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 변현명 (자유기고가) ()
  • 승인 2006.05.1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드컵 태극전사 23인, 경험·기술·능력·정신력 ‘사상 최강’
 
드디어 독일로 향할 태극전사 23명의 엔트리가 발표되었다. 아드보카트 대표팀 감독이 발표한 23인에는 박지성·이영표·안정환·설기현·조재진 등 해외파와 이천수·김남일·이호 등 국내파가 고루 섞여 있다. 기대를 모았던 골키퍼 김병지와 대표팀 승선 여부가 불확실해 아드보카트 감독의 마지막 1% 고민이었던 차두리는 탈락했다.
 
이제 선수 진용은 짜였고 월드컵은 눈앞에 다가왔다. 국민들의 관심은 한국이 2002 월드컵에서 그랬던 것처럼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23명 태극전사들은 과연 독일에서 큰일을 해낼 수 있을까.

포백 라인, 안정성과 공격성 갖춰

 대표팀 엔트리 23명 중 2002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는 모두 열 명이다. 이운재·최진철·이영표·김남일·송종국·이을용·이천수·박지성·안정환·설기현 등이다. 월드컵은 지구에서 열리는 최대의 축구 잔치이다. 월드컵의 명성에 걸맞게 선수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도 엄청나다. 월드컵을 치러본 기억은 그래서 중요하다. 

 2002 월드컵 때 홍명보·황선홍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침착함으로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이제는 열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두 번째 월드컵을 치른다. 한국 축구는 2002 월드컵 이후 대표 선수들이 해외로 대거 진출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코엘류와 본프레레 감독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세계 축구의 흐름에 익숙해지면서 어느 팀과 만나도 해볼 만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 열 명 중 해외에서 뛴 경험이 없는 선수는 이운재와 최진철뿐이다. 월드컵 출전과 해외 축구팀에서 뛴 경험은 대표팀의 보이지 않는 전력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최종 엔트리 발표에 앞서 송종국과 차두리를 놓고 고심하다 결국 송종국을 선택한 것도 월드컵 경험 때문이었다. 차두리도 2002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송종국은 주전이었고 차두리는 교체 선수였다. 월드컵을 경험한 한국 대표팀이 2002년 못지않은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홍명보 대표팀 코치가 국가대표 은퇴를 고려했던 최진철을 다시 국가대표로 선발했던 이유는 수비 라인의 중심이 필요해서였다. 홍코치는 자신이 맡았던 역할을 최진철이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71년생 35살인 최진철은 “체력에 대해 많이 걱정하는데 문제없다. 포백의 중앙 수비수로서 안정적인 수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성남의 2006 K리그 전기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김영철과 김상식은 소속 팀이 포백을 사용하고 있어 아드보카트 감독의 포백 수비에 완벽하게 적응해 있다. 여기에 저돌적인 몸싸움이 인상적인 김진규의 가세는 중앙 수비에 격렬함을 보강했다.

 좌우 윙백을 맡게 될 이영표와 조원희는 끈질긴 대인 마크에도 일가견이 있지만 오버래핑에도 능하다. 헛다리 드리블로 유명한 이영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하는 돌파력으로 공격적인 포백 수비 라인을 구축할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가진 첫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렸던 조원희도 웬만한 공격수 못지않은 침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아직 경험이 부족해 어이없는 실수가 가끔 보이는 것이 약점이다.

일부 불안하다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중앙 수비의 든든함과 좌우 윙백의 공격이 합쳐진 아드보카트 호의 포백 수비 진용이 점차 안정되고 있다.

박지성·이을용·김남일 ‘무적 MF’ 구축

 한국의 미드필드 라인은 최강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다. 월드컵 엔트리 23명 중 미드필더 명단이 가장 화려하다. 축구는 미드필드 싸움이라는데 한국 축구의 허리가 튼튼하다는 사실은 강점이 아닐 수 없다.

