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개방, 과연 두려울 것 없나
  • 편집국 ()
  • 승인 199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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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시장 개방 압력에 대한 한국의 대응책은 “개방 절대불가” 뿐인가. 쌀시장의 개방은 한국 농업현실을 고려할 때 농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현안임은 틀림없다. 개방반대 주장 못지않게 어떻게 하면 우리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가에 관한 자구책 마련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자유로운 토론과 주장이 보장되어야 한다. 경제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움직이는 거대한 생명체와 같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경제정책은 다양한 시작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지난 2월23일 서울대 林鍾哲 교수(국제경제학)가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쌀개방 두려울 것 없다’라는 제하의 글을 쌀개방 반대 논리가 절대적으로 우세한 반론이어서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과연 두려울 것이 있는가. 아니면 없는가. 입장이나 견해를 달리하는 3인의 주장을 통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국제 경쟁력 가질 수 있다

 첫째 우루과이라운드(UR)는 막을 명분도 막을 수 있는 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은 무모한 개방반대가 아니라 UR체제 하에서 어떻게 우리 농업의 생존능력을 높이느냐에 있다. 품종개발 영농기계화 등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둘째 UR과는 관계없이 국내 농업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국민의 1인당 쌀소비량은 10년 이내에 80kg 이하로 줄 것이다. 반면, 국민 1인당 쌀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나 쌀재고가 70년의 33만톤에서 91년에는 2백8만톤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작년 쌀수매값 인상과 수매량 확대를 이루지 못했다. 올해 1인당 쌀소비는 95kg이므로 인구를 4천3백70만명으로 보면 국내 쌀생산량은 4백15만톤이면 충분하다. 수확량이 많은 양질미가 대량 보급되면 지금의 1백35만ha보다 57만ha 적은 78만ha의 논에서 자급할 수 있다. 남게 된 57만ha에 수입대체 작물이나 수출용 농산물을 재배하면 농가소득도 늘것이다. 셋째 농업인구는 70년대에 3백60만명, 80년대에는 4백17만명씩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줄 것이다. 따라서 쌀생산은 기계영농이 가능한 78만ha에서 4백만톤의 수중으로 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농지상한 철폐와 토지공유제를 통한 토지비용 대폭 절감, 농협의 농기구센터화(MTS)를 통한 기계비용 절감 등과 함께 질좋은 볍씨로 생산성을 높인다면 쌀은 충분한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박종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농업경시론자의 현실오도 발언

 ‘쌀개방 두려울 것 없다’는 임종철 교수의 기고는 문제가 많다. 첫째 그는 제조업 인력난 g해소를 위해서라도 離農을 더욱 촉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50년대 이후 농업경시론자의 견해로 현실을 오도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 농촌은 노령화 부녀화로 空洞化된지 오래인데, 엄청난 인력이 남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또 전국민 중 농민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년의 30%에서 현재 15.3%로 반감되었으나 호당 경지면적은 별로 늘지 않았고 생활악화로 연평균 수백명씩 자살하는 농민이 속출하고 있다. 호당 경지면적이 현재의 1.2ha에서 20ha로 는다고 경지면적이 호당 1백80ha나 되는 미국과 경쟁이 될 것처럼 보는 주장은 착각이다. 둘째 부정확한 통계를 사실확인도 없이 인용한 점이다. 임교수는 우리 국민의 1인당 쌀소비 적정량이 95kg이고, 신품종의 10a당 수확량이 6백kg이라는 것을 근거로 논면적을 70만ha로 줄여잡아도 자급이 된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쌀소비 적정량도 틀리고, 10a당 수확량도 동진벼가 4백79kg, 일품벼가 5백43kg이다. 이 수치도 농촌진흥청이 최고도의 기술과 비료를 투입해 재재한 경우이다. 더욱이 필요한 논면적을 계산하면서 남북경제교류의 확대에 따라 북한이 필요로 하는 연간 4백만~5백만석을 감안하지 않은 것은 통일후의 쌀자급에는 무관심했던 소산이 아닌가.
장원석 (단국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수출 제조업이 농업부흥 도와야

 쌀시장은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개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방불가라는 주장은 국내의 농업현실을 돌이켜볼 때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경제전반을 고려한다면 매우 비합리적인 주장이다. 쌀시장 개방불가는 현재까지 UR협상 결과를 두고 본다면 GATT체제 거부, GATT 탈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쌀시장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나 최혜국대우 적용배제 등 특혜가 없어져 무역은 크게 위축되고 제조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개방불가라는 주장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짓에 다름아니다. 개방 주장은 자칫 잘못된 인상을 소비자에게 심어줄 우려가 있다. 그러나 쌀시장은 우리가 선택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제 살을 도려내는 기분으로 개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으며 UR자체가 국민에게 균형되게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UR은 한국에 피해도 주지만 혜택도 주기 때문에 혜택을 입는 경제부분을 도와야 한다. 정부와 기업, 소비자의 합의를 전제로 농업부흥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쌀과 농업의 부흥을 위한 개혁이 하루빨리 수립돼야 한다.
김기홍 (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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