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 평년작 머물 듯
  • 장영희 기자 ()
  • 승인 2006.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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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7권역 무역관장 권고 “현지화ㆍ산업협력 강화에 초점 맞춰야”



 93년은 수출 등 통상 여건이 크게 바뀌는 해라고 말할 수 있다. 중대한 새 변수가 생기는 것이다. 93년 1월1일을 기해 유럽공동체(EC)라는 거대한 단일시장이 탄생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올해 말 발효할 것이다. 아시아와 중남미에도 지역주의(블록화) 열풍이 불 조짐이다. 이 블록은 한국에 힘겨운 요새로 비춰질 수 있다.

 세계경제가 지난 몇년간 겪은 변화는 실로 엄청났다. 전후 40여년을 규정해온 냉전은 2년 전에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시장경제 체제가 유일한 가치로 남았다. 냉전이 끝남에 따라 세계는 핵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났지만 그 빈 자리에 자국 이익을 앞세운 ‘경제 이데올로기’가 찾아들었다. 이 격량 속에서 한국은 시련과 도전을 맞고 있다.

 

어렵지만 재도약 기회 있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세계 경찰 노릇보다 자국 이익을 앞세움에 따라 보호무역주의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미국 새 행정부가 슈퍼 301조 같은 종합무역법안을 통해 강도 높은 통상압력을 넣으리라고 걱정하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이 밖에도, 미국과 유럽공동체 간의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 협상 및 오일시드(종자유) 분쟁 타결에 불만을 품은 프랑스가 협상무효를 선언하고, 미국의 대일 개방압력에 일본 재계 지도자들이 경고성 보고서를 내는 등 국제통상 환경은 더욱 자국 이익 우선주의로 흐르고 있다. 이같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외로운 섬처럼 고립될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처지는 야구경기에서 1루스와 2루스에 협공당해 오도가도 못하게 된 주자의 처지와 비슷하다. 선진국의 거센 시장개방 압력과 ‘새 신흥공업국’으로 불리는 후발 개발도상국의 맹추격 사이에 끼여 치이고 받히는 신세다. 선진국이 누리는 기술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과거 경쟁력의 원천이 되었던 싼 임금의 이점도 후발국에 빼앗기고 있다. 환경규제 같은 낯선 이름의 무기도 한국의 목을 죈다.

 올해 우리에게 호재가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우루과이라운드의 타결이다. 이 협정이 상반기 중에 성사되면 세계 교역규모는 더욱 크게 늘 전망이다. 교역의존도가 63%나 되는 한국의 입장에서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되면 농산물ㆍ서비스 분야에서 대가를 치른다 해도 분면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리라는 전망도 있으므로 이 역시 긍정적이다. 이같은 호재가 작용한다 해도 지역주의 심화와 수출 경쟁력의 약화라는 악재 때문에 한국의 수출은 평년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통상전문가들은 산업경쟁력 강화 대책을 세우고 통상외교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왔다고 지적해 왔다. 수출물량을 늘리는 것만 능사로 여기지 말고 현지화와 산업협력 강화 쪽으로 통상외교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교류ㆍ공동판매ㆍ분업ㆍ제3국 공동진출 등 항구적이고 전략적인 제휴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시장에 나가 있는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무역관들은 한국이 직면한 해외시장 여건이 험난하지만 그 속에서도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세계권역을 대표하는 7개 지역(미국ㆍ일본ㆍ유럽ㆍ아세안ㆍ독립국가연합ㆍ중국ㆍ중남미)의 무역관 관장을 국제전화로 불러 통상 여건과 대비책 등 현지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미국 경기회복, 수요 늘 듯

다양한 마케팅 전략 필요

 2년 지난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한푼도 받을 수 없다. 엑셀신화를 창조했던 한국산 자동차는 88년에 미국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 7위로 전락하는 ‘삼류차’ 신세가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의 양판점에는 한국산 완구 신발 의류 따위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이 즐비했다. 지금은 중국ㆍ동남아 제품에 밀려나고 있다. 후발국보다 품질이 낫다는 전자 조립금속 등 중화학 제품도 사정은 비슷해서 일본산을 비롯한 선진국 제품에 밀리는 형편이다.

