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노동력 수입
  • 박준웅 편집위원 ()
  • 승인 2006.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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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인력을 수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반론이 맞선다.

 

 

찬 金榮培한국 경영자총협회 조사담당 이사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해외 인력을 수입하면 국내 노동자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고 노동조건 개선에 걸림돌이 될 게 아닌가.

  해외 인력을 수입한다 하더라도 수입되는 인력이 국내 근로자들과 경쟁적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국내 근로자의 취업과 근로조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산업현장의 인력난은 국내 인력자원의 절대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사무직에는 취업난이 빚어지고 있으나 이른바 3D 업종에는 인력난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국내의 유휴 인력은 소득추구형 인력이 아니라 가사노동을 중시하는 소득소비형 인력이라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이러한 유휴 인력은 앞으로도 해외 인력이 종사하려는 직종에서 결코 일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현재 국내의 유휴 인력은 기존의 취업 근로자와 동질적인 노동을 가지고 노동시장에서 그들과 경합하는 위치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외국인 취업자는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기능수준이 떨어진다는 점도 있겠지만 불법취업자라는 약점을 이용해 노동을 착취하는 것 아닌가.

  지금 우리나라 근로자의 임금은 제공된 노동의 양에 비례하는 직접보상과 제공된 노동의 양에 관계없는 간접보상이 있다. 외국인과 같은 단기 근무 근로자에게 간접보상을 제외시키는 것은 결코 착취가 아니다. 더구나 기업주는 싼 임금 때문이 아니고 국내에서 근로자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양성화하면 저임금과 단순노동력에 의존하는 저생산성 산업을 유지시킴으로써 ‘산업구조조정’이 지연되게 한다. 즉 도태되어야 할 ‘한계기업’이 그대로 남아 생산력 발전을 저해하고 국내 노동시장의 작업환경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제3자의 입장에서 ‘산업구조조정’이니 ‘도태’니 하는 말을 쉽게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의 입장에 선다면 그러한 어휘는 충격적이다. 산업구조조정은 일정한 성장률과 무역흑자가 병행할 때 일어나는 것이다. 저성장과 무역적자 상황에서는 산업구조조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경기침체로 보아야 한다.

 

해외 인력은 단순 노동자이므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자주 직장을 옮긴다. 이들의 갑작스런 이직으로 노동시장의 혼란과 함께 고용주의 작업 진행에 오히려 타격이 오지 않겠는가.

  지금 중소기업의 경영자에겐 갑작스런 이동 등이 가져다줄 부정적 효과는 안중에도 없을 만큼 인력난은 심각하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가동률은 인력에 거의 정비례하는 실정이다.

 

이들은 대부분 작업환경이 열악한 산업에 종사할뿐더러 장시간 노동 등으로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 이들을 내국인과 평등하게 대우하려면 그만큼 부담이 커지지 않겠는가.

  직업환경이 열악한 산업이라 하더라도 누구인가가 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 등의 근무는 근로감독의 강화를 통해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는 어려운 중소기업의 처지에 비하면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몇 달 일하고 돌아가면 목돈을 잡아 사회적으로 신분이 상승된다고 한다. 이들을 방치하면 불법적인 국제 노동력 이동을 부채질하게 되지 않겠는가.

  우리 시각으로는 이것을 불법적인 국제 노동력 이동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지난 50~60년대 우리의 이웃이 외국에서의 취업을 염원했던 과거를 되살려볼 필요가 있다.

 

이들을 양성화할 경우 주택·보건·교육·인종·문화적 갈등 등 많은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이 문제는 사실상 인력 수입 문제의 핵심사항이다. 따라서 무차별적인 인력 수입보다는 제한적 인력 수입, 즉 연수생제도의 지역별 활용대책을 수립하면 가능하리라 본다.

 

대량 유입은 내국인 노동자를 분할 지배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해외 근로자의 대량 유입은 반대한다. 제한적 인력 수입은 대체로 91년 중소기업에 부족했던 인력의 절반 수준이면 충분하다.