 김남일은 2002 월드컵을 통해 스타로 탄생했다. 진공청소기로 불린 김남일은 상대 공격수들에게 공포의 이름이었다.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2002 월드컵 직전 한국과 가진 평가전에서 김남일에게 당한 부상으로 본선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김남일은 세기가 부족하다는 단점을 드러냈다. 몸싸움은 좋지만 패싱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 뒤인 지금 김남일은 달라져 있다. 스타일이 투박했던 김남일은 넓은 시야와 공격에도 눈을 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꼭 갖추어야 할 끈질긴 수비력도 여전해 김남일은 독일 월드컵에서 최고 기량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김남일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는 이호는 어린 나이지만 대담한 플레이로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호는 고등학교 시절 1년간 브라질 연수를 통해 해외 축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고 안정적인 수비로 아드보카트 감독의 황태자로 불리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호의 끈질긴 수비력과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 사고 있다. 이호는 “김남일 형이 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월드컵을 통해 유럽 진출을 노리겠다”라며 월드컵 개막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투르크 전사인 이을용은 터키 리그 경험으로 유럽의 거친 축구에 적응되어 있다. 본프레레 감독시절 별다른 이유 없이 대표팀에서 제외되었지만 오히려 약이 되었다. 터키 리그에 집중하면서 실력이 향상되었던 것이다. 이을용은 투지와 실력 등이 전성기에 올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새삼 설명이 필요 없는 공격형 미드필더 박지성은 존재만으로도 상대 팀에게 부담을 준다. 지치지 않는 산소 탱크로 불리는 박지성이 쉴새없이 상대 진영을 휘젓고 다니면서 한국 대표팀의 공격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박지성의 활동 반경에 제한을 주지 않고 바르셀로나의 호나우딩요처럼 ‘프리롤’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롤은 재능이 특출한 선수가 팀플레이에 해를 입히지 않는 선까지 마음대로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도록 하는 전술이다. 박지성은 뛰어난 체력과 한층 업그레이드된 창의성이 있어 프리롤이 가능하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남 일화의 김두현은 화려하지 않지만 팀이 필요할 때 한방 터뜨려 줄 수 있는 득점력과 창조적인 패싱력이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김두현은 박지성과 포지션이 겹치지만 박지성이 측면으로 이동할 경우 선발 출전도 노려볼 수 있다.

 2002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피구를 꽁꽁 묶은 송종국은 발목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았지만 아드보카트 호에 올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2 월드컵 때의 활약과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보여주었던 송종국의 기량이면 독일 월드컵에서 당당히 한몫을 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중앙 원톱은 안정환이 차지할 듯

 이동국의 갑작스런 이탈로 공격 라인의 힘이 다소 떨어져 우려를 낳고 있다. 원톱은 안정환·조재진이 맡고, 좌우 공격은 이천수·설기현·박주영·정경호가 담당한다. 하지만 이동국이 보여주었던 타깃 맨의 기량을 안정환에게 기대하기에는 허전한 느낌이다. 안정환은 기술을 이용한 순간적인 슈팅과 개인기에서는 우위를 보이지만 수비수들과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원톱 역할에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2002 월드컵에서 귀중한 두 골을 터뜨렸던 안정환을 생각한다면 주전 원톱 자리는 안정환이 차지할 것이다.

 
 J리그에서 꾸준히 득점을 올리고 있는 조재진은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전통적 의미의 타깃 맨으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탄한 체격과 힘을 지닌 조재진은 공중볼 다툼에도 능력을 보이고 있다. 헤딩력은 23인의 엔트리 소속 선수 중 단연 최고이다. 이동국이 부상당하지 않았다면 조재진은 아마 엔트리에 들지 못했을 것이다. 조재진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이며, 월드컵이 끝나면 유럽 진출을 노리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왼쪽 측면 공격의 임무를 받은 설기현은 소속 팀에서 부진했지만 거친 잉글랜드 무대를 통해 2002 월드컵 때보다 더욱 강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몸싸움에 약했던 설기현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단단한 체격으로 바뀌었고 자신감도 커졌다. 또 크로싱이 날카로워졌다.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박주영은 가장 기대되는 선수이다. 한두 명의 수비수를 제칠 수 있는 드리블 실력과 한 템포 빠른 슈팅력을 지닌 박주영이 월드컵에서 ‘사고를 칠’ 가능성은 무척 높다. K리그 팀들은 박주영에게 두 명의 수비수를 붙이는 변형된 수비 전술로 박주영 막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팀들은 박주영을 모른다. 혜성처럼 나타나 국민들을 열광시켰던 박주영이 독일 월드컵에서 일을 낼지 궁금하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천수의 프리킥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할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천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거치면서 프리킥이 더욱 정교해졌다. 또 날다람쥐 같은 빠른 돌파는 2002 월드컵 때보다 발전했다.
 
군인 정신으로 똘똘 뭉친 정경호의 아드보카트 호 포함은 당연한 결과이다. 정경호는 기복 없이 언제나 한결같다. 정경호의 스피드는 상대 수비 라인을 피곤하게 만들어 허점을 노출하게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