 

한국산 점유율 계속 하락

 한국 상품의 경쟁력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미국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점유율은 88년 4.6%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92년 3.2%로 계속 줄어들었다. 최고의 대미수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같은 기간 동안 1.9%에서 4.9%로 높아졌다. 한국의 대미수출은 88년 2백14억달러를 정점으로 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92년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현지 표현대로 “죽어라 죽어라”였다.

 92년에 미국의 성탄절 경기는 괜찮았다. 전문가들은 미국경제가 3년여의 불황에서 탈출한 징후라고 해석했다. 정도차는 있지만 세계의 유력 예측기관들도 미국경제의 회복을 점쳤다. 김용집 본부장은 “경제회복과 클린턴 정부의 공공투자 확대로 수입이 8%쯤 늘 것으로 보여 대미수출은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변수가 많아 낙관하기는 이르다. 클린턴 정부의 시장개방 압력과 수입규제가 대미 과다흑자국인 일본과 중국, 대만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한국에 어부지리를 안겨 줄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호재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미국시장은 한국 제1의 수출시장이며 표준시장이다. 김본부장은 “미국이 최근 보호주의 색채를 띠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자유롭고 공정한 원칙이 적용되는 세계최고의 시장이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명맥을 유지시켜 준 제품은 냉동컨테이너ㆍ무선통신기기ㆍ4헤드 VCRㆍ컬러텔레비전ㆍ컴팩트디스크플레이어ㆍ마이크로웨이브오븐ㆍ반도체ㆍ 노트북컴퓨터 등 일부 중화학 제품과 고급 가죽의류ㆍ낚싯대ㆍ안경테 등 잡제품이었다. 이런 것이 올해도 간판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본부장은 “이런 상품이 효자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은 기술을 높여 품질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한 경제 연구기관은 미국의 상품수입 증가율과 미국내 수요증가율의 상관관계가 92%에 이른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이는 대미수출의 관건이 미국시장 여건보다 한국 상품의 경쟁력에 있음을 시사한다.

 

상품 전시회 적극 활용해야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회복하자면 품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격이 비싸지더라도 타개책은 있다. 김본부장은 한국산이 멕시코나 중국제보다 비싸도 납기일을 지키고, 애프터서비스나 품질 면에서 안정된 공급선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또 복잡한 현지 유통경로에 직접 파고들 수 있는 다원적 마케팅 전략과 고유상표를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 전역에 거미줄 같은 판매망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일부 대도시에서 장사를 하는 데 그친다. 미국내 상품전시회는 연간 5천회에 이르는데 한국은 지난해 불과 8회 참가했다. 이같은 무성의는 좋은 제품도 팔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김본부장은 북미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대한 대비책으로 미국업계와 산업기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미국시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일본시장은 ‘3겹 경쟁구조’ ‘소비자 지상주의’가 열쇠

 한국은 일본시장에서 3명의 힘겨운 상대와 싸우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이 첫상대다. 한국은 기술과 품질 면에서 이들의 적수가 되기 어렵다. 용케 선진국의 주먹을 피하면 개도국의 발길질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대체로 개도국보다 품질에서 앞서기 때문에 그런 대로 막아 낼 수 있다.

 오히려 가장 무서운 천적은 동남아 등에 진출한 일본의 현지 자회사들이다. 현지공장에서 일본으로 역수입되는 품목으로 가전제품 섬유 의류가 주종을 이룬다. 고약한 것은 이들 품목이 한국의 주종상품과 겹친다는 사실이다. 이 역수입 제품들은 값은 싼데 품질은 일제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일본이 91년 현지 회사로부터 역수입한 상품 금액은 56억달러에 이르렀다. 이 규모는 한국 대일수출 실적의 거의 절반이다. 정연순 본부장은 이같은 일본시장의 특성을 ‘3겹 경쟁구조’라고 했다.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시장”

