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공화국> 史觀 불명확
  • 이우영 (민족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 ()
  • 승인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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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인간 박정희’편 문제 분석ㆍㆍㆍ 균형잡힌 시각 절실



 대다수 한국인들은 조선시대를 학교시절의 역사교육 내용으로가 아니라 <조선왕조5백년 시리즈>의 극 내용으로써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사를 다루는 MBC 텔레비젼의 <제3공화국>도 일반 시청자에게는 드라마로서가 아니라 역사적 진실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즉, 앞으로는 박정희 하면 탤런트 이진수의 얼굴이 먼저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전개되는 사안들은 얼마나 사실에 근접하고 있는가, 다양한 사실의 나열이 곧 역사적 진실인가.

 <제3공화국> 제작진의 사관이나 관점이 불명확하다는 점이 기본적인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 제3공화국 시대 및 박정희에 대해서는 충분한 학문적 검토가 없었으며, 산발적이고 부분적인 평가만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제작자 자신의 관점을 명확히하고 이를 토대로 사실들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져야 설득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발전적인 논의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제3공화국>에는 사안마다 ‘기회주의적으로’ 상이한 관점들이 차용되어 있다.

 

관계자 증언, 드라마 정당화에 동원

 또한 <제3공화국>은 다큐멘터리 기법을 혼용합으로써 드라마의 내용을 일반적으로 진실화할 위험성이 크다. <제3공화국>은 관계자들의 증언을 삽입한다. 이들의 증언이 자료적인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보여지지만, 일반적으로 증언이나 인터뷰에는 억양과 표정이 가미되지 때문에 문자자료보다 증언자의 편견이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박정희와의 개인적 관계, 증언자의 사회적 위치, 정치적 이해관계 따위를 고려하여 증언의 진실성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특히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반대되는 견해를 같이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3공화국>에서는 증언이 드라마의 내용을 정당화하는데 ‘동원’되는 듯하다. 쿠데타 준비과정에 자기는 전혀 가담한 적이 없다는 장도영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고, 미국측의 증언에는 미국의 국익이 반드시 전제되는데도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제3공화국>에서 다루는 다음과 같은 사실도 문제다. 첫째, 논란이 되고 있거나 엄밀하게 검증되지 않은 박정희에 대한 에피소드는 좀더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했다. 예를 들어 박정희가 교사 생활을 청산하고 군에 입대한 동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 드라마에서 묘사한 대로 일본인 장학사와 갈등 난 때문이라는 설과, 교장과 불화 때문이라는 설, 독립 조국의 군 지휘자가 되기 위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는 설, 신분상승을 노렸다는 설. 어차피 징병될 것이기 때문에 장교를 택했다는 설 들이다. 이와 같은 논의 중 특정한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좀더 사실에 적합하다는 뚜렷한 물증을 갖추든지, 아니면 작가가 평가하는 전체적 맥락에서 합당하다는 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어느것도 아니라면 서로 다른 중요한 견해를 시청자에게 소개해야 한다.

 둘째, 박정희를 이해하는 데 관건이 되는 몇가지 사안을 소홀히 취급한 경향이 있다. 특정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가족ㆍ교육과정ㆍ직업ㆍ경력, 그리고 당시의 시대상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극화하는 과정에서 그 모든 것을 포괄할 수는 없겠으나, 어떤 요소가 박정희를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지 엄격한 기준을 세워 선택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박정희가 단지 형 박상희 때문에 사회주의에 기울었다는 묘사는 지나치게 단선적이다. 집권 이래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상인 박정희의 광복 전후 행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에서는 박정희가 광복군에 참여했다고 간단히 언급했으나 학계에서는 그가 광복군에 가담한 적이 없다는 의견의 더 많다. 그리고 광복후 군입대까지의 과정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다른 일본군, 혹은 만주군 출신들이 대부분 광복후 즉시 군대에 입대하였으나 박정희는 드라마에서 묘사되었듯이 일정 기간 고향에서 방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귀국 후 즉시 입대하지 않은 이유, 그리고 다시 입대한 동기는 무엇인가. 이를 규명하는 것은 그 이후 박정희의 행위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리라고 볼 수 있으나 드라마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거듭 말하거니와 광복후 박정희의 귀국 시점과 귀국 경로, 군입대 시점조차도 이견이 있을 정도로 (이 문제는 광복군 참여 여부와 광복후 군 투신 동기와 연관되는 문제이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나 분석 작업이 미미한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 드라마가 앞으로 5ㆍ16을 비롯해 미묘한 정치 상황을 다루게 될 때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3공화국>도 또 다른 차원의 센세이셔널리즘 내지는 소재주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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