 

반 趙漢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연구실장

“일시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많다”

 

영세한 중소기업일수록, 기능 정도가 낮을수록 인력난은 심각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 노동력에 의한 ‘긴급 수혈’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선진국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외국인 노동력의 수입은 일시적인 경제적 이익보다는 언어·종교·보건·주택·교육·임금·근로조건 등 문화적·경제적으로 많은 부정적인 측면을 제기할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2백40만명이나 되는 유휴 노동력이 있으며, 이들의 10%만 활용해도 우리 경제가 직면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유휴 노동력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일 유인책은 제시하지 않고, 노동력 착취를 골간으로 하는 값싼 외국인 노동력을 수입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한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급격한 인건비 상승이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값싼 해외 노동력의 유입이 한국 산업에 활력을 주지 않겠는가.

  국제화·개방화의 구조 속에서 생산방식은 과거 대량생산 체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인 유연적생산체제로 전환하고 있으며, 기술집약적 상품만이 국제 경쟁력에서 승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값싼 해외 노동력이 과연 우리 산업에 얼마만큼의 활력을 줄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또한 국제인권선언이니 국제노동기구(ILO) 조약은 국적·인종·성별 등 어떠한 이유로도 임금·근로 조건의 차별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본정신은 우리나라 헌법과 노동관계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해외 인력에 대한 임금·근로 조건을 차별했을 때 국제적으로는 노동탄압국이라는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며, 국내에서도 해외 노동력의 수입이 합법화되고 해외 노동자의 조건이 국내 노동자와 달라지게 되면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운동은 그 차별의 시정을 요구하고 투쟁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 취업하는 중국교포의 50% 이상, 필리핀인의 거의 대부분인 고졸 이상의 학력자로 본국에서는 중산층인데도 목돈을 벌겠다는 생각에서 자발적으로 몰려오고 있다. 이같은 국제 노동력의 이동을 막을 만한 대안이 현실적으로 없지 않은가.

  외국 노동자의 입국이 관광이나 방문의 목적이라면, 그 범위 내에서의 체류는 허용될 것이며, 그 이상의 체류는 당연히 불법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기업이 값싼 노동력을 이유로 이들의 불법체류를 묵인한다면 기회 있을 때마다 준법을 강조하는 정부와 기업이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는 모순에 빠지는 결과가 될 것이다.

 

법무부가 92년 6월10일부터 7월31일까지 자진 신고를 받은 결과, 기업당 평균 외국인 노동자는 5.66명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공공연한 현실이 된 이상 이들을 양성화하여 국가가 감독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해외 인력 수입의 합법화가 어떠한 문제를 야기해왔는가 하는 점은 선진국의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며, 특히 최근 독일에서 외국 노동자와 극심한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일본도 외국 인력의 불법취업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양성화하거나 합법화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깊이 성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광산이나 건설현장 등 업종에 따라 노사 간의 완전한 합의, 국내 노동자의 불이익 방지, 계약 만료 후의 전원 귀국 등 전제 조건을 두어 외국 인력의 수입을 고려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일정한 전제조건으로 일부 산업에만 한정하여 외국 인력 수입을 허용하는 것은 곧 전체 산업의 해외 인력 수입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광산이나 건설업 등은 산업안전이나 보건시설의 미비로 해마다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에서 외국 노동자의 산재사고가 다발적으로 발생할 때, 이로 인한 국가적인 위신과 체면의 손상은 물론, 외교적인 문제까지 야기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는 외국인 기술연수는 편법적 형태의 노동력 수입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예외 없는 원칙은 없지만 결국 편법은 또다른 편법을 낳게 된다. 기술연수는 기술연수로 끝나야 한다. 우리의 인력난은 기업이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데 있으며, 정부가 국내의 우수한 유휴 노동력의 활용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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