 일본시장에서 한국은 미국의 전철을 밟고 있다. 도쿄 시내 유수화점에서 잘 진열된 한국산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시장에서 한국산의 생존영역은 매우 좁다. 철강과 전자부품 금속제품 등 비교적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품목과 최근 자체상표를 달고 고급화 노력을 기울이는 의류 혁제가방 등 생활용품과 농산물 및 가공식품 정도가 명맥을 잇고 있다. “한국제품의 품질은 별로 나아진 게 없는데 가격을 자꾸 올리니 수입하기 어렵다”는 일본 바이어들의 지적은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제품의 현주소이다”라고 정본부장은 말한다.

 대일수출은 89년 1백35억달러를 기록한 후 줄곧 곤두박질쳤다. 한국 상품의 경쟁력 약화가 근본 원인이지만 대일적자를 줄여보려는 각국의 맹렬한 공세, 일본경기의 위축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중 올해 예상되는 것은 일본 경기의 회복세이다. ‘소코바이(바닥세가 이어진다)’로 불렸던 일본경기는 정부의 10조7천억엔(약 8백60억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종합경제대책에 힘입어 되살아나리라는 기대가 크다. 경기회복은 소비를 유발해 한국이 공략할 여지를 넓혀줄 것이다.

 한국 기업은 일본시장에 대한 접근방법을 바꿔야 한다. 일본 소비자들은 일본 기업으로부터 왕 정도가 아니라 신으로 대접받고 있다. 한국 기업도 이런 일본 기업을 본받지 않으면 상품을 팔 수 없다. 정본부장은 “디자인이나 색상 등에서 일본시장형 상품을 만들어야만 승산이 있다. 원색보다 은근한 색상을 좋아 하는 일본 소비자에게 한국 기업은 여전히 원색을 놓고 사가라고 한다”며 이런 제품은 아프리카에서나 팔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일본 소비자들은 실용성을 중시하므로 기능이 다양하고 복잡한 전자제품보다 간편형이 맞다.

 한국 기업이 일본시장에서 적응력이 떨어지는 것은 일본을 잘 찾지 않는 데 있다. 자주 오지 않으니 일본시장의 빠른 유행 동향과 제품개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상 관습과 복잡한 유통구조를 잘 이해하기 어렵다. 상품을 알리는 데에도 소홀하다. 대만 홍콩 등은 도쿄 오사카 등 주요 도시에서 매년 봄 가을에 전시회를 열어 일본시장 공략에 집념을 보이고 있다.

 정본부장은 “일본시장은 최소한 5년 ~10년의 끈질긴 노력이 있어야 시장 침투에 성공할 수 있다. 수입액이 2천억달러에 이르고 인구가 1억2천만명이라는 점에서 어렵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기업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이다.

 

유럽통합은 ‘동전의 양면’

급선무는 현지 생산체제 마련

 유럽 단일시장은 우리에게 악재인가, 호재인가, 이광기 본부장은 이에 대해 “성급한 결론은 금물이다”라고 말한다. 유럽 시장통합은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우리가 대응하기에 따라 호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럽공동체는 단일시장으로 접속했다. 12개 유럽공동체 회원국 간에는 무역 및 자본ㆍ노동력의 이동이 자유로워졌다. 역외국은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역내국은 관세가 없지만 역외국은 평균 5~10%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통합에 따른 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품질규격과 환경보호규정 등이 하나로 통일 돼 한국 수출업체들은 여기에 쏟던 노력을 줄일 수 있다. 또 올 1월1일부터 한국에 대한 유럽공동체의 개별회원 차원의 수입규제 즉 잔존수입 규제ㆍ간접수입 금지ㆍ섬유류 쿼터제가 전면 철폐된다. 이처럼 하나의 유럽이 한국에 끼칠 파장은 양면적이다.

