에 몸담고 있는 교사들이, 그것도 징계위협을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전교조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공과 더불어 시작된 이 문제가 결국 6공 마지막에 다시 하나의 분수령을 향해 치닫고 있다.

 최근의 현직교사 집단 움직임이 돌발적으로 일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 6월21일 전국의 현직교사를 중심으로 ‘교육 개혁과 해직교사 복직을 위한 전국교사추진위원회’(이하 전추위)가 결성돼 활동에 들어갔고, 교육부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해 14명의 시도 추진위원장을 해직했다. 이 과정에서 전추위는 국민을 상대로 해직교사 복직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해 1백2만명의 연대서명인 명단을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했다.

해직교사 복직 여론에 자신감

 이같은 활동이 교육당국의 ‘불법’ 시비에 걸려 제지되고 새로운 징계 위협이 다가오자 전추위는 10월말 1백7명의 시군구 추진위원장 명단을 추가 공개하는 것으로 맞섰다. 이어서 1만여 현직교사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전국적으로 일제히 명단을 공개한 이후 전교조와 전추위는 11월8일 서울대에서 대규모 교사대회를 열었다. 7천여 교사가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 이들은 ‘국회 정부 대통령후고 한국교총과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전교조 문제를 시급히 매듭지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날 집회에 참석하러 상경한 경북 안동 경덕중학교 권모 교사는 현직교사가 나선 배경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동안 현직교사들이 여러 차례 교육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으나 교육당국은 그 때마다 ‘해직교사들이 하는 짓’이라며 외면해 왔습니다. 따라서 교사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교육당국에 전달하기 위해 명단공개라는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직교사들의 11월 대공세는 자신감과 위기감이 동시에 어우러진 교사들의 설명이다. 대선을 앞두고 전교조 문제를 어떻게든 매듭지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있다는 것이다. 교육당국은 지난 3년간 전교조를 와해시키려 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전교조의 활동 성과에 호의를 보이는 여론이 확산돼 왔다는 주장이다.

 교사들은 그 근거로 지난 8월 초에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든다. 당시 갤럽측은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 1천5백명을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해직교사 원상복직 찬성이 71%, 전교조 합법화 찬성이 54%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했다. 여기에다 국제 교원단체들과 국제노동기구(ILO)가 올들어 여러차례 한국 정부에 전교조를 인정할 것을 촉구하고, 전교조에 가입 자격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점도 큰 원군이 된 게 사실이다.

교육부 등 ‘정치해결 반대’ 만만치 않아

 그러나 교육부와 한국교총, 지도교육감협의회, 각급학교 교장단 등에서는 최근 전교조와 이에 동조하는 현직교사들의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전교조 문제가 정치적으로 매듭지어지는 것에 반대해 정치권에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문제가 지금까지는 형식적이나마 교육계 내부 문제로 다뤄지다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해직교사 복직문제등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교육당국과 일선 사학 관계자들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교육부의 조성종 교직과장은 최근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이렇게 밝혔다.

 “교육계 내부의 불법행동을 법대로 다스리고 교육계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은 변함이 없다. 공개된 교사 1만여명에 대해서도 내사한 후 89년 전교조사태 때처럼 반성하고 철회각서를 쓰는 교사는 구제하고 끝까지 버티는 교사는 징계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교육당국이 천명하고 있는 ‘법대로’와 ‘교육계 내부 해결’ 목소리에 별로 힘이 실려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해결을 주장하는 전교조는 물론이고 교육적 해결을 주장하는 측도 이미 각당 대통령후보 진영을 상대로 ‘정치적 입김’을 적극 물어넣고 있는 마당에 교육과 정치를 확연히 가르기는 그리 쉽지 않다. 결국 1천5백여 해직교사와 1만여 징계대상 현직교사의 운명은 차기정부, 구체적으로는 유권자의 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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