 

“기술제품 외엔 가망 없다”

 문제는 블록이 갖는 폐쇄성이다. 이본부장은 “역외국으로서 역내국 대접을 받으려면 현지 생산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에서 생산해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기업은 오래 전부터 기업간 합병과 매수를 통해 개방된 단일시장을 맞을 준비를 해왔다. 일본 등 역외국도 투자를 강화해왔다. 일본은 20년 전부터 진출해 시장통합에 따른 블록화의 장벽을 넘어섰다. 이 지역 제조업 분야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액은 92년초 1억1천만달러로 일본의 0.3%에 불과한 규모이다.

 유럽경제도 올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유럽공동체 수출은 증가세로 반전돼 2.1% 높아지리라 예상된다. 유럽공동체에서 큰 시장은 독일 영국 프랑스이다. 이들 3개국에 대한 수출은 소폭 늘 것이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통신기기 등이 잘 팔릴 것 같다. 특히 자동차는 독일에 이어 프랑스에서, 미국시장에서 누린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유럽공동체에서도 저가품을 무기로 한 중국 등 후발개조국의 추격이 심하고 아세안지역에서 만든 일본의 생산품이 유럽시장에서 일전을 꾀할 것이다. 기술장벽 또한 높아질 것이다. 환경규격 인증 등이 새로 제정되고 소비자 보호기준도 된다.

 이본부장은 “유럽공동체 시장은 기술제품이 아니면 가망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고급품시장 경쟁에 과감히 뛰어들되 소량 소액 주문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유럽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본부장은 “유럽공동체의 바이어들은 일단 소량을 주문해 납기준수 애프터서비스 등 신용상태를 점검한 뒤에야 큰 주문을 하며, 한번 믿으면 거래가 오래간다”고 말한다.

 하나의 유럽이 탄생함에 따라 통산전략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단순수출 방식에서 국제화ㆍ현지화에 의한 다각적 진출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이본부장은 “유럽 기업과 합작ㆍ제휴 관계를 다지지 않는 한 지속적 수출확대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제3의 수출시장,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으로 떠오른 유럽공동체는 한국의 변신을 요구한다.

 

옛 소련은 ‘마지막 처녀지’

‘선진국 앞서 길 닦아야“

 옛 소련, 독립국가연합은 짧은 눈으로 보면 “재미없는 시장”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모스크바 시내로 들어가는 동안 줄지어 늘어선 것은 삼성 금성 등 한국 기업의 광고간판들이지만 아직 이곳은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곳이다. 올해 수출은 기껏 5억달러 정도며 경제협력차관까지 포함해도 10억달러에 그친다. 원부자재와 자본재 수출은 꽤 되겠지만 올해만 본다면 베트남이나 중남미 아세안 국가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 좋아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 독립국가연합은 매력이 있다. 선우영일 본부장은 이곳을 가리켜 “마지막 남은 처녀지”라고 말한다. 자원이 많고 기술발전 등 잠재력이 엄청나지만 시장개방 과정의 혼란을 꺼려 선진국의 ‘침략’이 아직 두드러지지 않다는 것이다.

“선진국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길을 닦아 놓아야 한다”는 것이 선우본부장의 생각이다. 이곳은 투자적지다. 동남아에 비해 임금 수준이 20%에 불과하고 공장설립비가 30% 수준으로 싸다.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군수산업체의 민수화에는 엄청난 이권이 걸려있으며, 이들이 보유한 첨단기술을 이전받아 상용화 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좋은 조건이다. 선우본부장은 “이미 한국에 대해 형성된 좋은 이미지가 경쟁국과의 싸움에 자산이 되고 있다”고 전한다.

 선우본부장은 적어도 5~6년 이내에 한국의 독립국가연합에 대한 수출이 1백억달러에 이르러 4대 교역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같은 전망은 2억8천만명에 이르는 소비시장과 풍부한 자원에 근거한 것이다.

 반면 북방특수의 진원지였던 동구권지역은 지난해 수출이 38%나 격감했다. 올해도 큰 표의 신장세는 점치기 어렵다.

 

아세안 6개국 개발수요 커 마케팅 강화하면 승산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아세안 6개국에 대한 올해 한국의 수출은 15%(1백1억달러) 가량 증가하리라고 점쳐진다. 92년(24%)보다는 신장세가 둔화되지만 공업화로 인한 개발수요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한국산 원부자재 및 자본재의 수출이 늘것이다.

 박용국 관장은 “아세안은 두자리수 성장이 계속되는 활기찬 나라들로 구성되어 세계경제 상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있다”며 올해도 한국 제4의 수출지역으로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지역에서 한국 상품은 품질과 가격 면에서 중간위치에 있어 마케팅력을 강화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 지역에도 그늘은 있다 아세안 지역은 일본의 ‘경제침략’이 완결된 곳이다. 6개국은 올 1월 아세안 자유무역지대(AFTA) 창설에 합의해 똘똘 뭉치고 있다. 화교가 상권을 장악하고 있어 악착 같은 이들을 공략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 가트 가입, 관세 낮아져 동북3성부터 공략해야

 “중국은 무서운 나라다” 이렇게 말하는 박찬혁 관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한국제품은 인공위성 항공기 군사무기 등 특수 첨단제품을 빼고는 중국 상품에 비해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중국이 미국 일본시장을 공략하는 것을 보면 “큰일 낼 나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박관장은 털어놓는다. 중국인은 그동안 한국이 일궈온 경제발전 성과는 인정하지만 “선진국에서 원부자재를 들여와 만들기만(조립가공생산) 우리보다 좀 잘하는 나라” 쯤으로 인식해 곧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한국보다 산업발달 정도가 낮은 나라이며 계획경제체제라는 족쇄가 풀리지 않는 나라이다. 박관장은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위치를 넘보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올해 수출에 가장 큰 호재는 3월로 예정된 중국의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가입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장벽을 개도국 수준으로 낮추는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계획경제라는 비관세 장벽도 낮출 수밖에 없다. 시장개방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중국 정부가 연간 10%의 고속성장 정책을 폄에 따라 경제건설에 필요한 원부자재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대중 수출은 호조를 보일 것이다.

 

투자진출 뒤 개방확대 기다려야

 박관장은 간접교역분까지 포함해 올해 수출액이 1백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품목별로는 철강제품 유기화학 섬유직물 가죽모피 일반기계 등이 유명하다, 박관장은 “중국의 소득수준이 낮다고 질 낮은 제품이 팔릴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말한다. 일부 중국인들은 소득수준이 1만달러에 달해 상당한 구매력을 갖고 있다. 인민폐 3天元(50만원)짜리 비싼 옷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면 우선 투자진출을 하고 일부를 내다팔면서 개방이 확대되기를 기다리는 게 좋다는 것이 박관장의 생각이다. 또 한국 상품을 알리는 데는 전시회 참가가 중요하며 폐쇄적인 중국시장에 효율적으로 진출하려면 우선 동북3성(길림ㆍ요녕ㆍ흑룡강성)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남미, 새 시장으로 부각 멕시코 투자가 최우선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지역은 한국의 새 시장으로 떠올랐다. 92년 수출증가율이 55%로 북방지역 다음으로 높았다. 올해는 신장률이 20%대로 크게 떨어질 전망이지만 공업화 추진에 따른 수요는 꾸준하리라는 게 현지 목소리다.

 올해 이 지역에서 강세를 보일품목은 섬유직물 철강재 자동차 전자ㆍ전기기기 등이다. 백창곤 관장은 “국제입찰 분야에 한국 업체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하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소량주문이 많지만 규모 큰 입찰분야도 있다. 또 이곳의 상 관습이 외상거래를 선호하므로 무조건 거부하지 말고 선별적으로 응해줄 필요가 있다.

 

NAFTA 발효 전에 진출함이 바람직

 중남미에서도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 가입국으로 위치가 급부상했다. 백관장은 “지역주의에 대비하고 새 시장으로 부상하는 중남미에 대해 수출을 증대하자면 대 멕시코 투자를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회 비준 절차를 거쳐 북미협정이 발효하는 시기는 93년 말이나 94년 초로 예상되므로 올해 안에 진출을 해야 한다고 백관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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